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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가슴 떨리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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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시인은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나를 키운 것은 무엇일까? 일단 나를 키운 8할은 입방정일 것이다. 그렇다. 나는 자주 말이 앞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말만 하는 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말을 앞세우고 그 다음엔 행동하는 스타일이다.

2005년 가을 심한 감기에 걸려 그동안 피워오던 담배를 2주 정도 못 피우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약하니 금연을 하라고 권유했다. 나는 그 앞에서 깐족깐족 거리며 “줄이라고요?” 하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그분은 웃지도 않고 “끊으라고요” 하고 근엄하게 말했다. 그때 “앗, 알았어요. 끊으면 되잖아요”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그렇게 얼결에 대답한 것이 내 금연의 계기다. 그 뒤로 금연뿐만 아니라 영어 공부 등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일단 말을 먼저 뱉고 실행에 옮겼다. 그런 까닭에 “일본어 공부하실 생각은 없으세요?” 같은 질문에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한다.


또 나를 키운 8할이 있다. 바로 이근철 영어 선생님이다. 2003년 영어 학원에 본격적으로 등록할 무렵 <대한민국 1교시>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당시 프로그램에선 마침 영어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었는데 국내 톱스타 영어 강사들이 대거 출동했다. 그때 이근철 선생님을 처음 만났다. 이후 방송국뿐 아니라 사석에서도 만나면서 선생님과 더 친해질 수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그를 몹시 괴롭혔다. 학원에서 배운 표현이 맞는지, 그 밖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을 꼬박꼬박 전화로 물어보기도 했다. 사실 이 점에 대해서는 그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 보는데, 매번 “Anytime”이라며 내 질문의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비교적 기억력도 좋고 누가 그렇게 하라 그러면 하는 스타일이다. 궁금한 거 물어보라고 하는데 당연히 물어봐 줘야지. 아,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와 비슷한 경우가 또 생각났다. 2003년 몬트리올에 갔다 온 후 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데 민병철 교수님이 눈에 보였다. 나는 바로 인사를 드렸다. 그때 민병철 교수님의 자리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내가 인사를 하자 굉장히 좋아해 주셨다. “내가 누군지 아세요?”라고 물으시기에 곧바로 “초등학교 때 아침마다 꼬박꼬박 <민병철 생활영어 회화>를 보고 나서 학교에 갔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민 교수님도 나에게 언제든지 자기 학원에 와서 공부하라고 했다. 그래서 그때도 정말 며칠 후부터 찾아가 공부했다.

다시 나의 8할 이근철 선생님의 이야기로 돌아올까 한다. 그는 문법에 허덕이고 있던 나를 붙들고 2회로 나눠서 문법을 총정리 해주었다. 그 후에도 질문을 하면 친절한 근철 씨답게 늘 세심하게 가르쳐주었다. 그러던 선생님도 어느 날, 웬만큼 지쳤는지 구글 같은 포털사이트를 통해 영어 공부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사전 검색 기능부터 외국 사이트에 가서 공부하는 루트 등 혼자서도 깊이 있게 공부하는 방법이었다. 그 가르침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게다가 2006년 1월 선생님은 나에게 아주 기쁜 제안을 해주셨다.

“영철아, 멋진 강사를 한 명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와서 너를 추천했어. 안양에 있는 계원예술대학교이고 1학년 교양영어 중에 기초 영어회화라는 과목인데 C반, D반 두 반만 하면 돼.”

처음엔 솔직히 이 선생님이 전화를 잘못 하신 거 아닌가? 아니면 나에게 사람을 추천해달라는 뜻인가? 하며 의아스러웠다. 그러다 선생님의 본뜻을 알고는 곧바로 거절부터 했다. 나는 TESOL도 없고 학위도 없고 게다가 아직 배우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선생님은 “널 원해, 그곳에서. 그리고 네가 뒤늦게 영어 공부를 시작한 것도 높이 사고 있고 무엇보다도 재미난 수업을 원하더라고” 하면서 나를 설득했다. “재미난 수업이요?”라고 말해놓고 나는 혼잣말을 하다시피 중얼거렸다.

‘A와 The, 부정관사와 정관사의 차이를 정확히 알려줄 수는 없겠지만, 또 동명사와 To 부정사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도 없을 것 같지만, 단수와 복수의 차이를 잘 가르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에너지는 넘치되 틀린 영어를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학생들에게 영어에 대한 자신감 하나만큼은 심어줄 수 있을 텐데….’

“그래, 그거야!”

아, 깜짝이야! 선생님은 내가 독백처럼 주절주절 한 얘기를 들었나 보다. 한번 해보라고 한다. 난 며칠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선생님이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그 하나가 이거였다.

“Teaching is learning, 가르치는 건 네가 또 배우는 거야.”

우선 한 학기만 가르쳐보면 내 영어 실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를 덧붙였다.

“영철아, 지금처럼 사는 것도 좋지만 네가 꿈꾸었던 영어의 세계에서 한 번쯤 가슴 떨리는 삶을 살아보고 싶지 않니?”

나는 아직도 그때의 전화 통화를 잊을 수가 없다. 가슴 떨리는 삶이라…. 난 벌써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고 가슴이 떨렸다. 더는 거절할 생각이 없어졌다. 그래서 일단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가슴 떨리는 삶을 택했고 아직도 내 가슴은 떨리고 있다. 예전에 방송인 이숙영 선배가 책에 썼던 유머 넘치는 말이 기억난다.

“여행도 가슴이 떨릴 때 해라, 다리가 후들후들 떨릴 때 하지 말고.”

그렇다, 나는 아직 다리가 아니라 가슴이 떨리고 있다. 얼마 안 남은 내 젊음을 만끽하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내 심박수의 리듬을 탄다. 요즘 이근철 선생님은 89.1 KBS2 FM에서 아침 여섯 시부터 일곱 시까지 <이근철의 굿모닝팝스>를 진행하고, 나는 동 시간대에 107.7 SBS Power FM <김영철의 FunFun Today>를 진행하고 있다. 그야말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나에게 도움을 준 것처럼 그리고 가슴 떨리는 제안들을 건네온 것처럼 나도 다른 후배들에게 그런 역할을 하는 선배가 되고 싶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보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슴 떨리는 삶을 살아갈 후배, 동생분들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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