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Channel: 채널예스 : ARTICLE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28200

미키 기요시의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이 묻어나는 한마디

$
0
0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미키 기요시라는 철학자가 쓴 철학에세이 『인생론 노트』입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여러 다른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는데요. 2003년도에는 『생』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고 그 이전에는 1998년에 『어느 철학자가 보낸 편지』라는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책은 1998년에 나온 『어느 철학자가 보낸 편지』라는 책이고 오늘 읽어드릴 구절 역시 이 책이지만 서점에서 사실 때는 현재 『인생론 노트』라는 제목으로 판매되고 있으니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미키 기요시라는 철학자 자체가 독특한 삶을 살았는데요. 1897년에 태어난 그는 일본이 제국주의적인 팽창을 했을 때 군국주의에 저항해 투옥됐었죠. 그래서 전쟁이 끝나기 전에 옥중에서 세상을 마감한 철학자입니다. 이 책이 일본에서 무려 200만부나 돌파됐다고 해요. 담담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울림이 있는 에세이라는 점에서 읽어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첫 번째로 읽어드릴 부분은 ‘고독에 대하여’라는 챕터의 일부분입니다.


고독이 두려운 것은 고독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고독의 조건 때문이다. 마치 죽음이 두려운 것은 죽음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의 조건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고독에서 그 조건을 배제하고 고독 그 자체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죽음에서 그 조건을 배제한 죽음 그 자체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 조건을 배제한 상태에서는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것, 죽음도 고독도 진정 그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게다가 실체성이 없는 것은 실제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또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고대 철학은 실체성이 없는 곳에서 실제성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당시에는 어둠을 빛의 결핍으로 생각했던 것처럼 죽음도 고독도 단지 결핍을 의미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근대에는 조건에 의거해서 사과한다. 조건에 의거해서 사과할 것을 가르친 것은 근대 과학이다. 그러므로 근대과학은 죽음의 공포나 고독의 허망성을 명백하게 밝힌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실제성을 보여준 셈이다. 고독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혼자 사는 것은 고독의 조건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그것도 외적인 조건일 뿐이다. 오히려 사람들은 고독을 피하기 위해서 혼자 살기도 한다. 은둔자란 대게 그런 사람이다. 말하자면 고독은 산 속에 있는 게 아니라 거리에 있다. 한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인간들 사이에 있는 것이다. 고독은 사이에 있는 것으로서 공간과 같은 것이다. 진공의 공포, 그것은 물질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것이다.
『인생론 노트』 (미키 기요시 저/기파랑) 中에서


cats.jpg



img_book_bot.jpg

인생론 노트미키 기요시 저/이동주 역 | 기파랑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집이라기에는 무겁고, 본격적인 철학서라기에는 가볍다. 그러나 일반 에세이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깊이가 있으며 철학 서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넓이가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철학적 사색이 거의 완성 단계에 들어선 시절에 씌어졌다.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키 철학의 핵심 개념인 구상력이라든가 형성력 또는 허무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그의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이 묻어나는 한마디 한마디는 철학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깊은 명상으로 이끌기에 충분할 것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28200

Trending Articles



<script src="https://jsc.adskeeper.com/r/s/rssing.com.1596347.js" async> </scri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