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13>
신보를 내기 딱 좋은 해 20‘13’년이다. 영미권에선 숫자 13을 불길하다며 기피하지 않는가. 그 유래가 기독교에서 대표적으로 따라온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반종교적이고 오컬트적인 이미지와 묘한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밴드의 데뷔 앨범 <Black Sabbath>도 1970년 2월의 두 번째 주, ‘13일의 금요일’에 발매되었다. 올해 6월 발매된 열아홉 번째 정규 음반 <13>은 43년 전 이들의 첫 모습으로 이렇게 다가간다.
회귀의 결정타는 블랙 사바스를 탄생시킨 원년 멤버들이 모두 모였다는 것이다. 온몸으로 음산함을 표현했던 보컬 오지 오스본과 존재하는 모든 헤비메탈 기타 리프의 창시자라 해도 무방한 토니 아이오미, 작사를 통해 밴드 특유의 이미지를 주조했던 베이시스트 기저 버틀러가 다시 합을 맞췄다. 계약 문제로 인한 드러머 빌 워드의 공백에 순혈주의자 골수팬들은 ‘완전한’ 원년 조합이 아니라며 정통성의 결여를 지적하지만, 위의 트리오만으로도 풍기는 아우라는 이미 예사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초기 라인업의 마지막 작품인 1978년의 <Never Say Die!>이후, 무려 35년 만이다.
때로는 그런 우려가 있다. 긴 시간의 흐름에 옛 모습이 변질되지는 않았을까하는. 의외의 사운드로 우리를 실망시켰던 노장들의 복귀 무대가 몇 있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 걱정을 블랙사바스는 한 순간의 기우로 날려버리며 <Paranoid>로 대표되는 예의 테제를 완벽히 복원해왔다. 종말론을 연상시키는 첫 트랙 「End of beginning」과 이어지는 싱글 커트 곡 「God is dead?」을 보자. 앨범의 전반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들의 컴백 신호탄은 완벽히 폭발한다. 다운 튜닝의 묵직한 기타 사운드도 여전하고 염세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오지 오스본의 비음 섞인 보컬도 나이를 잊었다.
그런가하면 「Zeitgeist」는 또 어떠한가. 어쿠스틱 기타로 깔은 스산한 사운드와 뿌옇게 다가오는 오지 오스본의 목소리는 <Paranoid>에 수록된 「Planet caravan」의 2013년 판이라 할 정도로 당시의 느낌을 완벽히 재현해내고 있다. 이를 이어 받아 침잠하는 분위기를 묵직함으로 구체화 시킨 「Age of reason」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기타와 베이스가 결합한 육중한 사운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빌 워드의 공석을 대신한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드러머 브래드 윌크의 연주도 파워풀하다.
그루브가 살아있는 마지막 곡 「Dear father」까지 무게감 가득한 사운드가 시종일관 귀에 압력을 가한다. 끝까지 힘을 놓지 않는다. 「Zeitgeist」를 포함한 세 트랙을 제외하면 모두 7분을 넘는 대곡들임에도 완력과 긴장감이 작품의 끝까지 강도를 유지한다. 앨범을 재생시키는 첫 순간, 전성기의 사운드를 견인해 온 여전한 감각에 경외감이 다가왔다면 앨범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순간에는 지치지 않는 왕성한 체력에 경외감을 다시 만난다.
40여년의 세월 동안 여러 차례 모드 전환을 해온 블랙 사바스였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채운 것은 하나하나 버릴 것 없는 디스코그래피에서의 모멘트들이었다. 초기 라인업이 깨진 이후에 헤비메탈 역사상 가장 수려한 보컬 연기를 보여주었던 로니 제임스 디오 시절도 있었고 토니 마틴에게 마이크를 맡기기도 했으며 키보디스트 제프 니콜스를 영입해 사운드의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채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이 있다면 그것은 원년 멤버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값진 작품들이 역사를 이어나가도 결국 손에 잡히는 것은 토니 아이오미와 기저 버틀러, 빌 워드에 오지 오스본이 써놓은 창립 역사서였다. 과거의 사운드를 잊지 않고 현대로 가져온 밴드에게 놀라움과 경의를 표한다. 갈증이 꽤나 길었다. 오랜 목마름을 가시게 할 메탈 팬들의, 그리고 블랙사바스 마니아들의 기념비적 앨범, <13>이다.
신보를 내기 딱 좋은 해 20‘13’년이다. 영미권에선 숫자 13을 불길하다며 기피하지 않는가. 그 유래가 기독교에서 대표적으로 따라온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반종교적이고 오컬트적인 이미지와 묘한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밴드의 데뷔 앨범 <Black Sabbath>도 1970년 2월의 두 번째 주, ‘13일의 금요일’에 발매되었다. 올해 6월 발매된 열아홉 번째 정규 음반 <13>은 43년 전 이들의 첫 모습으로 이렇게 다가간다.
회귀의 결정타는 블랙 사바스를 탄생시킨 원년 멤버들이 모두 모였다는 것이다. 온몸으로 음산함을 표현했던 보컬 오지 오스본과 존재하는 모든 헤비메탈 기타 리프의 창시자라 해도 무방한 토니 아이오미, 작사를 통해 밴드 특유의 이미지를 주조했던 베이시스트 기저 버틀러가 다시 합을 맞췄다. 계약 문제로 인한 드러머 빌 워드의 공백에 순혈주의자 골수팬들은 ‘완전한’ 원년 조합이 아니라며 정통성의 결여를 지적하지만, 위의 트리오만으로도 풍기는 아우라는 이미 예사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초기 라인업의 마지막 작품인 1978년의 <Never Say Die!>이후, 무려 35년 만이다.
그런가하면 「Zeitgeist」는 또 어떠한가. 어쿠스틱 기타로 깔은 스산한 사운드와 뿌옇게 다가오는 오지 오스본의 목소리는 <Paranoid>에 수록된 「Planet caravan」의 2013년 판이라 할 정도로 당시의 느낌을 완벽히 재현해내고 있다. 이를 이어 받아 침잠하는 분위기를 묵직함으로 구체화 시킨 「Age of reason」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기타와 베이스가 결합한 육중한 사운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빌 워드의 공석을 대신한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드러머 브래드 윌크의 연주도 파워풀하다.
그루브가 살아있는 마지막 곡 「Dear father」까지 무게감 가득한 사운드가 시종일관 귀에 압력을 가한다. 끝까지 힘을 놓지 않는다. 「Zeitgeist」를 포함한 세 트랙을 제외하면 모두 7분을 넘는 대곡들임에도 완력과 긴장감이 작품의 끝까지 강도를 유지한다. 앨범을 재생시키는 첫 순간, 전성기의 사운드를 견인해 온 여전한 감각에 경외감이 다가왔다면 앨범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순간에는 지치지 않는 왕성한 체력에 경외감을 다시 만난다.
40여년의 세월 동안 여러 차례 모드 전환을 해온 블랙 사바스였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채운 것은 하나하나 버릴 것 없는 디스코그래피에서의 모멘트들이었다. 초기 라인업이 깨진 이후에 헤비메탈 역사상 가장 수려한 보컬 연기를 보여주었던 로니 제임스 디오 시절도 있었고 토니 마틴에게 마이크를 맡기기도 했으며 키보디스트 제프 니콜스를 영입해 사운드의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채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이 있다면 그것은 원년 멤버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값진 작품들이 역사를 이어나가도 결국 손에 잡히는 것은 토니 아이오미와 기저 버틀러, 빌 워드에 오지 오스본이 써놓은 창립 역사서였다. 과거의 사운드를 잊지 않고 현대로 가져온 밴드에게 놀라움과 경의를 표한다. 갈증이 꽤나 길었다. 오랜 목마름을 가시게 할 메탈 팬들의, 그리고 블랙사바스 마니아들의 기념비적 앨범, <13>이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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