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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이밴드의 미래, 카이저 치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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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저 치프스(Kaiser Chiefs) < Education, Education, Education And War

 

카이저치프2.jpg

 
멜로디를 구성하는 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지닌 카이저 치프스다. 이는 데뷔 때부터 줄곧 증명해 온 부분이다. 기타 리프에서든 코러스에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캐치한 선율이 제 빛을 발한다. 펑크 사운드의 고전을 담은 「I predict a riot」이 그렇고 빅 히트 싱글 「Ruby」가 그렇다. 흡인력 있는 사운드가 제 본분을 잊지 않고 노래 곳곳에서 넘실거린다. 이는 이번 앨범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짧게 치고 나가는 「The factory gates」에서의 신디사이저나 웃음소리로 구성한 「Misery company」에서의 코러스, 「Coming home」과 「Roses」의 전반에 흐르는 팝 선율 등 흠 잡을 곳 없는 멜로디 라인들이 소구력을 자극한다. 직관을 건드려야하는 대중음악의 조건에 참 충실하다. 실로 강점이다.

 

동시에 자신들의 강점을 파괴하는 데 있어 범상치 않은 능력을 지닌 카이저 치프스다. 밴드에게 있어 최고의 순간은 < Employment >를 들고 막 데뷔했을 때다. 이 시기만큼 이들의 강점이 잘 드러난 적도 없다. 명확히 드러나는 펑크 사운드에 간혹 가다 등장하는 뉴웨이브 식 컬러. 단순한 구성이 멜로디의 순도를 확실히 보장했다. 오히려 디스코그래피의 뒤로 갈수록 밴드의 특기가 모호해지는 형상이다. 개러지 사운드를 늘 바탕으로 두었으니 우리 눈앞에는 자신들의 색채를 잘 끌고 가는 것처럼 보인다. 허나 이들이야말로 늘 자신들을 비틀어오며 행보를 걸어왔다.

카이저치프2.jpg

 

급변의 전개를 취함과 동시에 신디 사운드를 과하게 넣기도 했으며 독특한 코러스를 삽입해왔다. < Off Withe Their Heads >는 운이 따른 수작이었고 < The Future Is Medieval >은 러닝타임 내내 고난이 가득한 작품이었다. 이 방향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덕분에 몇몇 곡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My life」의 좋은 선율과 「Bow & arrow」의 재치 있는 기타, 신디사이저 라인은 루즈한 진행으로 다 어그러지고 괜찮은 사운드로 포문을 여는 「Cannon」도 별 재미가 없는 실험성 가득한 진행으로 힘을 잃는다. 심지어 「Cannon」은 음반의 타이틀 문구를 언급하는 중심 곡이다.

 

그래도 「The factory gates」와 「Misery company」는 상충되는 두 능력이 잘 만난 케이스다. 특히나 「Misery company」는 앨범의 베스트 트랙이라 할만하다. 기괴한 웃음소리와 흥겨운 리듬감을 한 데 버무림과 동시에 1980년대 펑크, 뉴웨이브 사운드를 끄집어낼 수 있는 역량은 분명 그리 흔치 않다. 두 차례나 등장하는 멋들어진 솔로잉도 곡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요소 중 하나고 말이다. 빈티지한 지점으로 신디사이저를 뽑아낸 첫 트랙 「The factory gates」 또한 짚고 넘어가야겠다. 의외로 힘을 뺀 부분에서 수준급의 곡이 나오기도 한다. 후반부에서 조금 지루하게 끄는 경향이 있으나 「Coming home」에서의 팝 사운드는 결코 무시할 수 없으며 잔잔하게 흐르는 마지막 트랙 「Roses」의 코러스 선율은 단번에 귀에 박힌다. 또 다시 언급하지만 멜로디 주조에 있어서는 발군이다.

 

「Coming home」과 「Roses」의 경우는 두 능력 중 후자의 것을 내려놓은 경우로 보인다.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하날 꼬집어 포기하라고 말할 순 없지마는, 그간의 경력과 이번 음반의 몇몇 곡으로 돌이켜봤을 때 무게를 실어야할 곳은 명백해 보인다. 여러 시도와 앨범의 재미가 비례하지는 않는다. 그나마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는 부분이라면 잘 짜놓은 선율들일테다. 나쁘진 않다. 다만 카이저 치프스의 양극이 잘 어울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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