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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숨은 두 날개 – 우기와 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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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니_(여자)아이들 미니 4집 <I burn> 티저 사진


케이팝에서 직접 곡을 쓰고 프로듀싱을 하는 아이돌을 찾는 건 이제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남이 만든 노래에 입만 벙긋대는 꼭두각시 취급받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사이 참 많은 게 변했다. 곡을 쓰는 아이돌이 등장한 초기는 빅뱅의 지드래곤이나 블락비의 지코처럼 힙합을 기반으로 한 그룹이 유행을 주도했다. 시간이 지나며 음악의 폭도 창작 양상도 넓어졌다. 단순히 ‘곡을 쓴다’라는 사실만으로 주목받는 시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제는 장르, 활동 반경, 창작 방식과 종합적인 스타일 등 창작의 모든 면에서 자기 색깔이 중요해졌다. 여전히 강세인 힙합을 중심으로 팝, R&B, 록,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음악 안에 녹여내는 이들이 많다.

(여자)아이들의 리더 소연은 그런 변화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다. 2018년 데뷔 이후 아이들 앞에 붙어 온 ‘독보적’이라는 수식어는 전소연의 뚜렷한 존재감에 적잖이 기대고 있었다. 소연이 작사와 작곡을 담당한 데뷔곡 ‘LATATA.’와 앨범 제목 <I am>이 전한 폭발적인 카리스마는 이후 아이들의 사운드와 이미지가 자랑하는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기조는 데뷔 3개월 만에 발표한 신곡 ‘한(一)’과 <I made>, <I trust>, <I burn> 등 일명 ‘나(I)’ 시리즈 연작으로 이어졌고, 불과 피와 꽃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전에 없던 여성 그룹을 탄생시켰다. 데뷔 만 4년을 넘어선 이들은 다섯 번째 EP <I love>와 <I feel>로 거듭 정상을 밟았다. 각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던 ‘Nxde’와 ‘퀸카(Queencard)’는 4세대 아이돌 붐 속에서 음원 차트를 통해 가장 빛난 노래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리고 그 영광의 트로피 아래, 멤버 우기와 민니가 있다.


우기_(여자)아이들 정규 1집 <I NEVER DIE> 티저 사진


아이들의 음악을 타이틀곡만 들은 사람 가운데 전소연 외에 곡을 쓰고 프로듀싱을 하는 또 다른 멤버가 있다는 건 생소한 일일 것이다. 소연이 지금까지 활동한 타이틀곡을 전부 썼고, 데뷔 당시부터 팀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중심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정식 데뷔 전 다수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만든 높은 인지도도 한몫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여자)아이들에는 소연 외에도 곡을 쓰는 두 멤버 우기와 민니가 있다. 심지어 비중도 작지 않다. 지난 1월 29일 발표한 아이들의 두 번째 정규 앨범 <2>에는 총 여덟 곡의 수록곡 가운데 우기(‘Doll, ‘Rollie’)와 민니(‘Vision’, ‘7Days’)가 각각 두 곡씩, 앨범의 절반을 채웠다. 2022년 3월 발표한 첫 정규 앨범 <NEVER DIE>에도 두 곡씩을 담았다. 앨범 전체를 기준으로 하자면, 소연 못지않은 존재감이었다.

특히 두 사람이 무척이나 개성 강한 창작자라는 점에 주목한다. 앨범 <2> 발매 후 출연한 라디오에서 공동 작업에 관한 질문에 ‘서로 스타일이 너무 달라 같이 곡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대답을 할 정도다. 우선 우기의 경우, 가장 큰 강점은 강렬한 록 사운드를 적극 활용한 묵직한 댄스 팝이다.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를 한층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특유의 곡 스타일은 2021년 발표한 첫 솔로곡 ‘Giant’만 들어봐도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트렌디 한 팝 펑크와도 거리를 둔 우기만의 록킹한 팝 감각은 ‘LIAR’ (<I NEVER DIE>), ‘All Night’ (<I feel>) 등의 수록곡을 통해 한층 빛났다.

민니는 아이들 특유의 오싹한 한기(寒氣)가 전부 민니 몫이었구나 하는 확신이 들게 하는 곡을 만든다. 두 번째 EP <I made>에 수록한 ‘Blow Your Mind’을 시작으로 창작에 박차를 가한 민니 특유의 서늘함이 깃든 음악은 네 번째 EP <I burn>을 통해 쐐기를 박았다. ‘한(寒)’과 ‘화(火花)’로 온통 절절 끓는 앨범을 적당히 식혀준 건 차가운 체온을 가진 민니의 곡 ‘MOON’과 ‘DAHLIA’였다. 총 여섯 곡이 실린 앨범에서 3번 트랙으로 한 번, 마지막 곡으로 한 번 열기를 눌러주는 민니의 노래들은 마치 냉혈동물처럼 앨범 전반을 감싸며 균형을 잡아주었다. 생각해 보면 멤버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작곡 및 프로듀서로 전면에 나서 활동하는 여성 그룹은 <REBOOT>, <WHY SO LONLEY>로 활동 후반기를 화려하게 장식한 원더걸스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기대한다’거나 ‘응원한다’는 말에 앞서, 우기와 민니가 이미 먼 곳에서 힘차게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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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호빵, 호두과자, 붕어빵, 양갱, 시루떡, 그리고 임진아 (G. 임진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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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팥에 대한 취향이 무궁무진하게 까다로워져만 간다. 살면 살수록 좁아지고 또렷해지는 취향의 길이 있다면 나에게는 팥이 그렇지 않을까. 나는 많고 많은 갈래 중에서도 팥길의 여정을 나누고 싶다. 이 책은 내 인생에서 팥이 등장하는 흐름으로 훑어본 포슬포슬한 추억 모음집이자, 입에서부터 마음까지의 취향이 담긴 이야깃주머니이자, 좋아하는 것 중에서도 가장 좋은 부분만 쏙 골라 입에 가져가는 이가 전하는 행복 안내서이다. 이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컴퓨터 작업용 클라우드에 작은 폴더를 만들어 ‘팥진아’라고 적어두었지만 성을 ‘팥’으로 바꿀 만큼 팥의 모든 면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닌 이야기다.


임진아 작가의 『팥 : 나 심은 데 나 자란다』에서 읽었습니다. <황정은의 야심한책> 시작합니다.



<인터뷰 – 임진아 작가 편>

오늘은 에세이 『팥 : 나 심은 데 나 자란다』를 쓴 임진아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황정은:이번 책이 팥을 향한 마음을 기록한 에세이입니다. 작가님 그림을 표지로 사용을 했어요. (그림 속의) 이 작은 사물들이 다 책에 나오는 그 음식과 사물들인 거죠. 이 그림 그릴 때 어떤 고민하셨는지 궁금해요.

임진아:‘띵 시리즈’ 같은 경우는 글 작가 분이 일러스트레이터 분이랑 협업하는 식의 시리즈인데요. 제가 그간 냈던 책들이 글뿐만 아니라 그림도 같이 선보이는 작업물이어서, 이렇게 글로만 선보이는 게 처음이었더라고요. 그래서 좀 뜻깊기도 했었는데요. 그래서 제가 각 잡고 제 책의 표지 작업을 제대로 한 게 처음이었어요.

황정은:그렇습니까? 원래 작가님 책에 다 작가님의 그림이 실려 있잖아요?

임진아:맞아요. 그런데 대부분 본문에 들어가는 그림들을 디자이너 분이 디자인으로 잡아주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제 책이 나왔을 때 제일 좋아하는 과정 중에 하나가 표지 시안을 보내주실 때예요. ‘디자이너 분이 어떤 그림을 골라주셨을까’ 이런 고민을 같이 해나가면서 선물 받듯이 시안을 받는 날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이 책 같은 경우에는 그림을 제가 그려야 하니까 너무 고심이 많이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저도 다른 작가(일러스트레이터) 분이랑 같이 이어주시나요?’ 이런 얘기도 했었는데, 제 글에는 역시 제 그림이 제일 어울린다는 생각을 저도 편집부 분들도 하게 되어서 제가 표지 그림을 그리게 되었어요. 정말 엄청 고민을 해가면서 두어 차례 시안을 잡고 그렸는데, 계속 고민이 많이 들더라고요. 원래는 스노우볼 그림이 아니었고 작은 사람 캐릭터가 눈사람을 닮은 호빵 찐빵들을 손에 들고 있으면 옆에서 호빵 찐빵을 닮은 눈사람이 그걸 쳐다보면서 ‘오잉?’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림을 먼저 그렸었어요. 거의 그 그림으로 매듭을 짓고서 그림 작업을 끝냈었는데 계속 꿈에 스노우볼 그림이 나오는 거예요. ‘이런 느낌이면 어때?’ 라고 계속 꿈에서 나와서 아침에 작업실로 달려가서 하루 종일 스노우볼 그림을 그렸어요. 그런데 사실 번복하는 것도 좀 창피한 일이잖아요. 이미 그림을 다 보내드렸고 (편집부에서) 디자인 시안을 잡고 계실 것 같은데. 그런데 조금 용기 내서 보내드렸었는데 편집자 님이 너무 좋아해 주시기도 했고, 또 신기했던 게 편집자 님도 시안 생각하시면서 스노우볼을 떠올리셨대요.

황정은:그래요?

임진아:네, 그런데 이미 제가 그림을 몇 차례 그린 다음에 이야기 하시기가 조금 어려우셨나 봐요. 아무래도 그림을 또 그리는 게 노동이기도 하니까 고민하다가 이야기 안 하셨는데, 제가 메일을 보냈을 때 스노우볼 그림이 있어서 엄청 기쁘셨다고...

황정은:혹시 텔레파시 보내신 거 아닙니까? (웃음) 저는 그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임진아:자꾸 꿈에 나왔던 이유가... (웃음) 어쩐지 꿈이 자꾸 ‘이거 어때? 이렇게 할 수도 있지 않아?’ 이런 느낌인 거예요. 그리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지금도 표지를 보면 만족스럽습니다.

황정은:그렇게 나온 표지네요. 스노우볼 안에도 그렇지만, 이 표지 안에 작가님이 좋아하는 걸 다 모아둔 것 같아요. 여기 보면 찐빵 호빵도 있고 찻주전자도 있고 책도 있고, 그리고 팥 들어간 과자들이 있잖아요. 제가 붕어빵이랑 딸기까지는 알아봤는데, 옆에 있는 먹거리들은 각각이 뭔지는... 오른쪽에 있는 게 찹쌀떡이겠죠?

임진아:네, 한 입 베어 문 건 찹쌀떡이고요. 딸기 밑에 있는 건 국화빵, 그리고 찹쌀떡 위에 있는 건 도라야끼입니다.


황정은:제목도 좋지 않습니까? 『팥 : 나 심은 데 나 자란다』. 그런데 작가님이 지으신 제목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물론 이 말이 책에 등장합니다만, 이번 책을 기획하고 편집을 담당한 김지향 편집자님이 제목을 지으셨다면서요? 왜 이 문구를 제목으로 권하셨는지 혹시 들으셨나요?

임진아:일단 (제목) 후보가 몇 개 왔을 때 저도 이것밖에 안 보이더라고요.

황정은:그랬을 것 같아요. 후보로 어떤 제목들이 있었는지 궁금한데, 들어도 될까요?

임진아:책에 있던 꼭지 중에 하나인데 「대단한 에피소드는 없지만 사랑해」도 제목으로 골라주시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의 제목에) ‘나’가 두 번이나 들어가잖아요. 에세이를 쓸 때 ‘나’를 빼는 글이 많은데 ‘나’가 두 번이나 들어가는 제목이라는 게 이상하게 개운하고 박력 있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저 혼자 생각했던 제목 중에는 ‘찐빵이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런 식의 제목을 떠올리기도 했어요. (웃음)

황정은:작가님, 제목 잘 짓는 편이십니까? (웃음)

임진아: (웃음) 누가 봐도 제목처럼 안 느껴지는 제목이잖아요.

황정은:좋기는 좋은데요. 제목으로는... (웃음)

임진아:힘이 없습니다. (웃음)

황정은:힘은 있어요.

임진아:그런데 10명 중에 2명한테만 가 닿을 힘이어서...

황정은:혹시 (편집부에) 이야기 하셨어요? 이런 제목 하고 싶다고?

임진아:이야기했었어요. 그냥 ‘이런 것도 생각해봤습니다’ 했는데, 당연히 저를 포함해서 모두의 의견이 ‘나 심은 데 나 자란다’로 결정이 됐고. 지금의 제목이 좋았던 이유가, 저는 팥이 들어간 음식의 이름에 팥이 안 들어간다는 점이 참 좋더라고요. 호빵도 그렇고 찐빵도 그렇고 호두과자, 붕어빵, 양갱, 시루떡도 누구나 이름을 듣자마자 팥을 떠올리지만 이름에는 (팥이) 다 숨겨져 있단 말이에요. 이 책도 그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쓰기도 했고, 또 찐빵을 먹을 때 밀가루 부분이랑 팥을 같이 먹어야 맛있는 것처럼 제 글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제 이야기들을 팥의 비율과 비슷하게 썼는데요. 그런 글이랑 너무 잘 맞는 제목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황정은:제목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까 더 제목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에세이 제목에 ‘나’가 등장하는 경우도 별로 없지만 두 번이나 들어갔는데 이렇게 매력 있기가 또 힘든 것 같아요. 저도 이 제목이 좋습니다.


황정은:저는 사실 팥을 이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호빵은 대단히 좋아해요. 그리고 책에 앙꼬절편 이야기도 있지 않습니까? 시루떡 얘기도 있고. 저도 다 좋아해서 책을 읽으면서 계속 먹고 싶더라고요. 독자 리뷰에서도 팥 음식 이야기가 많이 올라올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임진아:그간 제가 낸 책들은 대부분 (리뷰와 함께) 어느 카페나 밤 시간을 보내는 테이블 그런 사진이 많이 올라왔는데 이번 책은 그렇게 자기 동네 붕어빵을 같이 자랑하시면서... (웃음)  그리고 또 어떤 분은 제주도 여행 중이신가 보더라고요. 계속 오메기떡을 한 입 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시고 저를 태그하시면서 ‘갖다 드리고 싶다’ 이런 글을 올리시고, 다음 날에는 귤이 들어간 찹쌀떡 사진을 올리시면서 또 저를 태그하시고, 그렇게 누군가의 여행기를 보게 되는 후기를 계속 보고 있습니다.


황정은:지금까지 작가님은 빵, 도쿄, 책 그리고 강아지 ‘키키’처럼 작가님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글로 써오셨는데요. “혼자 걸을 줄 알면서부터 꼭 한 가지 이상은 좋아하며 지냈다”라고도 하셨어요. 그리고 스스로를 ‘매일 무언가를 좋아하기 일상 전문가’라고 소개도 하셨는데요.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계속 늘려가고 또 말하는 것이 작가님에게도 힘이 됩니까?

임진아:그런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게 꼭 있었더라고요. 우선 저는 참 저 자신을 좋아하면서 자란 것 같아요. 그게 생각보다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살면서 많이 느끼는데, 그래서 제가 뭔가 관심을 두거나 하는 것들에 늘 스스로가 반가워했던 것 같아요. 아마 그 어린 시절에는 일종의 생존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요즘 많이 하게 되는데요. 제가 내내 제 방이 없었어요. 그래서 대학생 때까지 오빠랑 그렇게 친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한데요. 오빠랑 방을 쓸 수밖에 없는 집안 형편이었지만, 그럼에도 재미있는 것들은 너무 많았단 말이에요. 오빠랑 라디오를 듣는다거나 밤새 같이 만화책을 보고 웃는다거나, 그렇게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이 항상 제 방에 있었던 거예요. 그렇다 보니까 오빠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각자 좋아하는 게 분명히 있고, 집안 분위기가 안 좋으면 안 좋을수록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그걸 어렵게 사 모으거나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인생은 이건 아니야’라고 스스로한테 보여주고 각자한테 얘기해 주는 과정이 되게 지난하게 흘러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가 뭔가를 좋아하면 되게 반가워요. 지금은 제 생활을 시작하고 찾아서 굉장히 평온한 나날을 이어가고 있는데, 언제나 제 후기를 제일 궁금해 하는 사람이에요. 뭔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만화책을 읽거나 하면서 ‘이게 왜 좋은지 어떻게 설명할까’를 내내 기다리면서 메모장에 적어가면서 블로그에 긴 글도 써보고, 그렇게 좋아하는 걸 말하기 시작하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아마 30대 내내 썼던 책들이 그런 이야기들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황정은:이번 책의 첫 번째 꼭지 제목이 「똥 맛 카레와 카레 맛 똥」이거든요. 음식 에세이 첫 글 제목에 똥이 들어가는 책이 어디 있느냐고, 작가님이 SNS에 직접 쓰셨다면서요? 그런데 또 ‘이렇게 시작하는 글을 쓰고 싶었고 지금의 순서로 배치를 하고 싶었다’라고도 하셨어요. 왜 그러셨어요?

임진아:사실 이게 프롤로그 다음에 쓴 꼭지여서, 교정지 받을 때까지만 해도 정말로 첫 번째 글이 될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원고를) 보내면서도 편집자 님이 어떻게 읽으실까 고민했었는데 교정지에 떡하니 같은 제목으로 있기에 ‘역시, 정말 웃기신 분이라니까’ 이렇게 생각을 했었고요. (웃음) 저는 뭔가 좋아하는 게 있거나 뭔가 느끼는 게 있으면 ‘왜 그런지’ 저 끝까지 한번 가보고 싶어 하는 사람인데요. 그래서 도착한 곳이, 친구가 그 이상한 밸런스 게임을 던졌던 차 안과 오빠 친구가 구멍가게에서 던졌던 이야기가 갑자기 붙어버리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왜 팥소를 좋아할까’에 더해서 ‘내가 싫어하는 음식은 왜 싫어할까’를 같이 생각하게 되면서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었어요. 그 꼭지를 쓰면서 팥소를 되게 까다롭게 좋아하는 마음, 그리고 ‘내가 팥소를 보면 쉬는 마음이 되는 게, 단지 그게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내 마음을 되게 편하게 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라는 걸 얘기하고 싶더라고요.


황정은:책에 실린 글 중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글이 있잖아요. 책의 제목이 나온 맥락의 글이기도 한데요. 내용을 보면, 고등학생 때 친구들하고 땡땡이를 치고 빙수를 드시러 가셨던 거잖아요. 그런데 바로 잡혀 들어가서 선생님에게 매를 맞는데, 선생님이 때리면서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라는 말을 한 거 아닙니까? 되게 난폭한 상황인 거잖아요. 그런데 그때 일을 회상하면서 폭력에 집중을 한 게 아니고, 글 마지막에서 ‘나 심은 데에는 결국 내가 자란다’라고 적으셨어요. 저는 이게 임진아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는 재미이기도 한 것 같아요. 울적한 상황을 임진아 작가님의 스타일로 번역을 해서 ‘굳이 그 울적한 상태에 내가 몰두하지 않겠어’라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게 굉장히 큰 장점이고 읽으면서 매력을 느끼는 부분인데, 그래서 이렇게 근사한 제목도 나오고 말입니다. 이런 질문을 드려보고 싶어요. 오래전에 심은 임진아 중에서 어떤 부분이 지금 임진아의 심지가 되었는지.

임진아:저도 참 궁금하네요. 어렸을 때 저를 가장 가까이 봤을 엄마가 저한테 ‘넌 옛날부터 일단 앉기만 하면 계속 앉아 있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앉아서 같은 걸 하진 않았거든요.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또 지루해지니까 과자 뒤의 성분표 봤다가, 이렇게 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엄마가 보기에는 ‘쟤는 참 진득하게 앉아 있다’ 싶으셨는지 참 신기했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아마 그렇게 나랑 노는 게 재밌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하고요. 저는 오빠라는 제일 친한 친구가 있었지만 혼자서도 되게 잘 놀았었던 기억이 나요. 그게 우울하거나 힘들지는 않았고, 집에 오면 늘 빈집이었었는데 그 시간 동안 그냥 한사코 즐겁게 놀고 싶었어요. 나가서 그냥 벌레랑 놀더라도. 그렇게 지냈던 것 같아요. 혼자 그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나랑 참 친하게 지냈다’라는 생각이 요즘도 많이 들어요. 사실 요즘도 집에 있거나 하면 참 바쁘거든요. 그런 것들이 비슷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또 아주 어렸을 때도 이를테면 벌레가 죽어 있거나 새가 죽어 있거나 그러면 꼭 묻어줬었어요. 묻어주고 팻말 세워주고 했었는데, 요즘도 지나가다가 다친 새가 있거나 벌레가 있거나 이런 걸 보면 ‘나라면’ 이런 생각이 들어서 묻어주거든요. 그런 것들이 모여가지고 제가 어떤 좋은 일이 있을 때, 이렇게 <책읽아웃>에 나온다거나 했을 때, 선물 주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내가 묻어줬던 개똥이가 이렇게 선물 주는 건가’ 이런 생각도 가끔 하게 되고. 참 그런 게, 한마음이 내 한 시절을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아요.


팥 : 나 심은 데 나 자란다
팥 : 나 심은 데 나 자란다
임진아 저
세미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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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세상에는 케이크를 3등분으로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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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

미야구치 코지 저/부윤아 역/박찬선 감수 | 인플루엔셜



한자(황정은):오늘 저희가 읽고 와서 이야기 나눌 책은 단호박 님이 고른 책입니다.

단호박:맞습니다. 미야구치 코지 저자가 쓰고 부윤아 번역가가 옮기고 인플루엔셜에서 출간한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이라는 책인데요. 전반적으로 초록색인 표지에 분홍색으로 크레파스 같은 무언가로 선을 그린 느낌의 표지입니다. 한자 님이 처음에 ‘이 표지가 내가 기억하는 표지가 아닌 것 같다’라고 하셨는데,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 표지를 처음으로 본 거여서. 아마 그 전에 다른 판본으로 나왔었을 수도 있고요.

한자(황정은):제가 57페이지에 나오는 그림으로 이 책을 기억을 하고 있었나 봐요.

단호박:아, 맞아요. 이 그림이 굉장히 많이 인터넷에 돌아다녔었죠. 소년들이 그린 그림을 저자가 다시 그려서 책에 실은 건데요.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이라고 제목을 말씀드렸다시피 이 책에 ‘케이크를 똑같은 양으로 잘라봐라’라고 주문을 했을 때 굉장히 이상한 방식으로 케이크를 자른 그림이 하나 나옵니다.

이야기를 천천히 한번 해보도록 하죠. 미야구치 코지 저자는 아동정신과 의사인데요. 소년원 법무기관에서 일했다고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공립 정신과 병원에서 아동정신과 의사로 근무를 했었고, 발달장애 아동이나 학대 피해 아동이나 등교 거부 아동, 사춘기 아이들을 진찰하고 진료했다고 합니다.

방금 전에 케이크 이미지가 나왔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저자가 충격을 받은 부분도 딱 그 부분이었죠. 소년원에 가서 아이들을 진찰하고 정신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 건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검사를 거치는데 ‘케이크를 3명이서 똑같이 나눠 먹는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잘라봐라’라고 했더니 그 중에 몇 아이들이 일단 케이크의 원형을 절반으로 자르더래요. 그러고 나서 한참을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을 하다가 다시 절반으로 자른 걸 4분의 1로 자르고 나서 다시 멈춘 거죠. 그래서 아이가 실수를 했구나 하고 새로 원형의 그림을 주면서 ‘다시 잘라볼래?’라고 했을 때 또 똑같이 절반으로 일단 잘라놓고 다시 굳어진 모습을 보게 된 거예요. 표지에도 일부분 실려 있는 그림인데요. 57페이지에 있습니다. 첫 번째 그림을 보시면 일단 원형을 절반으로 갈라놓고 그 다음에 고민을 하다가 나머지 절반을 또 절반으로 가른 그림이 있고요. 두 번째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세 번째 그림은 ‘그렇다면 케이크를 5명이서 똑같이 나눠 먹을 때는 어떻게 해야 되겠니?’라고 그랬더니 소년원에 있는 친구가 ‘그건 할 수 있어요’라고 하더니 자신 있게 수박에 줄을 긋는 것처럼 크게 4개의 선을 일직선으로 긋는 거죠. 그리고 한 친구는 케이크를 4등분 하더니 5명이서 어떻게 먹어야 될지 고민을 하다가 1/4 조각 중 하나에 금을 그어서 5개로 만들어 놓습니다. 그 어느 것도 똑같이 나눠지지 않는 거죠. 미야구치 코지 저자는 그때 ‘이 아이들이 지금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뉘우친다거나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구나,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 어그러져 있구나, 이 방식대로라면 이 친구들이 소년원에서 내가 정말 잘못을 했고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겠구나’라고 깨닫게 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 이 문제가 여러 번 이야기에 오르고 있죠. 경계선 지능 장애라고 해서, 기존에 ‘IQ가 몇 이하라면 이것은 장애입니다’라고 판별하는 기준이 있는데 70 이하가 장애로 판정이 되고 있고요. 70~84 정도에 해당하는 부분을 경계선 지능 장애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경우에는 장애 판정이 안 되고 장애 관련 복지라든지 그런 것을 얻지 못하고 다른 말로 하자면 ‘느린 학습자’라고 지금은 불리고 있는데요. 70~84의 경계에 있는 아이들에게 상대적으로 학습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고 학습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중도 탈락을 하게 된다거나 그런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미야구치 코지 저자의 경우에는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경계선 지능 장애에 관해서는 소년원에 간 친구들이 아니더라도 사회 전반적으로 저희가 이야기를 해봐야 될 주제라고 생각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그냥:저는 케이크 그림이 나오기 전에 엄청 충격을 받은 그림이 있었는데, 33쪽에 나와요. 저자가 소년원에 근무를 시작하면서 만났던, 굉장히 거칠게 이야기하면 사건 사고를 많이 일으키는 재소자 소년의 인지능력을 검사하기 위해서 ‘이 그림을 보고 따라 그려봐’라고 말했던 거죠. 그런데 따라 그리는 건데도 결과물이 정말 달라요. 33페이지에 예시였던 그림과 실제로 소년이 그것을 따라서 그린 그림이 같이 실려 있는데, 이 한 페이지만으로 저는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우리가 똑같은 것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보고 파악하는 것’ 자체가 나와 다른 사람이 다를 수가 있고 그러면 그것을 파악한 결과인 ‘이해’ 즉 어떻게 이해했느냐도 다를 수 있다는 깨달음이 크게 왔어요.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깨달음과 충격이 계속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한자(황정은):저도 그 그림이 상당히 충격이었어요. 저자도 그 그림을 보고서 충격을 받아서 직장을 아예 옮긴 거 아닙니까? 병원을 나와서 교정시설에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된 건데, 초반부터 그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저자를 좀 믿을 수 있는 상태에서 글을 읽기 시작했어요. 이런 류의 글을 읽을 때 약간의 경계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하잖아요. 그런데 좀 믿으면서 읽을 수 있었고. 33페이지의 그림을 딱 펼쳐둔 순간에, 이 그림을 저자가 평생 잊을 수 없는 충격이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저도 비등한 정도의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냥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애초에 세상을 보고 듣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그 그림이 보여주지 않습니까? 그 그림을 눈으로 보자마자 느낀 무참함이 있었는데, 그동안 얼마나 세상 사는 게 힘들었을까. 세상이 이렇게 보이는데 사회에서는 이들을 향한 평가가 너무나 가혹한 거죠.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 교정시설에 도착할 때까지 어디에서도, 그걸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많이 무참했고 그리고 정말 슬펐어요.

가정에서 이들의 상태가 발견이 되지 않는 이유가 책에서도 언급이 됩니다만 크게 두 가지잖아요. 첫째가 아이를 담은 환경이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고 문제를 발견하고 그런 다음에 병원에 데려갈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가 발견이 안 된다는 거죠. 즉 가난하거나 학대를 겪고 있는 사례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가 보호자의 상태가 아이의 상태와 다르지 않은 경우를 짧게 언급을 하더라고요. 학교에서도 발견이 돼야 되는데 안 된 거죠. 학교는 학업 성적 결과를 중심으로 학생들을 판단하는 시스템이라서 학생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일단은 공부를 잘하는가 못하는가에 있다 보니까 그 잣대로 보면 이들은 그냥 공부 못하는 학생들인 거예요. 학업 부진을 겪는 학생들이고. 이런 단순한 기준으로는 이 청소년들의 상태를 알 수가 없고. 그런데 한편으로 저는 이 ‘알 수 없음’ 상태가 대단히 능동의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호박:어떤 면에서죠?

한자(황정은):개개 학생이 가진 ‘문제’가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 점점 되고 있는 것 같아서 많이 걱정이 됐어요. 왜냐하면 선생님들에게 여력이 없어요. 반에 이런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도 그 문제를 발견해도 지금 교육 여건에서 교사들이 할 수 있는 바가 많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그래서 여러모로 이 그림이 준 충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냥:단호박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에 경계선 지능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고 저도 최근에 뉴스를 통해서 접했어요. 우리가 흔히 평균적이라고 하는 지능보다 조금 낮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 어려움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생각보다 많고, 우리가 그들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자세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는데요.

(경계선 지능을 가진 사람은) 겉으로 볼 때는 낮은 수준의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고, 그래서 부모를 비롯해서 교육 현장에 있는 분들도 알아차리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거죠. 그게 정말 맹점인 것 같아요.

한자(황정은):제가 아까 ‘알 수 없음의 능동 상태’에 관한 이야기를 좀 했는데, 교실 안에 더 큰 문제로 다뤄지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그게 문제가 돼서는 안 되는 상황이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이런 학생들 같은 경우는 한두 번의 관심으로 상태가 학습 능력이 개선이 되는 게 아니라서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렇다 보니까 더 몰이해라든지 무지의 상태로 그냥 두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저는 좀 들기도 했고요. 가뜩이나 지원이 부족하고 세상의 이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그림을 그린 이들이 너무 갑갑하게 살았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이들이 결국은 소년원이나 교도소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가 너무 기가 막혔어요.

단호박: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 누군가 문제를 일으키면 ‘쟤는 꼴통이라서 그래, 쟤가 심성이 나빠서 그래’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하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그냥 인지 능력이 부족해서 쉽게 그것을 화로 대체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서 그런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표현을 하고 있거든요.

한 번 짚고 넘어가야 될 부분이 있다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모두가 이런 경계선 지능인 것은 절대 아니고요. 특정 교정 시설에 있는 사람들 중에 이런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 자체가 그 사람이 악해서가 아니라 이제까지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한 느린 학습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을 하고 있고요.

한자(황정은):근데 그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30% 이상이고요. 저자가 만나는 내담자들이 대부분 청소년이라서 성인의 경우까지는 책에 언급이 되어 있지 않아요. 그렇지만 저자가 추측하기로는 성인의 경우에도 재소자 중에도 상당수가 있을 거라고 예측을 하죠.

저자가 소년원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질러서 그 시설에 들어와 있는 거예요. 살인을 저질렀다거나 성폭력을 저질렀다거나 혹은 미수라도 범죄에 준하는 처벌을 받은 학생들인 거잖아요. 그런데 이들 중에서 단호박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경계선 지능이나 혹은 낮은 인지 기능을 가진 사람이 상당수 있다는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내내 하는데, 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다가 범죄에 노출되기가 더 쉬운 환경인 거잖아요. 그래서 결국 소년원에 다다르는 과정을 이 책이 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패턴이 이렇잖아요. 기존의 학습이나 교과 과정에서는 소외되고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니까 당연히 수업을 따라가질 못하죠. 그리고 또래 집단에서는 또 이해를 받지 못해요. 그러다 보니까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속에 울분을 쌓고, 그러다 보니까 범죄에 노출되고, 범죄 환경에 노출이 됐을 때 저지를 확률도 높아지고, 사실 이들이 범죄에 다다르게 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이들이 갖고 있는 낮은 인지 기능이라든지 경계성 지능이라기보다는 세상의 몰이해 혹은 무지가 원인이라는 점을 책에서 짚고 있어요.

그냥:맞아요. 그래서 저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4차 장애’라고 표현한 게 가슴에 콕 박혔는데요. 이렇게 쓰여 있어요. 1차 장애는 장애 자체에 따른 것, 2차 장애는 주변에서 장애에 대한 이해를 받지 못하고 학교 등에서도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따른 것. 3차 장애는 비행을 저지르고 교정시설에 들어왔는데 역시나 이해받지 못하고 엄격한 지도를 받아 한층 더 악화되는 것, 그리고 4차 장애는 사회에 나와서도 이해받지 못하고 편견 때문에 일을 계속하지 못해 다시 비행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라고 정리를 해 두었거든요. 이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고 있고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거예요.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저자가 만났던 사람들이 재소자이기 때문에 책에서 그들의 사례를 언급하고 있지만, 꼭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고 교정시설에 들어간 사람이 아니더라도 경계선 지능을 가지고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가 이해를 시작해 볼 수 있는 단서들을 이 책이 많이 제공해 준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정말 또 마음이 아팠던 것은, 학교에서는 이들을 지켜보고 지도하고 관리를 해줄 선생님이 있지만 사회에 나오면 그렇지 않은 거예요. 누구도 나를 배움이 마땅한 존재로 보지 않고, 그러니까 실수해도 끌어주고 돌봐줘야 할 존재로 보지 않고, 그리고 겉으로는 경계선 지능이라는 게 크게 티 나지 않기 때문에 ‘너는 왜 이걸 못해, 다른 사람 다 하는데 왜 이게 안 돼’라는 평가를 계속 받게 되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사회에서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매번 그런 지적과 비난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그곳에 오래 있을 수 없고, 그러면 자꾸 일을 그만두거나 옮기는 일이 생기고, 나이가 들수록 이 사람의 경제 기반이 다져지지 못하죠. 아니면 ‘나는 더는 경제 활동을 못하겠다’ 해서 집에서 은둔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책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인 것 같아요. 막연한 상상이라든가 추론이 아니고 정말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서, 지금 그러고 있을 많은 청춘들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단호박:인지 기능이 약한 청소년의 경우에는 특징이 있다고 정리를 하고 있는데요. 이 책에서는 ‘5 1’로, 5가지 기능 플러스 한 가지 기능으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특징으로인지 기능이 약하다는 것을 들고 있는데요. 느린 학습자의 경우에는 보고 듣고 상상하는 힘이 약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죠.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 이후에 내가 어떻게 될 거야’라고 상상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돈이 모자를 때는 ‘부모님한테 빌려야지’ 혹은 ‘빌린 다음에 3개월 동안 일해서 벌어서 다음 갚아야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 애를 때려서 빼앗아야겠다’ 이런 식으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로로만 가게 된다는 거죠. 두 번째로는 감정 제어 능력이 약하다는 점을 들고 있는데요. 감정을 통제하는 걸 어려워하고 쉽게 화를 내고 그래서 인지 과정까지 이르는 데에 화가 가로막기 때문에 추론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고요. 세 번째로는 융통성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는데요. 어떤 일이든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고, 혹은 ‘이런 경우가 생길 때는 이렇게 행동해야지’라고 한 번 정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저는 네 번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자기 평가가 부적절하다는 항목이 있었어요. 자신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사회 안에서 나의 위치가 어디고 지금 내가 무슨 문제를 일으켰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거죠. 자신감이 너무 넘쳐서 나는 뭐든 할 수 있다고 여기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부족해서 나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점점 더 안에 갇히게 되는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고요.

한자(황정은):이 내담자들이 교정시설에 들어와 있는 상황 아닙니까? 그래서 변화가 필요한 사람들인 거예요. 밖으로 나갔을 때 이전과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그런 변화가 있어야 되는데, 일단은 자기 인식이 있어야 변화를 할 수가 있는 거잖아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거기에서 달라질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저자가 이걸 굉장히 중요하게 이야기를 했더라고요. 따로 챕터를 활용을 해서 서술을 많이 하고 있어요.

변화가 있으려면 자기 성찰이나 자기 반성이 있어야 되는데, 이 성찰과 반성이라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즉 자기 인식이 먼저 있어야 하는 일인데, 이 점을 저자가 짚고 있어요. 그래서 변화의 요인으로 두 가지를 중요하게 꼽습니다. 나를 아는 것, 그리고 자기 평가 향상이 있더라고요.

저자는 실제 현장에서 경험으로 효과를 본 수업 방법을 소개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자기 평가 향상은, 수업 과정에서 발견을 한 건데, 아무리 설명을 해도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질 못한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자포자기 하듯이 ‘그럼 너희들이 나와서 해봐’라고 이야기했더니, 앞에 나와서 자기들이 직접 가르치는 역할을 너무 하고 싶어 하고 답을 알려주고 싶어 하는 거예요. 이 과정으로 자기 평가가 놀라가는 걸 경험을 했다는 거잖아요.

이런 식으로 자기 인식을 강화하는 방법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는데, 자기 인식이 중요한 이유가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기준이 있어야 내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규범이 내면에 쌓이는 거잖아요. 이건 해서는 안 되는 일, 이건 해도 되는 일, 이런 규범이 생기는데. 내가 갖고 있는 규범하고 실제로 내가 하는 행동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경우에 사람은 누구나 불쾌감을 느낀다는 거예요. 이런 걸 느껴야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구나’ 깨닫고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이 된다는 거잖아요. 그렇지만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는 청소년의 경우에는 자기 인식이 부족한 상태라서 자기 성찰이나 반성이 앞설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수업을 통해서 자기 인식을 키워놓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좋은 점이 현장에서 효과를 거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소개를 하고 있다는 거예요. 아까 제가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경계선 지능이라든지 낮은 인지 기능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대면했을 때 실제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트레이닝 방법이 있거든요. 하루에 5분씩만 해서 인지 기능을 훈련시키고 단련시킬 수 있는 방법까지도 소개를 하고 있어요. 해결 방법이 허황되지 않아서 저는 너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단호박:아까 문제 아이들의 특징을 이야기했는데, 그 특징들로 인해서 다섯 번째 특징이 생긴다고 합니다. 다섯 번째 특징은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이 약하다는 점인데요. 융통성이 없고 자기 평가가 없고 감정 제어 능력이 약하니까 그 결과로 인해서 사람들이 점점 더 이 사람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걸 힘들어하고, 그러다 보니까 점점 더 고립되고 계속 악화되는 지점을 짚고 있습니다.

플러스 원( 1)으로 설명해 놓은 부분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신체 운동 기능이 떨어진다는 부분이 있었잖아요. 이게 왜 플러스 원이냐 하면, 어렸을 때 운동을 시켰거나 아니면 운동부에 들어가서 신체 능력을 발달시킨 친구들이 있는 거예요. 그런 경우에는 신체 운동 기능은 매우 뛰어나지만 다른 부분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이 신체적 능력을 가지고 더 사고를 치게 되는 경우도 있는 거죠. 신체 운동 기능이 떨어진다는 표현은 뭐였냐면, 자신의 몸을 다루는 것이 서투르다는 거였거든요. 세밀한 손동작을 하지 못하거나 ‘내가 이렇게 걸었을 때 어느 쪽으로 갈 것이다’라는 인지 기능이 제대로 정립이 안 되기 때문에 자주 넘어진다거나 일을 할 때 잦은 실수가 생긴다거나, 그래서 이 특성으로 인해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래서 경제적으로 나빠지고 또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자(황정은):  저는 이 책에서 많이 생각한 말이 있었어요. 대부분 많이 생각을 하게 했지만 그중에 가장 저를 생각하게 만든 말이 이거였는데요. ‘미성년 범죄가 일어나면 사회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에 몰두할 뿐 어떻게 하면 막을 것인가를 덜 고민한다. 혹은 거의 고민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가 이 책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말을 많이 생각했는데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되짚어보고 탐구하는 일도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문제를 개선한다거나 해결하는 일의 초석에 그 단계가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저희가 이야기했듯이, 영국 사회에서 아동학대나 아동 살해를 막기 위해서 하는 일 중에 사건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게 오답 노트를 작성한다는 거잖아요.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에 나온 내용이기도 한데,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은 사실은 어떻게 하면 막을 것인가를 묻는 과정의 첫 번째 질문인 것 같아요. 꼭 필요한 질문이고.

이런 걸 생각하다 보면 한국 사회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습니까?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 사회에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라는 질문이 있어요. 대단히 격렬하게 있는데, 그런데 이 질문이 매우 도착적이고 유희적인 관점에서 잠깐 발생했다가 그냥 사라지고는 해요. 어떤 끔찍한 개별적인 괴물의 소행인 것처럼, 그런 식으로 그냥 소비되고 말 뿐이죠. 사건 자체가 그렇다 보니까 질문의 토대 자체가 매우 약합니다. ‘어떻게 하면 막을 것인가’ 이 고민도 한국 사회에 있어요. 그런데 애초에 이 질문이 토대가 약하고 약간 엉뚱한 방향으로 쌓이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을 막을 것인가’라는 고민이 한국에서는 예컨대 촉법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지기도 한단 말이죠.

촉법 연령을 낮추자는 요구에 따르는 이야기들은 사실 매우 고통스럽고 또 조심스럽습니다. 특히 피해자라든지 가족 입장을 생각하면 그냥 쉽게 이야기할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반대로 촉법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말은 대단히 쉽게 나옵니다. 저는 촉법 연령이라는 것은 ‘어떤 미성년 개인이 미성숙하거나 혹은 반사회적인 행동을 했을 때 그 사람이 속한 사회가 그 행동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을 하고 그 책임을 나눠지겠다는 일종의 마지노선 성격을 가지는 선언’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제가 느끼기에는 촉법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 증가하는 것 같은데,  이런 요구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유는 그쪽이 아무래도 쉽기 때문인 것 같아요. 미성숙한 혹은 내면에 어떤 문제가 있을지 모를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꾸준히 노력해서 문제의 원인을 없애는 데 얼마나 큰 노력이 들어가겠습니까? 그보다는 처벌 연령을 대폭 낮추는 게 쉽겠죠. 그렇지만, 예전에 문유석 전 판사님이 오셨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형법은 모든 갈등과 사건의 최종 지점이에요. 왜 최종 지점에서 원인을 찾습니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우리 사회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단호박: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촉법 연령에 관한 문제는 저는 가두리 양식 같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문제가 보이는 것을 일단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 시설에 넣거나 교도소에 넣거나 교화 시설에 넣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하자라는 식으로만 지금 반영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됐고요.

2010년 한국 연구에 따르면 82명의 성폭력 가해 청소년의 지능을 검사했을 때 26.5%에 해당하는 19명이 지적장애 혹은 지적 경계선 지능에 해당하는 지적 수준을 보였다는 연구가 있었고요. 그리고 2016년 기준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연구를 했을 때 전국의 소년원에 있는 118명의 보호소년 중에 정신질환이나 품행장애로 정신건강 치료가 필요한 보호 소년이 230명 전체 인원 대비 26.6%였고요. 이 중에 37%가 지적장애 및 경계선 지능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교화시설에서 정신건강 치료가 필요한 보호소년이 적어도 23% 라는 점은 어쨌든 이 친구들이 범죄를 저질렀고 교화 대상이긴 하지만 반면에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기도 하다는 뜻이 될 거고요. 37%의 치료가 필요한 친구들 중에 1/3 정도가 경계선 장애 내지는 지적 장애 문제를 가졌다는 것은 이 친구들에게 낮은 인지 과정을 치료할 혹은 좀 더 나아지게 할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겠죠. 여태 부재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그런 지점을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단호박:오늘 저희가 같이 읽은 책은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이었고요. 미야구치 코지 저자, 부유나 역자, 그리고 박찬선 교수의 감수로 만든 책입니다.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다음에 저희가 읽을 책 무엇이죠?

그냥:다음에 같이 읽을 책은 제가 골라봤는데요. 방구석 저자가 쓰고 김영사에서 만든 『취미가 우리를 구해줄 거야』를 같이 읽겠습니다.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
미야구치 코지 저 | 부윤아 역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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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극적인 변화의 시대를 살아온 세대의 삶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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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량 작가는 그의 첫 에세이 『우리가 이 세상에 머무르는 까닭』에 77년 삶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시간여행을 통해, 역사상 최대 격변기 시대를 거쳐 온 해방둥이 세대의 삶 이야기를 담았다. 삶의 깊이와 무게가 덧입혀진 그의 글은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갈 길을 잃은 채 지금의 이 삶을 그저 견디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경험하지 못한 시간”을 접하며 따뜻한 위안과 용기를 얻게 하고, 동시대를 함께 한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고비를 뜨겁게 헤쳐 나왔던 “잊혀진 시간”과 만남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추억하게 한다. 



『우리가 이 세상에 머무르는 까닭』은 작가님의 첫 데뷔작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 책을 집필하시게 된 계기와 책의 주요 내용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을까요? 

100여 명이 모인 고등학교 동창들과의 단톡방에서 ‘나는 무엇으로 이들과 소통을 할까?’라는 고민 속에 한 편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여든 살이 다 된 친구들이 제 글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공감하며 많은 댓글들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나만의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의 뜨거운 응원과 지지 속에 4여 년간 단톡방에 연재글을 싣기 시작했고, 이를 본 딸이 저의 글을 엮어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펴내게 되었습니다.

1부에서는 일제 침략과 6.25로 황폐할 데로 황폐한 환경에서 우주 시대에 오기까지 살아 온 과정을 담았으며, 2부에서는 우리가 사는 이 땅덩어리 위에서 필연적으로 만나야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3부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들 중에서 조금은 남과 다른 것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4부에서는 평범한 주변의 일상 속에서 보고 느낀 바를 가벼운 마음으로 적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머무르는 까닭』이란 제목은 매우 독특하고 인상적입니다. 독자들 사이에서도 제목에 크게 이끌려서 책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독특한 제목을 선택하신 이유와 그 과정에 대해 들어볼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디로부터 와서 이 지구상에 태어났는지 모릅니다. 어느 날 한순간 ‘으앙’ 소리를 내며 나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 없이 지구상에 나타났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태어난 지구는 그렇게 아무런 걱정 없이 편하게 살 수 있는 낙원은 아닙니다. 그래도 머무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까닭을 찾아 떠나보려고 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원고 작성뿐만 아니라 책의 편집, 디자인, 기획 등 제작 전반에 걸쳐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출판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하던 사람들이 직접 책을 발간했습니다. 그것도 딸과 아버지가 둘이서 이루어 냈습니다. 어느 아버지와 딸이 이런 일을 함께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책 표지 디자인을 기획하는 데 있어, 내가 걸어온 삶의 발자취를 따라 시간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고자 하였습니다. 글꼴의 경우는 저의 글씨체와 비슷한 제주한라산 글꼴을 선택하게 되었으며, 글자 색의 경우 제가 좋아하는 진초록색으로 하였습니다. 진초록색이 갖는 따뜻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느낌이 제목을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또 하나 신경을 많이 썼던 부분은 문단 나누기였습니다. 적절한 문단 나누기로 글을 읽는 분들께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독자들에게 이러한 정성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머무르는 까닭』은 에세이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성찰이 담긴 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글을 쓰시면서 특별히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나 신경 썼던 점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처음부터 책을 염두에 두고 썼던 글이 아니고, 저의 인생 발자취를 따라가는 시간 에세이였습니다. 그래서 어떤 점에 특별히 중점을 두거나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본연의 모습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성장해 온 격변의 시대 속 다양한 경험들과 깨달음, 가족들에 대한 저의 애틋함, 제가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의 소중한 추억, 그리고 이 안에서 제가 했던 역할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고 봅니다.



작가님에게 '우리가 이 세상에 머무르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에 따라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절대자의 의지에 따라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절대자는 이 세상을 아무 근심 걱정 없는 천국으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기가 만든 피조물들이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갈 때 삶의 ‘아름다움’이 피어날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희망도 주었고, 용기도 주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볼 수도 만져볼 수도 없는 ‘정과 사랑’도 주었습니다.

우리의 생명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자유의지에 따라 우리에게는 이 세상에 머물러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몰입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이야기가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살아온 환경과 지금 세대가 겪고 있는 환경은 매우 다르지만, 똑같이 삶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배려의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면 남의 부족함을 제가 채워주고 다른 사람은 저의 부족함을 채워줄 것입니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를 잘 설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구부러지지 않는 긴 팔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을 먼저 밥을 먹여 주는 곳이 천국이고, 서로 자기 입에만 밥을 넣으려고 하는 곳이 지옥이랍니다.

오히려 제가 살아왔던 시대적 환경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의 환경이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럴수록 서로 더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첫 책이 많은 독자분들께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차기 작품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지, 혹은 현재 구상 중인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언제부터인가 소망했던 저의 책을 낸 것이 지금도 꿈만 같습니다. 만약 차기 작품을 쓰게 된다면 한 가지 써보고 싶은 것은 있습니다. 일상 속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말하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큰 행사를 치를 때 꼭 빠지지 않는 것이 ‘내빈 소개’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다른 초청 인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빈 인사들만이 어떤 모임을 빛내주기 위해 참가한 특별한 인사가 아님에도 우리 주변에서 이러한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일상 속에서 느끼는 이러한 불편한 감정들을 토로하고 개선하기 위한 방향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김상량

한국전쟁의 폐허부터 디지털 시대까지 역사상 가장 극적인 변화 시대를 살아온 해방둥이 세대이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고시에 합격하여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KT&G 상무와 한국담배 판매인회 중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끝자락 마을’이라 불릴 정도로 깡촌인 작은 시골 마을에서도 가장 가난한 집 6남매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고, 잦은 병치레로 위태롭고 힘겨운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누군가 그때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면 어떻겠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말하겠다.

“그래도 그립다 말하리!”


우리가 이 세상에 머무르는 까닭
우리가 이 세상에 머무르는 까닭
김상량 저
아침놀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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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사랑의 자국을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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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글 작가 에밀리 보레, 그림 작가 뱅상


아침에 잠에서 깬 아이는 울고 있는 엄마를 보며 오늘이 여느 날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불길한 예감으로 우리 고양이 ‘듀크’가 어디 갔냐고 묻는 아이의 질문에 엄마는 시선을 피하며 엉뚱한 이야기를 지어낸다.

2023 스위스 들레몽 베데상 파이널리스트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쓴 에밀리 보레는 네 살배기 아들에게 반려묘의 죽음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던 개인적인 경험에서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작업을 함께 해 오고 있는 파트너 뱅상과 두 번째 그림책을 만들었다.

듀크의 죽음 언저리를 빙빙 도는 대화를 나누며 엄마와 아이는 듀크의 뒤를 따라나선다. 하늘 위로 또 땅속으로, 남아 있는 사람은 도무지 가늠할 수도, 도착할 수도 없는 세계로. 가장 현명한 애도의 방식을 그린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의 작가 에밀리 보레와 뱅상을 서면으로 만나 두 사람이 안내하는 지극한 사랑의 자국을 따라나섰다.


 

#어느 아침, 고양이의 죽음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에밀리:제 아들 뤼시앵이 네 살이었을 때 우리 집 고양이 듀크가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뤼시앵이 듀크를 정말 사랑했기에, 저는 차마 먼저 이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뤼시앵이 듀크에 대해 먼저 물어볼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는데… 절대 물어보지 않더라고요. 전에는 매일매일 듀크의 이야기를 했는데도 말이죠. 미스터리해요.

그로부터 3개월 뒤, 우리 가족은 위령의 날을 맞아 가족 공동묘지에 갔어요. 뤼시앵은 무덤 사이를 즐겁게 뛰어다녔지요. 그리고 다시 차에 올라타자마자 말했습니다. "듀크 어딨어?" 저는 온몸이 떨렸어요. 그리고 뤼시앵에게 사실을 말해 주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오랫동안 침묵한 것이 부끄러웠어요. 며칠 후 어느 밤, ‘듀크 어딨어?(il est où diouke)?’(『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의 원제) 라는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죽음과 나 사이의 관계였다는 것, 아이들의 순수함이 아니라 어른들의 두려움이었다는 것을 저는 마침내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림책 파트너

두 분은 파트너로서 두 권의 그림책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함께 작업하게 되었나요? 

에밀리:우리는 예전에 스위스의 한 신문사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어요. 그때 서로 좋은 느낌을 받았고, 뱅상의 그림을 좋아해서 함께 작업하게 되었어요. 뱅상은 스위스에, 저는 프랑스 서부에 살고 있어 삶 전반을 공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는 아주 좋은 친구가 되었지요. 책 사인회나 워크샵을 위해 자주 만나는 그 시간을 즐깁니다.

 

#만화와 말풍선

그림을 그린 뱅상에게 질문 드립니다. 주로 만평가로 활동했는데요, 만화 작업과 그림책 작업은 어떻게 달랐나요?

뱅상: 저의 작업이 그림책과 만화 사이에 있다는 그 감각이 마음에 듭니다. 그 사이에서 이야기에 특정한 리듬을 부여해 멈추어 생각하는 부분과 가속도가 붙는 순간을 만들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아이가 엄마에게 망토를 건네는 순간처럼요. 만약 하나의 이미지로 그렸다면 표면적인 장면에 그쳤을 겁니다. 순차적으로 컷을 넣어 보여 주었기에 감정을 인상적으로 남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우리 슈퍼고양이

아들 뤼시앵이 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도 궁금해요.

에밀리:뤼시앵은 다섯 살 때 이 책을 읽었고, 우리는 듀크에 대해 정말 많이 이야기했어요. 뤼시앵은 책의 첫 페이지에 자기 이름이 있다는 걸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답니다.

저는 최근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었어요. 뤼시앵은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매우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 같습니다. "무척 슬프지만 우리는 할아버지와 함께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라고 말해 주더라고요.

두 분의 ‘슈퍼고양이’를 소개해 주세요.

에밀리:듀크는 커다란 검은색 터키쉬 앙고라였는데, 위엄 넘치는 폭군 고양이였답니다! 어느 때는 왕자처럼 보이기도, 굼벵이나 작은 나뭇가지를 잔뜩 달고 돌아오면 부랑자처럼 보이기도 했지요. (웃음) 동네를 산책할 때면 마치 강아지처럼 우리를 따라나서서, 동네 사람들 모두가 듀크를 알았어요. 사랑스러운 먹보 고양이였습니다.

뱅상:저는 사실 고양이를 키우지 않아요. ‘강아지파’에 가깝습니다. (웃음)

책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요?

에밀리:아이가 엄마의 어깨에 슈퍼 히어로 망토를 둘러주는 장면이 좋아요. 이 장면은 뱅상의 완벽한 작품이에요!

뱅상:아이가 엄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듀크가 아이 몸 위로 기어오르는 장면을 그리는 게 좋았습니다.



#요즘의 아침

두 분은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시나요? 어떤 작업을 하며 지내고 있는지도 들려주세요.  

에밀리: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검은 고양이 코르보(프랑스어로 ‘까마귀’라는 뜻)에게 아침을 줍니다. 음식을 줄 때까지, 안아 줄 때까지 끊임없이 야옹야옹 하고 울거든요. 그러고 나서 제가 마실 커피를 내려요. 그런 다음… 역시나 안아 주는 걸 좋아하는 아들을 깨운답니다. 효우!

뱅상:아침에 가장 먼저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습니다. 직업이 만평가이기 때문이죠!


#한국의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이 책을 만날 한국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에밀리:듀크가 우리와 멀리 떨어진 여러분의 나라까지 여행하게 된 것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지구상의 우리가 같은 감정과 욕구로 연결되어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 기쁩니다.

가수이자 피아니스트인 오빠가 2013년에 한국의 자라섬 페스티벌에 다녀왔는데 그 열기를 잊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좋아했어요.

뱅상:즐겁게 읽어 주세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약간의 눈물을 흘렸으면 좋겠네요.



*에밀리 보레

1984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2006년부터 스위스에 살고 있습니다. 프랑스 최고 예술문화교육기관인 에콜 뒤 루브르를 졸업했습니다. 문학과 예술사 전공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글쓰기와 문화적 소통에 적극적입니다. 정체성의 문제를 유쾌하게 그린 『장 블레즈』에서 보듯이 익살스러운 문체가 특징입니다. 불어권 스위스에서 펴내는 풍자 주간지 〈비구스(Vigousse)〉에서 문화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아동서로 『부모님을 잠재우는 괴상한 이야기(Contes saugrenus pour endormir les parents)』, 『하얀 늑대 세르주(Serge le loup blanc)』 등을 펴냈습니다.


*뱅상

1979년 제네바에서 태어났고 에밀 콜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2010년부터 불어권 풍자 신문 [비귀(Vigus)]에서 만화를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2014년부터는 제네바의 일간지 [르 쿠리에(Le Courrier)]와 일하고 있습니다. 만화책 『로제 - 예술의 어린 시절(Rodger - L'enfance de l'art)』의 그림 작가이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
에밀리 보레 글 | 뱅상 그림 | 윤경희 역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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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의 이상한 시간 여행 -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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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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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던 네 명의 가족 구성원이 한집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때로는 좌충우돌, 때로는 따뜻한 에피소드를 그린 소설입니다. ‘상속을 받으려면 상속인들이 모두 한집에 살아야 한다’는 할머니의 유언에 담긴 비밀, 그리고 이 조건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후회로 가득했던 자신들의 과거와 마주하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상속인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냅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번 책 『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와 작가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독한 아버지를 둔 여고생 가에에게 난데없이 유산 상속 이야기가 날아들었습니다. 하지만 유산을 상속받으려면 얼굴도 모르는 상속인들과 함께 사는 것이 조건이었고요. 처음 만나는 성깔 있는 친척들과의 공동생활을 통해 모두가 조금씩 변해가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작가가 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11권 정도 출간했고, 그중 『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도 포함해 총 세 작품이 한국에 출간되었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쓰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로맨스, 미스터리 등 여러 장르의 소설을 출간하고 계신데요,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쓰시게 된 계기와 이유가 궁금합니다.

원래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림을 잘 못 그리고, 싫어해서... 그래도 2권 정도 출간했습니다만, 만화가가 되는 것은 어렵겠다고 생각했을 때, 끌리는 소설을 만나서 저도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등학생 때의 일이네요.

『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를 집필할 때 가장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나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나 문장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상속에 관한 상세한 법률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제가 쓰고 있는 것이 맞는 건지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소설을 쓰는 동안 항상 불안이 따라다녔습니다. 결국 전문가가 감수해 주셔서 어떻게든 쓰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문장은, “……이상적인 것이, 반드시 올바른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입니다.

요즘 작가님을 행복하게 하는 건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는 소설을 쓰고 있을 때가 즐겁습니다만, 동시에 괴로움이나 불안도 따라다닙니다. 작가가 되면 단지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순수하게 즐겁다고 생각하는 것은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관전할 때입니다. 일본 선수는 물론 한국의 차준환 선수의 경기도 보고 있습니다. 저는 피겨스케이팅 경기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국적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어느 선수나 최고의 연기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가족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함께 살지 않아도 가족이기는 하고, 같은 집에서 함께 살고 있어도 가족이 아닌 경우도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에게는 감정만으로 나눌 수 없는 것도 있다고 생각하고, 시대나 국가, 지역에 따라 그 형태는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수만큼 가족에 대한 생각도 다양할 것입니다.

이 책을 어떤 분들에게 선물하면 좋을까요?

특정한 누군가가 읽어주었으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족의 형태를 그리고 싶어서 쓴 작품이기 때문에 평소에 가족과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또는 가족과 사이가 좋지만 다른 가족의 형태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 등, ‘가족이란 무엇일까?’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읽는다면, 이 소설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를 읽었거나, 앞으로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책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손을 떠나 독자분들이 이 책을 손에 쥐었을 때부터 책은 그 사람 각자의 것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가족에 대해 생각해도 좋고, 시간 때우기든, 좋아하는 장르였기 때문이든, 무엇이든 좋습니다. 여러분들이 이 책을 즐기며 봐 주시길 바랍니다.



*사쿠라이 미나

1975년생. 니가타현에 거주하는 일본 소설가. 제19회 전격소설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2013년 『비짜루가 자란 정원』으로 데뷔했다. 작가의 원작을 기반으로 한 동명의 만화 『담장 안의 미용실』(코히나타 마루코 그림)이 제24회 문화청미디어예술제 만화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는 『거짓말이 보이는 나는 솔직한 너에게 사랑을 했다』, 『환상열차 우에노역 18번선』 등이 있다.


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
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
사쿠라이 미나 저 | 현승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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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차 교사가 말하는 초등교육 “모험은 삶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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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성인이 되어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가려면 ‘자립심’을 키워내는 교육이 가장 중요한데, 어떤 교육이 아이의 자립심을 기를 수 있을까? 아이가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내기 위해 부모와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39년 동안 교직생활을 해온 교사이자 혁신학교 공모제 교장을 도맡은 교육전문가 최관의 선생님을 만났다.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 독자 여러분들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최관의입니다. 아이들은 저를 ‘관샘’이라고 불러요. 아이들과 지낸 지 서른아홉 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골고루 만났습니다. 35년 정도 쭈욱 교실에서 아이들과 지내다, 공모제 교장으로 4년 동안 한 학교 교육을 책임지는 역할을 했어요. 교장 임기를 마치고 나서는 다시 교실로 돌아왔죠. 정말 많은 이야기가 그 시간 속에 있어요. 이야깃거리가 넘치지요. 많은 걸 배우고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 는 어떤 책인가요? 

교실을 중심으로 부모와 아이들, 그리고 동료 교사들과 살아오면서 깨달은 걸 글로 쓴 겁니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 자녀 키우며 이런저런 일로 깊은 잠 못이루는 부모님들 손을 잡는 마음으로요. 우리 손 잡고 아이들 잘 키워 보자, 지혜를 모아 보자, 서로를 품고 다독이자 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썼어요. 그게 이 책의 내용입니다. 부모님에게 39년차 초등교사의 띄우는 편지인 셈이죠!

담임을 할 때 부모님들과 한 달에 한 번씩 공부 모임을 하면서 부모들은 자녀 키우는 이야기, 저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때처럼 부모님들과 읽으면 마음이 열리고 말이 트여서 아이들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올 그런 책을 쓰고 싶었어요. 이야기가 풀려나온다는 건 아이를 조금 더 넓고 깊게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한다는 걸 뜻하거든요.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를 읽으면 “그래. 나뿐만 아니라 자식 키우는 사람들은 나처럼 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구나” 하며 긴장을 풀고 자식 키우며 겪는 일을 말로 끄집어낼 힘,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 는 제목이 듣자마자 어떤 느낌이 오면서도 또 추상적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초등 교육의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듯해요. 

이렇게 이야기해 볼게요. 설거지하다 보면 그릇도 깨고 사방에 물이 튀거든요. 요리한다고 칼질하다 보면 손을 베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설거지 안 하고 칼질 안 하나요? 설거지와 칼질 해 본 사람만이 그릇도 깨고 손을 베거든요. 그런데 해 본 사람만이, 하겠다고 나선 사람만이, 깨달을 수 있고, 얻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게 있어요.

교육은, 학교는 이런 일, 그러니까 설거지와 칼질을 하도록 판을 만들어 주는 곳이에요. 이게 ‘모험’이거든요. ‘도전’, ‘해보기’, ‘탐구’라고도 할 수 있어요. 책 표지에 있는 세 개의 섬처럼 ‘스스로 탐구하고 어울리는 곳’이 바로 학교입니다. 교육은 그걸 아이들의 수준, 놓여 있는 환경, 특성에 맞게 짜서 아이 주변에 판을 벌여 주는 일이고, 교사는 판에 들어온 아이들을 뒤흔드는 사람, 알맞게 힘들게 해서 깨닫도록 부추기는 사람이에요. ‘모험’으로 아이들을 뒤흔드는 걸 전문으로 하는 사람. 그러니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라지요. 모험하지 않으면 편하긴 하지만 사는 맛이 없어요. 그래서 책 제목이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입니다.

요즘은 실패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많이들 생각해요. 아이가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부모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모험’이란 낱말을 들으면 뭐가 떠오르나요? 저는 ‘길을 떠난다’, ‘두렵다’, ‘망설여진다’, ‘고생길에 들어선다’, ‘집 나가면 고생이다’ 뭐 이런 말이 떠올라요. 그러면서 동시에 ‘설렌다’, ‘기다려진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기운이 돈다’, ‘깨달음을 얻는다’, ‘세상이 새롭게 보인다’,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같은 말도 떠올라요. 모험에는 이 두 가지, 걱정거리와 설렘이 같이 있어요. 넘어지는 게 무서워 걷지 않을 수 없고, 물이 무서워 물가에 안 갈 수 없거든요. 그건 삶의 본질,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에요. 떠나야만 해요.

아이들이 실수하고 잘못해서, 노력했지만 원하는 수준에 오르지 못했을 때 겪어 내야 하는 일이 많아요. 그걸 누가 대신해 준다면 그건 아이들 삶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산다는 건 경험과 지혜를 끌어모아 선택하고,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과정이 되풀이되는 것, 삶은 ‘선택’과 ‘책임지기’가 되풀이되는 것입니다. 어릴 때가 ‘선택하고 책임지는 연습’에 가장 좋은 때라고 봅니다. 이걸 부모가 대신해 주는 경우를 학교에서 자주 봅니다. 안타깝지요. 아이들이 삶의 주인으로 우뚝 서려면, 홀로서기를 하려면, 독립하려면 실패를 겪어 봐야 해요. 목이 타야 물 맛이 나고 매서운 겨울을 견딘 다음 활짝 피는 봄꽃이 예쁜 까닭입니다.

교사와 학부모는 소통을 많이 해야 하는데, 관계 맺기가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학교에서 지내다 보면 부모와 교사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는 일이 있어요. 서로 부담스럽고 이야기라도 나누려면 몸과 마음에 힘이 들어간다고 부모도 교사도 서로 하소연해요. 그런데 부모와 교사 모두 같은 목적을 갖고 있거든요.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는 마음, 좋은 교육으로 우리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려고 마음 쓴다는 거지요.

교사와 부모가 아이들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도 다들 알거든요. 부모와 교사가 뜻이 맞으면, 손발이 맞으면, 1 1은 2가 아니라 3, 4, 5, 아니, 몇 배로 커지기도 해요. 이 책은 아이들이 모험을 하도록 도와주려면, 새롭고 낯선 것에 마음껏 도전하며 성장하도록 하려면 부모와 교사, 교사와 부모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어요. 부모도 교사도 완벽하진 않지만 아이를 중심에 놓고 노력하며 배우고 깨달아가면서 서로를 성장시키는 관계라고 봅니다.

사실 이 책을 후배 교사들에게도 힘이 되어 주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시대 후배 교사들을 응원하는 방법은 학부모와의 관계를 부드럽고 따스하게 풀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라고 믿어요.

책 제목이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이잖아요? 교실에서 아이들과 사과나 배 가져다 놓고 손 베이더라도 치료받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마음껏 과일까기 놀이든 공부든 하고, 칼로 연필깍기 하면서 손의 근육을 발달시키는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해요. 아이들끼리 다투고 싸워도 ‘이게 법정으로 가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을 떠올리지 않고 교육적으로 이야기하고 풀어갈 수 있어야 되거든요.

교사들이 부모의 응원과 지지를 받고, 동시에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마음껏 교육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심리적 환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부모 독자들에게 응원의 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흔히들 ‘물가에 내어놓은 자식’이라고 해요. 조마조마하고 불안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앞날의 일까지 그려지면서 잠을 설치는 이가 부모예요. 아이에게 좋은 게 눈에 보이는데 아이는 거기엔 눈길도 안 주고 딴짓만 하네요. 속이 타요. 뜻대로 안 되는 게 자식 교육이지요.

시간은 흐르고,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낼 수도 없고, 그래도 밝은 모습으로 아이 곁에서 아이 손 꼭 잡고 눈 맞추며 함께하는 사람이 부모예요. 이럴 때 아이는 느끼거든요. 부모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좋은 직업, 좋은 학력, 재산이 많고 적고는 별 상관이 없어요. 아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어요.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지금 이 순간을 아이와 마음껏 누리면 아이는 건강하고 밝게, 자기답게 자란다는 것을 믿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만 그런가요?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관의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1986년부터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지내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로 살다 보니 교사는 가르치고 아이들은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사이라는 걸 깨달았다.‘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꿈꾸지만 마음껏 어린 시절을 누리지 못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 아이들이 실컷 헛걸음도 하고 헤매며 자기 삶을 찾아가면 좋겠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고, 쓴 책으로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 『열일곱, 내 길을 간다』 『한반도 평화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
최관의 저
보리



추천기사





송승언 시인의 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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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평소 뭘 보고 듣고 읽을까?
언젠가 영감의 원천이 될지도 모를, 작가들의 요즘 보는 콘텐츠.



다큐멘터리 〈포크 호러의 황홀한 역사〉

키에르-라 재니스(Kier-La Janisse) 감독


고딕문학적 전통으로부터 출발한 영화들을 살피며 포크 호러의 특징을 탐색하는 다큐멘터리. 작품 소개나 장르 분석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 맥락을 살펴 더 흥미롭다. 일례로 이 다큐멘터리는 대중문화 속 마녀가 현재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은 영미에서 여성 인권이 신장되던 시기와 관계가 없지 않다고 말하며, 급변하는 60년대의 세계 정세, 당대 지식인들에게 유행한 오컬트, 이단의 수장이었던 상류층 여성 등등을 연결 지어 바라보는 등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이는 필름 내에도 활용되는 여러 포크 음악을 들어오며 내가 막연히 기다려왔던 그런 인식이었다.




게임(인터랙티브 영화) 〈이모탈리티(IMMORTALITY)〉

샘 발로우(Sam Barlow) 개발 | 하프 머메이드(Half Mermaid) 배급


마리사 마르셀(Marissa Marcel)은 1968년부터 1999년까지 총 세 편의 미개봉 영화를 찍고서 사라져 버린 배우이다. 모두 분실 혹은 파기된 것으로 여겨졌던 그 영화들의 필름 뭉치가 2022년에 발견되었다. 〈이모탈리티〉는 그 필름 뭉치를 살피며 조각난 영화들을 복원하고, 영화 제작에 얽힌 비하인드를 살피며 사라진 배우의 그림자를 좇는 인터랙티브 영화다. M. G. 루이스의 불경스러운 고딕 소설 『몽크』(1796)를 각색한 영화 〈암브로시오(Ambrosio)〉를 복원하는 과정이 가장 흥미로웠음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샘 발로우의 작업들에 늘 흥미를 느낀다. 그것들은 전혀 게임이 아니고, 영화와도 조금 다른 것이다.




음반 <SAVED!>

크리스틴 헤이터 목사(Reverend Kristin Michael hayter)


링구아 이그노타(Lingua Ignota)로 활동했을 적에도 그랬지만, 크리스틴 헤이터의 음악은 ‘예술이란 일종의 폭력’이라는 의견에 가장 잘 부합하는 사례처럼 생각된다. 그 폭력이란 예술가 내면에 펼쳐진 지옥을 똑같은 강도로 경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음반을 듣노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단 집회에 이끌려온 것만 같고, 터져 나오는 방언들 사이에서 나도 울고 춤추며 기도해야 할 것만 같다. 끔찍하고 아픈 동시에 황홀한 경험이다. 이 불경스러운 음반은 누구라도 들어야 하지만 아무나 들어서는 안 된다.




『지옥보다 더 아래』

김승일 저 | 아침달


저자는 자신이 경험하고 상상한 여러 사람과 장소에서 지옥을 찾는다. 돈 없는 한국인 여행객을 등쳐먹는 인도인 어린이에게서, 주말 외에는 텅텅 빈 채로 비좁은 서울 땅을 점유하고 있는 대형 종교 건물에서, 여러 사람들이 좋은 책이라고 여기는 막스 피카르트의 대표작에서. 예스24는 이 책을 ‘여행 에세이’로 분류해 두었다. 언젠가 우리가 가야 할 곳이 천국 아니면 지옥이며, 통념과 같이 우리의 인생이 여행이라고 본다면 맞는 분류다. 그리고 나처럼 모험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아마도 천국 여행보다는 지옥 여행이 훨씬 더 즐겁긴 할 것이다. 내가 편집한 책이지만 뻔뻔하게도 추천한다. 솔직히 재밌으니까.




음반 <이공일삼 이공이일 서울>

팔황단


작년부터 친구들과 종종 산에 오른다. 언젠가부터 불어온 유행의 흐름에 편승한 것이기도 하고, 안타깝게도 그럴 나이가 되고야 만 것이기도 하다. 지난달에는 관악산에 올랐는데, 중턱을 넘어서니 온통 새하얬다. 우리에게는 아이젠도 없었는데. 우리는 수차례 넘어졌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서 즐거웠고, 팔황단이 떠올랐다. 성스러운 곡조가 인상적인 〈내려온 몸〉의 가사의 부분은 이렇다. “산 위에서 내려온 몸이 바위 사이에 걸려 있네요.” 간 사람 생각. 산 위에서 어떻게 정치 생각을 안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중촌 산악회〉를 들으면서는 우리 산악회의 주제곡으로 삼으면 딱이겠다는 생각. 어쨌든 우리는 살아 있다. 아직까지는.



지옥보다 더 아래
지옥보다 더 아래
김승일 저
아침달



추천기사




[채널예스의 선택]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지옥보다 더 아래』, 『자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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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가 직접 읽은 신간을 추천합니다.
서점 직원들의 선택을 눈여겨 읽어주세요.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김웅철 저 | 매일경제신문사

일본에는 '스타벅스 치매카페'가 있다

주변을 배회하는 치매 노인을 위한 '버스가 오지 않는 정류장' 개발, 초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어른 대학' 운영, 건강과 피트니스를 결합한 비즈니스 개발 등 일본에서 초고령사회를 고민하고 대응했던 시도들이 담긴 책. 일본은 2000년 초부터 초고령국가가 된, 초고령국가 선진국(?)이다. 일본은 곧 우리나라의 미래를 예견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일본의 성공 사례를 통해 한국만의 고령화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자 할 때 유용한 참고서. 고령화는 단순히 인구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와 문화가 바뀌는 일이다. (정의정)


『지옥보다 더 아래』

김승일 저 | 아침달

어서 와, 이런 지옥은 처음이지?

‘지옥이 있다면 여길까?’ 삶의 순간들에서 자잘한 고통을 맞닥뜨릴 때마다 이런 질문을 떠올렸다면, 김승일 시인과 지옥을 여행할 준비를 끝마친 셈이다. 김승일의 산문집 『지옥보다 더 아래』는 ‘지옥’에 대한 책이다. 천국은 별로 궁금하지 않지만, 지옥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며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유년 시절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양재천, 스쿠터 열쇠를 잃어버리고 꼬마에게 선물을 뜯기는 인도의 낯선 마을. 김승일이 그리는 지옥은 낯설지만 어쩐지 익숙하고, 그래서 계속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하나의 지옥이 있으면, 또 다음 지옥, 그 다음 지옥. 더 아래로. (김윤주)


『자연을 찾아서』

토니 라이스 저/함현주 역 | 글항아리

한 땀 한 땀 기록한 신비의 세계

과학 기술이 발전하기 전에도 자연의 신비를 탐구했던 사람들이 있다. 대영박물관을 있게 한 한스 슬론의 자메이카 여행부터 마리안 지빌라 메리안의 수리남 체류기, 진화론의 배경이 된 찰스 다윈의 탐사, 해양학을 발전시킨 챌린저호 항해 등, 『자연을 찾아서』는 17~20세기 자연사에서 중요한 성취로 기록된 열 번의 탐험과 거기서 탄생한 예술 작품을 소개한다. 배를 타고 세계 각지로 모험을 떠나 직접 보고, 듣고, 만진 동식물을 기록한 과학자, 탐험가, 박물학자, 이름도 제대로 남기지 못한 자연사 화가들의 작품에서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고 싶었던 선대의 강렬한 호기심이 느껴져 덩달아 벌컥 열정이 샘솟는다. 이 책의 백미, 한 땀 한 땀 그려낸 그림은 어쩌면 사진보다 더 섬세하게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이참슬)






추천기사



욕 좀 하는 아이들의 당당하고 이유 있는 속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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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좀 실컷 해 보고 싶은 어린이들의 욕망을 다루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욕 좀 하는 이유나』의 후속작 『욕 좀 하는 이유나 2 : 소미가 달라졌다』가 출간되었다. 욕 좀 하는 아이들의 당당하고 이유 있는 속이야기를 통해 어린이 독자들은 금기를 깨트리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건강하게 배출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형광 핑크의 강렬한 표지가 인상적입니다. 『욕 좀 하는 이유나 2』를 출간한 소감과 소개 부탁드립니다.

『욕 좀 하는 이유나』가 나온 지 4년 만에 두 번째 이야기를 들려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첫 번째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을 비롯해 여러 학교와 도서관에서 만난 독자님들이 보내 주신 성원과 요청 덕분에 쓸 수 있었기에 저도 기쁘고 신납니다. 『욕 좀 하는 이유나 2』에서 유나는 자기 때문에 곤경에 처한 호준이를 도와주려고 하고, 마음이 상한 소미의 오해를 풀어 주기 위해 유나다운 방식으로 열심히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호준이는 어려움을 극복할 용기를 얻고, 소미는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게 됩니다. 또한 한층 더 강렬한 표지만큼 다채롭고 발랄한 창의적인 표현들이 등장하니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어떻게 어린이에게는 금기 중의 금기인 ‘욕’을 소재로 동화를 쓰기로 결정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욕’을 소재로 한 동화를 쓰기로 계획하거나 결정하고 집필했던 건 아닙니다. 처음으로 친구끼리 함께 분식을 사 먹으며 더 가까워지고 우정을 키워 나가는 장면을 쓰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닭강정 장면이 2편에서도 중요하게 등장합니다!) 처음 생긴 단짝 친구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 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어요. 캐릭터를 궁리하다가 할 말을 거침없이 하는 아이와 그러지 못해 마음앓이를 하는 아이를 떠올렸습니다. 또 어린이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등등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린이들 ‘또한’ 쉽게 접하고 해 보고 싶거나 금지 당하는 욕에 대한 이야기가 따라오게 되었습니다.

2 부제를 「소미가 달라졌다」로 정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2권에서 “○○가 달라졌다”는 말이 몇 번 나오는데요, 그 말을 하는 주체와 대상이 조금씩 다르니 독자 여러분도 차이점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어린이가 어떤 방향으로든 달라지고 변한다는 건 성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중요합니다. 소미는 화가 나거나 답답할 때 속 시원하게 말하는 게 여전히 쉽지 않은데, 이번 이야기에서 유나를 오해하고 어떤 일을 벌였다가 모두를 놀라게 만듭니다. 그렇게 돌파할 방법을 혼자서 나름대로 찾아보고 그 과정에서 조금 달라지고 성장하게 됩니다. 그런 소미를 보며 유나 또한 소중한 친구를 위해 한 번 더 달라져 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작가님께서 작품 속에 숨겨 두었지만 독자들이 이 부분은 꼭 알아차려 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내용이 있을 것 같은데 관련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자기도 모르게 닮게 됩니다. 1권에서는 유나가 소미의 말투를, 2권에서는 소미가 유나의 말투를 자연스레 닮게 되는 부분이 나오는데요. 어떤 대사인지 한 번 찾아봐 주세요! 또한 등장인물들이 닭강정을 사 먹을 때 어떤 식으로 값을 치르는지가 사소한 것 같지만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그 차이와 특징에 의미 부여를 해 보면 소소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욕 좀 하는 이유나』시리즈는 3권으로 완간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3권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다루게 될지 스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짧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 그런가요? ^^ 3권이 나온다면 이번에는 호준이가 좀 더 달라지지 않을까요?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과정에서 유나와 친구들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편 저는 그동안 창의적인 욕을 만들어야 했는데, 이제 랩 가사도 쓰게 생겼네요. 맙소사!

마지막으로 『욕 좀 하는 이유나』시리즈를 사랑해 준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나와 친구들의 두 번째 이야기는 오직 『욕 좀 하는 이유나』에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보내 주고 책을 아껴 준 독자님들 덕분에 쓸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보내 준 애정과 응원의 목소리에 저도 ‘달라질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독자님들 또한 유나와 소미, 호준이처럼 자기다움을 지키면서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달라질 수 있는 용기를 내어 보고, 또 그런 용기를 줄 수 있는 친구가 되어 주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류재향

서울 출생.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스토리텔링 연계 전공을 했으며 이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이야기 안팎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환대하는 작가이고자 노력하며 동화를 쓰고 그림책 번역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우리에게 펭귄이란』, 『욕 좀 하는 이유나』 등이 있다. 그 밖에 어린이 지식정보책 『비밀클럽 흩어진 지도를 모아라』, 『재난에서 살아남는 10가지 방법』(공저)과 청소년소설 『평화가 온다』(공저)를 썼으며, 그림책 『나의 개 보드리』, 『우리 집 식탁이 사라졌어요!』, 『난 이렇게 강해요』, 『하늘에 별이 된 곰』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욕 좀 하는 이유나 2
욕 좀 하는 이유나 2
류재향 글 | 이덕화 그림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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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TORY] ‘숯의 화가’ 이배 X 록펠러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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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의 새로운 아트 커뮤니티 ARTiPIO가 들려주는 ART STORY.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아티피오 사이트 바로가기


한국 문화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영화감독, 음악가, 예술가 등 한류를 이끄는 가수까지 다방면의 인재를 배출해내고 있죠. 이에 발맞춰 한국 미술 또한 1990년대 후반부터 급성장해오고, 전 세계 곳곳에서 아시아 미술시장에 집중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전 세계의 중심인 미국에서 주목하는 한국 작가들이 속속들이 늘고 있는데요. 미국의심장 ‘뉴욕’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한국 작가들의 주요 활동을 함께 살펴볼까요?


이배(Lee Bae), 불로부터(Issu du Feu), Rockefeller Center, 《ORIGIN, EMERGENCE, RETURN (23.06.08 – 07.23)》 Intallation view, Courtesy of Artist, 출처: 조현화랑


2023년 7월,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에서 주최하는 ‘한국문화예술 기념 주간’에 맞춰 록펠러센터 앞 채널 가든 광장에 높이 6.5m, 너비 4.5m, 무게 3.6t의 숯 조형물 ‘불로부터(Issu du Feu)’작품이 드높이 세워졌습니다.

그간 채널 가든에서는 세계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여왔는데요. 뉴욕을 상징하는 자리에 한국 작가의 작품이 처음 설치되는 영광을 누린 것이죠.

해당 작품은 줄로 칭칭 동여매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포개진 거대한 숯 덩어리 세 묶음은 뉴욕 중심부에서 웅장한 존재감을 전했는데요. 한국 전통 소재인 소나무 숯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재조명하며, 단박에 이름을 새긴 작가는 바로 ‘이배(Lee Bae, b.1956)’입니다.

 

이배 작가의 모습. Lee Bae, Atelier, Paris, 2016

  

“나무를 불로 태우는 격렬한 과정 끝에 탄생하는 숯은 자연으로의 순환이자 영원을 상징한다.

인류 문명의 가장 화려한 결과물인 초고층 빌딩과 대비를 이루면서,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재난과 재해, 전란을 치유하고 정화하려는 의미한다.”

- 작가와의 대화 中 이배 -

   

이배(Lee Bae), 불로부터(Issu du Feu), Rockefeller Center, 《ORIGIN, EMERGENCE, RETURN (23.06.08 – 07.23)》 Intallation view, Courtesy of Artist, 출처: 조현화랑  


이배는 1990년 프랑스로 간 이후, 30여 년간 한국 전통의 재료인 ‘숯’을 이용해 동양의 수묵화 정신을 재해석해오며 가장 동양적인 작가로서 주목받고 있는데요. ‘숯’이 지닌 삶과 죽음, 순환과 나눔 등의 태생적 관념 위 작가 특유의 예술적 상상력이 더해져, 드로잉, 캔버스, 설치 등 각종 형태의 작업을 펼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 시켜왔습니다.

그의 대표 시리즈로는 캔버스 위에 절단한 숯 조각을 접합해 표면을 연마해 다채로운 숯의 빛깔을 볼 수 있는 <불로부터(Issu du Feu)>, 숯 가루를 덩어리째 화면에 두껍게 안착시킨 <풍경(Landscape)>, 목탄에서 추출한 검은 안료로 드로잉 한 후, 밀랍을 여러 번 덮어 모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크릴 미디엄(Acrylic medium)>, 종이 위에 자유로운 붓질의 향연을 선보인 <붓질(Brushstroke)> 시리즈가 있습니다.


전시 공간 내 미디어룸에서 삼성전자의 Neo QLED 8K 사이니지(QPA-8K) 85형을 통해 박서보 작가의 작업 모습과 그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있는 모습, 출처: Samsung Newsroom
《ORIGIN, EMERGENCE, RETURN (23.06.08 – 07.23)》에 출품된 한국계 작가 진 마이어슨의 작품. 출처: 조현화랑


록펠러센터 채널 가든과 센터 내 링크레벨 갤러리에서 《ORIGIN, EMERGENCE, RETURN(23.06.08 – 07.23)》전시를 통해 미국에 첫 진출한 조현화랑은 야외에 설치된 이배의 작품뿐 아니라 박서보, 진 마이어슨, 윤종숙작가의 총 70여 점작품과 함께 한국의 전통성을 알리고 현대미술의 흐름을 재조명하며 전 세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조현화랑과 함께 뉴욕에 발도장을 제대로 찍은 이배.

숯 드로잉, 캔버스, 설치 등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통해 어디에도 국한되지 않고 뻗어가는 이배만의 회화 작업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한데요. 가장 동양적인 재료인 ‘숯’으로 흑백의 서체적 추상을 통해 ‘한국회화’를 국제무대에 선보이는 이배 작가의 활동이 기대됩니다.

참고: 조현화랑

 

참고 사이트:

이배 (링크)

[아티피오] 뉴욕에 들어선 한국 작가들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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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교사와 간호사, 승무원과 방송 작가의 공통점은?” (G. 이슬기, 서현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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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통적으로 여자 하기 좋은 직업에 종사했던 여자들의 새로운 삶을 다룬다. 1980년대 출생 여성들에게는 절대적으로 좋은 직업이라 여겨지던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들의 실상과 이를 넘어서기 위해 분투한 여자들의 노고를 그린다. 수많은 여자들이 지적하듯 애초에 ‘여자 하기 좋은 직업'이라는 말 자체에 어폐가 있다. 그 말은 육아나 살림 같은 가사 노동을 여성의 기본값으로 놓고 이와 병행 가능한 직업으로서 해당 직업들을 선전하거나, 직장에서 결정권자인 남성을 보조하는 역할로 여자의 롤을 제한해 왔다. 이러한 직업들에 짧게는 1년, 길게는 13년가량 투신해 온 여자들은 더 이상 세상의 잣대로 자신을 보는 일을 멈추고 본연의 기질대로 살겠노라 다짐한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이슬기, 서현주 작가님의 책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 모두 대표적인 여초 직업이죠. 그런데 여자들은 왜 이 직업을 선택했을까요? 과연 여자들은 자신의 직업을 순수한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일까요? 왜 많은 교사들이 직업적 안정성을 박차고 학교 밖으로 나오는 걸까요? 왜 많은 여성 직업인들이 직장 내에서 엄마 혹은 막내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걸까요?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을 쓰신 이슬기, 서현주 작가님을 모시고, 이 질문들에 대한 깊이 있는 답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  이슬기, 서현주 편

오은: 두 분이시니까 한 분씩 인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이슬기 작가님께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이슬기: 안녕하세요.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을 쓴 ‘직때녀 2’ 이슬기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서현주: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 교사로 일하다가 직업을 때려치운 ‘직때녀 1’ 서현주라고 합니다.

오은: 먼저 때려치운 순서대로 1, 2가 되는 거군요.(웃음) 반갑습니다. 서현주 작가님은 이전에도 단행본 책을 출간하신 적이 있습니다. 2018년에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에 시작 때부터 선정위원으로 활동하시기도 했고, 2021년에 공저로 『오늘의 어린이책』을 펴내시기도 했어요. 작년 10월에는 『내 아이를 지키는 성인지 감수성 수업』이라는 제목의 책도 출간하셨습니다. 왠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실 때부터 어린이책과 성평등 의제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 같아요.

서현주: 교사로 일할 때는 성평등 의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저는 사실 굉장히 권위주의적인 교사였는데요. 어떻게 보면 억압적이고, 규율을 따르게 하고, 철저한 계획 하에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그런 선생님이었거든요. 성평등 의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였던 것 같아요. 그 사건을 지켜보면서 “그게 나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출산이 계기가 됐어요. 아이를 키우는 게 굉장히 고귀하고 행복한 일이라고 들었는데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죠.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고민하다가 보니 결국 그 끝은 여성주의 도서로 귀결이 됐어요.

육아 휴직 동안에 여성주의 독서 모임에 많이 참여했고요. 이후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에도 참여를 하게 된 거거든요. 그러다 2022년에 학교로 돌아갔는데요. 그때는 제가 성인지에 대한 감각이 많이 발달이 되어 있는 상태잖아요. 막상 학교에 돌아가 보니 학교에서 성평등 의제를 실현시키기에 교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너무 적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사직을 결심한 것도 있고요.

오은: 이슬기 기자님은 현재 프리랜서 기자예요. 프리랜서 기자가 되기 전에는 <서울신문>에서 9년간 일을 하셨습니다. 물론 신문사 재직 시절, 젠더 팀에 계시기도 했었는데요. 이전 직장에서의 쓰기와 지금의 쓰기에 같은 점도, 다른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이슬기: 저는 제가 관심 있는 분야를 다룰 때와 관심 없는 분야를 다룰 때 낙차가 큰 사람이었어요. 쉽게 말하면 관심 있는 일은 집요하게 과몰입 하고, 관심이 없는 일은 좀 나 몰라라 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근데 이런 면이 어느 부서에 가든 기사를 뚝딱 써내야 하는 직장인 기자로서의 윤리와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원치 않는 부서로 발령이 났을 때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한 편이었죠. 한편 지금은 제가 의제를 선정해서 글을 쓰다 보니까 훨씬 밀도 있는 기사나 칼럼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덧붙이자면 회사 소속일 때는 제 글에 대해 데스킹을 봐주는 분이 있잖아요. 근데 지금 저의 데스크는 오롯이 저예요. 혹은 출판사 편집자님이실 수도 있지만요. 어쨌든 전과는 다른 시스템이기 때문에 예전 기사보다는 조금 더 제 주장을 많이 실어서, 나라는 주어를 넣어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오은: 이슬기 작가님부터 소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 쓰고 말하며 사는 기자, 칼럼니스트. 1988년 대구 출생, 창원 출신. 한양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신문》에서 9년간 사회부, 문화부, 젠더연구소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프리랜서 기자로 《오마이뉴스》에 〈이슬기의 뉴스 비틀기〉를 연재 중이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의 행간을 읽는 일에 관심이 많다.” 이어서 서현주 작가님 소개를 해드릴게요. “작가, 성교육 활동가. 1985년 서울 출생. 청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 초등교사로 재직했다. 지은 책으로는 『내 아이를 지키는 성인지 감수성 수업』『오늘의 어린이책』시리즈(공저)가 있다.”

이제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이 어떤 책인지 직접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서현주 작가님께 부탁드려요.

서현주: 14년 차 초등 교사가 의원 면직을 하면서 들었던 질문들, “여자 하기 좋은 직업인데 왜 그만뒀냐”에 대답하기 위해 글을 쓰다가요. 혼자 쓸 수가 없어서 친한 기자 이슬기를 낚아서 쓴 책이고요.(웃음) 전현직 여초 직군에 종사했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것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집요하게 추적한 책이거든요. 그러니까 인터뷰와 구조적인 문제가 합쳐진 ‘짬짜면’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희 책이 사회, 정치 분야로 분류되어 있는데요. 저희 책을 읽으신 독자 분들이 그런 분야의 책이라기에 굉장히 자극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와 이슬기 기자님이 마라로제 떡볶이와 같은 책이라고 말했었어요.(웃음) 또 이 책을 읽으면 ‘영국에서 온 행운의 편지’처럼 ‘퇴사각’이 세워지는 그런 매력적인 책입니다.

오은: 이슬기 기자님을 낚았다는 표현을 쓰셨는데요. 어떻게 제안을 하게 됐는지, 그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서현주: 슬기 기자님이 <서울신문>에서 ‘대담한 언니들’이라는 시리즈의 인터뷰를 진행하셨는데요. 거기에 인터뷰이로 참여를 한 적이 있어요. 『오늘의 어린이책』관련해서 출판사 대표님과 같이 나갔거든요. 그때 인상이 강렬했어요. 사실 언론인들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기자라는 직군을 처음 봤기 때문에 강렬했는데요. 얘기를 하다 보니 통하는 측면이 많은 거예요. 더구나 ‘대담한 언니들’ 시리즈를 보면 저 이전에 인터뷰하신 분들이 정말 쟁쟁한 분들이 많아서요. 영광스러운 마음에 기자님한테 차 한 잔 하자고 사적으로 먼저 제안을 해서 만났어요.

그때가 복직을 앞두고 있을 때라 기자님한테 “학교로 돌아가기 싫다”는 말을 했거든요. 그랬더니 기자님도 교사인 친구들이 있고, 교사 그만둔 친구도 있다고 얘기를 해주시는 거예요. 그 와중에 학교에 돌아가 보니까요. 그전에도 물론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이후 여러 가지가 겹치면서 학교 현장 교사들이 굉장히 많이 번아웃이 되어 있는 상태였어요. 그런 여러 이유로 사직을 결심하게 됐는데요. 이후에 받게 된 여러 질문들에 답을 하는 게 너무 버거운 거예요. 이것은 말로 할 수 없고 반드시 글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했죠. 그때 글밥을 먹고 사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해서, 어떻게 보면 필요에 의해 제가 이슬기 기자님께 요청을 했던 거예요.


오은: 이 책 읽으면서 제일 좋았던 건 시의적인 이야기라는 점이었어요. 지금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고요. 다양한 인터뷰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는데요.

책에 등장하는 인터뷰이 분들을 살펴보면, 여초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목소리가 많이 담겨 있어요. 그 중에서도 교사, 간호사가 큰 줄기를 이루고 있고요. 그 밖에 승무원과 방송 작가분들이 작은 줄기로 등장합니다. 여초 직업이라고 하면 문화예술 분야에 계시는 분들이나 텔레마케팅, 그리고 보험 외판업을 하시는 분들도 떠올라요. 또 성형외과 코디네이터라고 불리는 분들도 거의 다 여성이시죠. 그러니까 이분들까지 다루면 포괄적인 이야기가 될 텐데요. 이 책은 교사, 간호사를 중심으로 승무원과 방송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선택과 집중을 한 책이거든요. 이 선택과 집중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됐는지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슬기: 이 책이 철저히 저의 주변과 서현주 선생님 주변에 있는 여성들의 삶에서 길어 올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애초에 책이 ‘선생을 때려치운 여자들’에서 시작을 했잖아요. 진행을 하다보니 교사 외에도 비슷한 직업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먼저 떠오른 직업이 간호사였죠. 저희 어머니가 간호조무사 생활을 하시기도 했고요. 교사와 함께 가장 많이 여성들에게 권해지는 직업이기도 하니까요.

이후 항공사 승무원과 방송 작가가 작은 줄기로 붙었는데요. 그것 역시 제 주변 여성들의 삶에서 온 것이에요. 이 두 직업의 공통점은 역시 대표적인 여초 직업이기도 하고요. 화려해 보이는 외피를 가진 한편으로 굉장히 열악한 노동 환경이 잘 드러나지 않는 직업들이라는 점이거든요. 친구 중에는 항공사 승무원을 하다가 허리 디스크 때문에 그만둔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항공사 승무원이 여성들의 로망이기도 하고, 외모적 코르셋이 굉장히 강하고, 성적 대상화에 쉽게 노출되는 직업이기도 하잖아요. 방송 작가 같은 경우는, 책에도 소개된 사례인데 ‘승희’라는 가명을 쓰는 제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의 삶을 봤더니 그 일을 하면서 밤낮이 뒤바뀌고, 4대 보험이 되지 않는 비정규직 생활을 이어가면서 너무 힘들어 하더라고요. 이런 친구들의 삶을 같이 포괄하게 된 겁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그밖에도 여초 분야가 엄청 많죠. 금융 쪽이나 출판 노동도 그렇고요. 뿐만 아니라 연령을 조금 올라가면 요양보호사라든지 가사 노동자도 절대적인 여초인데요. 거기까지 저희가 미치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해요. 이후 저작들에서 그분들의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저도 기회가 되면 그 직업들을 조명해 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오은: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입니다. <책읽아웃> 청취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주세요.

이슬기: 미야모토 테루의 『생의 실루엣』이라는 에세이인데요. 봄날의책에서 나왔어요. 이 책이 떠오른 건 제가 공황장애를 겪었을 때 만난 책이기 때문이에요. 책 챕터 가운데 ‘공황장애가 가져다준 것’이 있어요. 작가가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던 와중에 공황의 위협을 겪게 되고, 만원 지하철 타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얘기를 하고요. 그렇게 직장 생활을 하루하루 이어가다가 어느 날 비를 만나 급히 뛰어든 책방에서 문예지 한 권을 봤다는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거기서 짧은 소설을 선 채로 다 읽었는데요. 그때 자신도 소설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소설가가 되면 지하철을 안 타도 된다, 공황을 피할 수 있다, 하면서요.

그런 이야기가 정말 크게 와 닿았어요. 작가가 외적으로 일어난 우연을 통해 자기 인생으로 바꾼 거잖아요. 저 역시 서현주 선생님을 만난 것, 그리고 서현주 선생님이 먼저 사직을 한 것, 이후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를 쓰다가 저도 ‘직때녀’가 된 것 등 외적 우연이 다 저의 내적 필연으로 승화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참 인생이 재미있고 살 만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서현주: 이윤주 작가님의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제가 빵 중에서 깜빠뉴를 좋아하는데요. 이 책은 깜빠뉴 같은 책이에요. 겉으로 봤을 때는 까칠해 보이지만 꼭꼭 씹어서 먹어보면 굉장히 부드럽고 고소하고 풍미가 있어서 자꾸 생각이 나는 책이거든요. 이윤주 작가님은 본인을 굉장히 까칠한 사람처럼 묘사하고 있는데요. 제가 봤을 때는 누구보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깊으신 분이고요. 질투가 날 만큼 글을 잘 쓰시는데요. 누워서 휴대폰으로 쓰신다는 것이 정말 킬링 포인트였어요.

또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가 이윤주 작가님의 세 번째 책이 곧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에요.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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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이슬기,서현주 저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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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어떤 것이 좋은 소비인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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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오은): 오늘의 특별 게스트는 마정현 번역가님입니다. 안녕하세요, 인사 말씀 부탁드려요.

마정현: 안녕하세요. 마정현이라고 합니다.

불현듯(오은):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눌 책은 현암사에서 출간된, 누누 칼러 작가가 쓴 『물욕의 세계』입니다.

 

『물욕의 세계』

누누 칼러 저 / 마정현 역 | 현암사

 


불현듯(오은): 먼저 이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번역가님, 『물욕의 세계』어떤 책인가요?

마정현: 『물욕의 세계』는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물욕’ 그리고 ‘소비’에 물음을 던지는 소비 비판서예요. 저자는 누누 칼러라는 오스트리아 사람인데요. 한때는 일간지 기자였다가 그 후 약 6년 동안 그린피스에서 활동가로 일한 분이에요. 책에서 저자는 소비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심리와 소비를 부추기는 기업, 그리고 특히 견고한 마케팅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물욕의 세계』는 그러면서 좋은 소비는 어떤 것인지, 나쁜 소비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소비는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계속 묻고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불현듯(오은): 누누 칼러 작가님은 그전에 스스로를 맥시멀리스트라고 소개할 정도로 정말 소비를 많이 하셨던 분이고, 충동적 소비가 많으셨던 분으로 알고 있어요.

캘리: 책에도 보니까 굉장한 스트레스나 직업적인 압박감 때문에 그것들을 쇼핑으로 풀었다는 내용이 나오죠. 필요한 것도 아닌데 사는 행위에서 어떤 만족감을 느끼는 장면들이 곳곳에 나오더라고요.

불현듯(오은): 직장인들이 출근하기 싫으면 주말에 회사로 물건을 주문한대요. 그거라도 받으러 가는 거잖아요. 뭔가를 소비해서 나의 것으로 만든다는 소유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양상 같거든요. 그와 비슷한 내용도 『물욕의 세계』에서 만나볼 수 있고요.

번역가님께서 말씀해 주셨지만 『물욕의 세계』는 물욕보다는 소비를 겨누는 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소비자의 일상에서 출발해 궁극적으로는 이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커다란 책 같기도 했어요. 찾아보니까 이 책의 원제가 ‘나를 사줘요!(kauf mich!)’더라고요. 어떻게 지금의 제목이 된 걸까요?

마정현: 재미있게도 이 텍스트 자체에는 ‘물욕’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아요. 이 제목은 출판사에서 정한 건데요. 책의 주제를 다 아우르는 아주 적합한 단어를 골라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제목입니다.

캘리: 사실 물욕이라는 단어에 뜨끔한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저도 그렇지만 주변에도 보면 사들이는 것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거든요. 특히 요즘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정확하게 겨냥되는 그런 책이 아닌가 생각해요.

불현듯(오은): 물욕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봤어요. ‘재물을 탐내는 마음’인데요. 첫 번째 예문이 글쎄 ‘물욕을 채우다’였거든요. 이 예문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것은요, 채우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예문이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번역가님은 스스로 자신에게 물욕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마정현: 당연히 있죠. 인간이니까요. 물욕이라고는 하지만요. 사실 그 욕심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지잖아요. 대부분 우리는 의지와 관계없이 소비 충동을 자극하는 유혹에 24시간 노출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요즘은 영상 이미지 시대잖아요. 드라마를 볼 때 우리가 물건을 사려고 보는 건 아닌데요. TV 속에 등장하는 PPL을 통해서 어떤 물건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기게 돼요. 갖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나는 거예요. 저 예쁜 가방, 저 예쁜 신발, 저 멋진 차 등 해서 물욕이 탄생을 하는 거죠.

캘리: 책을 읽으면서 정말로 가슴이 아팠던 게, 섬유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기후에 나쁜 영향을 주는 두 번째 요인이라는 점이었어요. 청바지 한 벌 만드는 데 그렇게나 많은 물이 들어간다고 하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옷 이대로 괜찮나, 생각하게 되죠. 진짜 요즘은 옷이 안 튼튼해요.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정말 한 해를 입으면 다음 해에는 그 옷을 입을 수가 없게 되는 경우도 너무 많아서요. 섬유 산업에 정말 큰 문제가 있다 생각하게 됐어요.

불현듯(오은): 누누 칼러 작가님께서는 h&m 브랜드를 특히 많이 언급하시면서 패스트패션이 어떻게 지구 자원을 낭비해 가면서 오염시키고 환경을 파괴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잖아요. 흔히 스파(SPA) 브랜드라고 하는 것들인데요. 가격이 저렴하니까 비교적 쉽게 구입해서 입을 수 있는 옷들이 그 브랜드에는 많아요. 하지만 그렇게 접근한 옷들이 생각해 보면 내구성도 떨어지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 별로 없더라고요.

캘리: 이 이야기도도 흥미로웠어요. 책의 앞부분에 ‘모겐슨 가족’ 얘기가 나오잖아요. 미국 어떤 마을에서 실험을 한 거죠. 배우들을 섭외해서 이른바 ‘정상 가족’을 한 집에 살게 하고요. 이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입는 것들을 마을 주변 사람들한테 광고했더니 실제로 그게 많이 팔렸다고 해요. 그러니까 인간에게 군집 본능이라는 게 있고, 그래서 남들이 좋다고 얘기하는 것이나 남들이 갖고 있는 것들은 왠지 나도 갖고 있어야 될 것 같은 마음을 품게 되는 거예요. 그것이 소비로 이어진다라는 부분도 되게 중요하게 들렸어요.

불현듯(오은): 누누 칼러가 그것을 가리켜 “우리가 사는 것은 물건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어쩌면 소속감일 수도 있다”고도 했죠. 나도 이 집단에 포함되어 있어, 다른 사람과 별반 다르게 살고 있지 않아, 하는 마음을 재확인하기 위해서 소비를 하고 있다고요. 그 부분도 굉장히 명쾌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캘리: 특히 저는 그러한 불안을 얘기할 때 여성을 향해 불안을 조장하는 뷰티 산업 얘기를 하고 싶어요. 여성을 향해서는 뷰티 산업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촘촘하게 불안을 조장하잖아요. 얼굴은 이래야 되고, 몸매는 이래야 되고, 그렇지 않으면 너는 관리를 못하고 있는 것이고, 여성으로서 매력이 없는 것이라고 불안을 조장하기 때문에요. 아무리 한 개인이 냉정하게 자신의 소비에 브레이크를 걸어보려고 해도 잘 안 되는 요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압박이 너무 크니까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여성을 향해 불안을 조장하잖아요. 이것은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소비자로서 산업 자체에 문제를 제기를 해야 되는 부분일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도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되더라고요.

마정현: 누누 칼러가 바로 그 부분에서 광고 마케팅을 비판한 예가 있어요. 구동독 시절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를 책에 소개했잖아요. 저자가 할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요. 보통 사람의 몸에는 다 셀룰라이트가 있어요. 구동독 시절에는 그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하는데요. 그러다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나서 서독의 안티 셀룰라이트 크림 광고가 들어온 거죠. 그때부터 구동독 여성들이 자기 몸의 셀룰라이트를 다 약점으로 보게 되어서 그 크림을 구입했다는 일화가 등장해요. 광고가 얼마나 우리 몸을, 특히 여성의 몸을 이용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봐요.

누누 칼러는 의식적인 소비도 있지만 의식적인 비소비도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하거든요. 그러면서 항상 이렇게 질문을 해요. 우리가 조금 더 비싼 유기농 제품을 먹을 수 있고, 또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만든 제품들을 살 수 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돈이 있는, 여유가 있는 특권자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닌가, 라고요. 그것도 엘리트주의가 아닌가 비판하는 지점이 있거든요.

캘리: 그 얘기까지 하잖아요. 팜유를 선택하지 않으려고 했을 때, 그래서 가령 코코넛 오일을 대체품으로 사용한다면 그것 역시 다른 식의 파국이 된다고요. 왜냐하면 팜유, 기름 야자에서 코코넛으로 옮겨가는 것이기 때문에요. 사실 소비자 한 명이 진짜 완벽하게 그 굴레에서 벗어난 선택을 한다는 건 진짜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마정현: 책에서 떠오르는 한 저널리스트의 말이 생각나요. 그러니까 우리가 무엇을 사야 하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은 왜 그렇게 생산해도 좋은가, 라고요. 이 부분이 참 마음에 와 닿았는데요. 결국 본질적인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건 역시 기업인과 정치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분들이 이런 문제를 많이 고민하고 책임지는 행동을 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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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욕의 세계
물욕의 세계
누누 칼러 저 | 마정현 역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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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살고 싶었던 한 남자의 인생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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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치 않은 눈빛과 스토리가 있는 과거로 유튜브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젊은 철학자 제갈 건. 그의 첫 인문 철학서 『내일을 어떻게 살 것인가』가 출간되었다. 누구보다도 거칠었던 젊은 시절의 마음을 어떻게 동양철학으로 다스렸는지, 나아가 한 인간으로 세상에 선다는 건 무엇인지 한 글자 한 글자 진심을 담아 눌러쓴 책이다. 그의 인생을 바꾼 철학 이야기, 저자를 만나 직접 들어보자.



인터넷을 검색하면 작가님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문구가 좀 살벌합니다. 서대문구 짱, 일진 출신, 문신… 진짜 제갈 건은 어떤 사람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질문입니다. 과연 당신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누구누구다! 별 고민 없이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제 정체성은 한 여인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라는 것인데요. 적어도 창피한 남편, 부끄러운 아빠가 되는 일만은 피하자. 그러기 위해선 일단 스스로 떳떳하게 살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떳떳함이란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답게 살고자 애쓸 때 받을 수 있는 느낌이다. 나를 수식하는 살벌한 문구들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답게 살고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사람답게 사는 삶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때 어쩌면 살벌한 문구들은 아름다운 반전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런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 저, 제갈 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일을 어떻게 살 것인가』는 『논어』라는 동양고전을 작가님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한 책입니다. 다른 동양고전도 많은데 왜 꼭 『논어』일까요? 이미 2,500년도 더 전에 세상을 떠난 공자의 말씀이 지금 우리 세상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군자지교담약수(君子之交淡若水) 소인지교감약례(小人之交甘若醴)”란 말이 있습니다. ‘군자의 사귐은 물처럼 담담하고, 소인의 사귐은 단술처럼 달다’라는 뜻입니다. 군자의 사귐은 담담하기에 오래 지속되고, 소인의 사귐은 달기에 끊어집니다. 사람뿐 아니라 책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듭니다. 달달하지만 그래서 더는 찾게 되지 않는 책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담담하지만 오래 곁에 두고 펼쳐보게 되는 책도 있습니다. 『논어』가 바로 그런 책이지요.

『논어』가 독자에게 전하는 바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00년도 더 전에 쓰인 책이 끊임없이 읽히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논어』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의미를 지닐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서양고전에 비해 동양고전은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작가님께서는 우리가 동양고전을 꾸준히 공부하고 삶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서구철학은 큰 데서 작은 데로 수렴해 들어오려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반면에 동양철학은 작은 데서 큰 데로 확장해 나가려는 느낌을 줍니다. 동양과 서양철학의 장점을 잘 살려서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 최상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문화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서구인은 동양철학을, 동양인은 서구철학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동양고전을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동양인이기 때문입니다. 동양인의 삶에는 동양고전이 더 적용하기에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신명 나게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SNS를 통해 본 다른 사람의 인생과 자신의 인생을 비교하며 현실에 좌절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책에 ‘끊임없이 나와 다른 사람들을 비교하는 진짜 정신병’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잘 살 수 있을까요?

비교가 무의미함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교를 멈추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개 우리는 현재의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할 때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게 되는 듯합니다. 정확히는 다른 사람의 상황이나 조건, 그리고 내 상황과 조건을 비교하게 되는 것이지요. 가보지 못한 길엔 늘 미련이 남고 가지지 못한 것엔 집착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요.

내가 비교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의 상황과 조건이 나의 것이 된다면 어떨까요. 그때 과연 나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자문해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정말로 중요한 것은 고유한 나만의 삶에서 의미를 찾고 가치를 발견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가능할 때 비교를 위한 시간은 사치가 될 것입니다.

중독자의 삶을 오랫동안 살았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중독자들을 위한 강의를 하고 계시기도 하죠. 『논어』가 중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읽힐 수 있을까요?

『논어』의 핵심 가치는 인(仁)과 예(禮)라고 생각합니다. 인이 ‘세상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 것이라면, 예는 ‘나도 주인공 너도 주인공’의 마음입니다. 중독자들은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말이지요. 우물 안 개구리에게 우물 밖 세상은 두려움의 대상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물 안에만 갇혀 있다면 작은 것을 지키려다 큰 것을 잃는 격이 될 것입니다.

『논어』는 중독자들에게 세상 밖으로 나올 것을 주문합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임을 받아들이고 살아감으로써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운 가치들을 알려줍니다. 중독자들은 나도 주인공 너도 주인공의 마음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만 주인공 너는 조연, 혹은 너만 주인공 나는 조연의 마음으로 살아가느라 괴롭습니다. 『논어』는 예(禮)를 통해 나도 주인공 너도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군자(君子)의 삶을 살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오늘날 현대인이 지향해야 할 군자(君子)란 어떤 사람일까요? 어떻게 하면 군자(君子)의 삶을 추구할 수 있을까요?

군자불기(君子不器)란 말이 있습니다. 『논어』〈위정〉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군자는 그릇처럼 국한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군자의 기준은 수용력(capacity)에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큰 수용력으로 다양한 가치들을 담지 못하는 사람은 군자가 될 수 없습니다. 덕(德)이란 절뚝거림도(?) 옳다고(直) 여겨줄 수 있는 마음(心)입니다. 품어주는 것이 바로 덕입니다. 군자란 많은 이들을 품어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내 가족, 내 친구,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뿐 아니라 다양한 이들을 너른 마음으로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 곧 군자입니다.

미래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을 느끼는 청년이 많습니다. 그렇게 흔들리는 청춘들을 위해 이 책을 쓰셨는데요. 어떤 마음으로 내일을 준비하면 좋을지 마지막으로 당부와 격려 부탁드립니다.

어제의 결과로 오늘이 있고 오늘의 결과로 내일이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은 비단 청년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확실한 무언가를 부담스러워 않고 두려워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희망찬 내일을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는 내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후회스러운 오늘을 산 사람은 내일 복권에 당첨될 예정이라도 마냥 기쁘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에 오늘을 후회 없이 살아낸 사람은 내일 세상이 끝나더라도 큰 미련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 내일 모든 게 끝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기쁘게 심을 수 있다면 그런 사람의 내일은 적어도 오늘보다는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갈 건

오랫동안 방황하는 시간을 보냈다. 간절히 멈추고 싶었지만 쉬이 그러지 못했다. 가톨릭 사제가 되려 했으나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포기했다. 그러던 중 철학을 만나 자유로움을 느끼고 대학에서 동양 철학을 공부했다. 고통받는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살아낼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픈 마음으로, 현재 중독학을 공부하고 있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사람이라는 믿음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한다. 호(號) 일운(一雲)처럼 홀로일 땐 두둥실 떠도는 한 조각 작은 구름으로, 뭉칠 땐 끝이 보이지 않는 한 더미 큰 구름으로 언제까지고 자유롭게 노닐고 싶다.

『논어』, 『장자』, 『노자』 등 동양 고전 및 철학에 담긴 삶의 지혜를 널리 전하기 위해 유튜브 〈제갈 건〉에 강의를 올리고 있다.

◎ 제갈건 유튜브: youtube.com/@jegalgunn


내일을 어떻게 살 것인가
내일을 어떻게 살 것인가
제갈 건 저
마이디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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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산을 오르며 오롯이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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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세종에서 서울까지 KTX를 타고 출퇴근하는 아빠가 주말마다 다섯 살 아이와 함께 백패킹을 떠난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전월산 백패킹을 시작으로 오서산, 하화도, 천황산 등 우리 주변의 높고 낮은 산부터 일본 최고의 산악지대인 니시호타카다케까지, 벚꽃과 야생화가 만발한 봄부터 영하 19도 한겨울 강원도 백패킹까지, 짧게는 두세 시간, 많게는 장장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서로를 의지하며 산에 오르는 부자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산을 오르며 끊임없이 아이와 대화를 주고받고, 또 진짜배기 자연에 둘러싸여 나무, 돌, 흙을 이용한 자연물 놀이에 매진하는 부자의 이야기를 박준형 작가를 직접 만나 들어보았다.



작가님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아이와 함께 배낭을 메고 산과 섬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는 직장인 아빠 박준형입니다. 아이와 함께 산행과 백패킹을 즐기며 보고 듣고 느낀 경험과 깨달음을 『오늘도 아이와 산으로 갑니다』에 담았습니다. 

아들과 단 둘이 백패킹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인적이 드문 숲속에 텐트를 치고 머무는 자녀와의 하룻밤! 아빠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에 품어봤을 로망 아닐까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둘째가 태어나고, 끝이 보이지 않는 감염병으로 엄두를 내지 못했죠. 그러던 중 아이가 아빠랑 단 둘이 캠핑을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캠핑을 하며 아이는 자연스럽게 백패킹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아빠와 도전해보고 싶어했죠. 우리 아이들이 자연에서 나무, 돌, 흙을 만지며 어린 시절을 보냈으면 했던 저의 바람을 실현함과 동시에 아이에게 마스크로부터의 자유를 선물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백패킹을 3년 넘게 현재진행형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들과 백패킹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름 자상한 아빠라 자부했지만 어색했단 이야기가 책에 나와요. 백패킹을 하면서 아들과의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저 나름대로는 아이와 가까운 아빠라 생각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그저 저만의 생각일 뿐, 현실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바깥일이 있어 늦는 날이면 아이는 좀처럼 잠들지 못했고, 저와 함께 잘 놀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엔 꼭 엄마를 찾곤 했죠. 생각해보면 아이와 제가 단둘이 밤을 보낸 날은 아들이 병원에 입원해서 보호자로서 동숙했던 며칠뿐이었어요. 하지만 아이와 함께 배낭을 메고 자연으로 떠나며 우리 관계는 변환점을 맞았습니다. 먼저, 서로 대화가 통하기 시작했어요. 단순히 하루의 일과를 묻고 답하는 형식이 아닌, 친한 친구가 혹은 연인이 시시콜콜한 일거수일투족을 주고받듯 아들과 아빠는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화가 쌓이니 신뢰가 형성되었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저희는 더 돈독해졌던 것 같아요. 한겨울 영하 19도를 밑도는 강원도의 산속에서 ‘지금 옷을 갈아입어야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아빠의 말에 선뜻 재킷의 지퍼를 내리고 몸을 에워싸는 찬바람을 견뎌주는 만 다섯 살 아이가 상상이 되나요? 이는 모두 백패킹을 하며 생긴 변화랍니다!

아들과 산에서 했던 자연물 놀이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몇 가지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어린 시절의 아이는 놀이할 때 특정 물건을 의인화하며 놀이를 하곤 했습니다. 돌멩이를 모아 벽을 쌓고 진지를 구축한다거나, 나뭇가지를 지어 움막을 짓기도 했어요. 자연물 인형놀이 혹은 소꿉놀이를 한 거죠. 때론 밥을 짓고 가정을 꾸리는 소꿉놀이가 되기도 하고, 또는 쳐들어오는 적과 마주 싸우는 ‘고려거란전쟁’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후로는 자연물 놀이가 새롭게 변했습니다. 솔방울과 나뭇가지로 투수와 타자가 되어 야구 놀이 매진하기도 하고, 바닥에 떨어진 솔방울을 긴 나뭇가지로 이리저리 툭툭 치며 하키 놀이도 합니다. 한겨울 꽁꽁 언 얼음계곡으로 빙박을 갔던 날엔 빙판 위에 매끄럽게 생긴 돌멩이를 놓고 발로 밀며 얼음 축구를 즐기기도 했어요. 어린 나이의 아이에겐 특별한 놀이도구가 필요치 않습니다. 그저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해주는 아빠와 엄마의 관심과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산을 오르면서 아이와 나눈 대화들도 인상적이었어요. 아이와 산을 오를 때 더 친해질 수 있는 대화 팁이 있나요?

혹시 그런 경험 있으신가요? 좋아하는 이성으로부터 호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상대방의 관심사를 미리 알아보거나 평소 눈여겨 본적이요. 아이와의 대화 팁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공룡을 좋아하는데 아빠는 동물 이야기를 한다든지, 또는 아이가 프리미어리그(축구)를 좋아하는데 아빠는 메이저리그(야구) 얘기만을 한다면 대화는 겉돌 수밖에요. 평소 아이가 관심 가지는 분야를 눈여겨 보고, 저도 공부를 하고 예습을 했습니다. 가령 교우관계에 관심이 많을 적엔 친구들 이름과 특징을 외워서 맞장구를 치며 아이의 사회생활을 공감하기도 했고, 아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름을 마치 낯선 제2 외국어 단어를 공부하듯 달달 외워 아들의 호감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와, 그래?”, “맞아, 그렇지!”라며 호응한다면 아이와 진정으로 교감하긴 어렵거든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하는 대화에 익숙해지는 아빠의 노력이 결실이 맺어지는 그때부터는 서로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걷기 시작합니다. 비로소 아빠와 아이가 친해진 거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존중하는 부모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섯 살 아이와 떠난 겨울 백패킹도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그 추운 겨울, 아이가 먼저 산에 가자고 한 게 신기하더라고요. 특히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해주신다면요?

충북 영동의 ‘민주지산’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흰 눈이 소복이 덮인 한겨울의 민주지산은 일반 성인은 물론, 등산 애호가들에게도 그리 만만한 코스가 아닙니다. 영하 10도를 웃도는 지난해 1월, 당시 나이 만 여섯 살이던 아들은 묵묵히 그 길을 모두 완주했습니다. 정상으로 오르던 길엔 평소와 같이 대화를 이어가거나 끝말잇기나 스무고개 등 걸으며 할 수 있는 게임을 즐기기도 했어요. 그런데 민주지산 정상에서 석기봉으로 향하는 길에는 아들도 상당히 힘들었던 모양이에요. 제가 게임을 청하거나 이야기를 이어가려 할 때면 “아빠 나 지금은 걷는 데 집중해야 할 것 같아.”라며 ‘뽀드득’하고 눈 쌓인 길을 걷는 밭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아들의 모습이 1년이 지난 아직도 눈앞에 선합니다. 물론 이후의 헤프닝으로 인해 목적했던 박지에서의 하룻밤은 실패했지만요! 더 자세한 내용은 제 책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등산, 캠핑, 백패킹에 관심 있는 부모들뿐만 아니라, 산과 친하지 않는 부모들에게까지 이 책을 추천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평소 운동이 부족해서, 체력이 약해서 어렵다는 분들, 또는 아이가 몇 걸음 채 걷지 않고 안아 달라며 두 팔을 벌리기에 산행은커녕 산책도 쉽지 않다는 분들께 조심스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처음 시작할 무렵엔 저도, 저희 아이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때 야외활동을 즐기던 아빠였지만 아이가 태어난 후 집과 회사만 오가기를 쳇바퀴처럼 반복하던 어느날, 모처럼 운동화 끈 동여매고 나선 동네 뒷산을 오르다 가빠지는 숨에 그만 하늘이 노래지며 현기증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정상 도착은 문제없다며 호기롭게 손을 잡고 걷기 시작하던 아이는 등산로를 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언제 도착해?”를 수없이 물어보기도 하죠. 그럴 때면 잠시 안고 걷기도 하고 등에 업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정상은 아빠에게도 아이에게도 적잖은 보람을 선사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오늘의 한걸음이 내일의 두 걸음이 되고, 어느덧 함께 오르기 시작한거죠.

등산이나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을 하려면 장비부터 갖춰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기도 합니다. 처음 시작하는 가벼운 산행은 평소 신던 신발과 운동복이면 충분합니다. 캠핑 혹은 백패킹 장비는 조금 더 어렵죠. 종류도 많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하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요즘엔 하룻밤 내 몸을 내맡길 수 있는 장비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도 잘 되어 있으니깐요.

매 주말 자연과 함께한 아이는 그 어느 때보다 맑고 밝고 건강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자연을 걸으며 보고 듣고 느낀 다양한 경험을 담은 『오늘도 아이와 산으로 갑니다』를 통해 더 많은 부모와 자녀들이 자연으로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박준형

평일에는 세종시와 여의도를 오가며 밥벌이를,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배낭을 메고 전국의 산과 섬을 누비고 있다. “이번 주말에 키즈카페 갈까? 산에 갈까?”라고 물을 때, “백패킹이야, 당일 산행이야?”라며 고민하는 아들과 함께 산을 걸은 지 3년째다. 휴대전화 신호가 닿지 않는 오지로, 꽁꽁 얼어붙은 겨울 산으로, 카누를 타고 가야 하는 섬으로 떠난 이야기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며 랜선 이모 삼촌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기도 했다.

더 많은 부모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이와 산을 오르며 오롯이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선물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오르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계절의 신비를 경험하며 아이와 나눈 대화들, 자연을 벗삼아 즐긴 놀이를 통해 더 깊이 성장하는 아빠의 이야기가 읽는 이에게 오래 머물길 바란다.


오늘도 아이와 산으로 갑니다
오늘도 아이와 산으로 갑니다
박준형 저
선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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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니야 “오늘 하루도 아무 일 없이 흘러가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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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묻는 지인의 연락에 ‘잘 지내고 있어.’라고 답할 수 있는 하루, 그 자체로 안도감을 느끼는 건 안정감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 아닐까. 사회 초년병 시절 꿈같은 삶을 기대했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으로 불안을 느꼈던 저자는 저마다의 일상을 일궈가는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위로받으며 그들의 모습을 글로 옮겼다.

『무탈한 하루에 안도하게 됐어』에 등장하는 은실, 성은, 은주 세 명은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회사 동료, 자주 연락하지 못한 동생, 출퇴근길에 자주 마주치는 헤드폰 차림의 여성 등 시시할 정도로 별것 없는 모습들이 누군가에게는 민낯을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저자는 별 탈 없이 지낸 하루가 우리를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 줄 거라 굳게 믿고 있다.

                              


첫 번째 소설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에세이 작가로서 활동하셨는데 소설을 집필하신 특별한 동기가 있으신가요? 

막연하게 작가의 꿈을 꿨을 땐 첫 책이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에세이를 냈던 일이 계기가 되어 그쪽 분야의 글을 쓰게 됐어요. 물론 에세이를 쓰면서도 틈틈이 소설을 습작했어요. 최종적으로는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서서 독자들이 읽었을 때 공감할 만한 매력적인 인물을 만드는 지점까지 나아가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에세이는 편안한 어투로 풀어쓸 수 있다는 점이 좋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사적인 경험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에세이든 소설이든 쓰는 사람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달라지지 않지만, 형식에 변화를 주고 싶어서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무탈한 하루에 안도하게 됐어』에는 출판사, 학원, 서점이 배경으로 소개되는데요. 이것은 상상의 공간인가요 아니면 작가님의 경험과 관련이 있는 장소인가요?    

이십 대 후반에 출판사와 학원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어요. 책을 좋아하다 보니 서점을 다니는 게 일상이기도 하고요. 되돌아보니 이번 작품의 배경은 대부분 제가 이십 대를 거쳐 오면서 자주 다녔던 곳을 고스란히 담아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소설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썼지만 이번 책에서도 저의 경험이 묻어나는 부분이 많아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성 중에서 실제로 작가님과 가장 많이 닮은 인물은 누구인가요?   

은실, 은주, 성은은 저의 기질과 심적 고민 등을 조금씩 반영하는 인물들이에요. 거쳐 온 시간을 되돌아봤을 때 이십 대 후반의 저는 은주와 닮은 점이 있습니다. 가까운 이들에게 의지하며 홀로서기에 서툰 모습과 미숙했던 시기의 저와 가장 유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안정적인 생활에 목말라 있는 은실과 닮은 부분이 많다고 느껴요. 일과 생활, 미래의 불안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고 애쓰는 은실처럼 저 또한 적절한 지점을 찾아가는 과도기에 놓여 있어요.

평소 ‘무탈한 하루’를 위한 작가님만의 특별한 습관이나 행동이 있을까요? 

보통 아침에 일어나면 해야 할 일을 다이어리에 정리한 뒤에 활력 넘치는 오전에 중요한 일을 하는 편이에요. 컨디션 유지를 위해 운동도 꾸준히 하는데 만 보 이상 걷는 습관을 3년째 지키고 있어요.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건 식사 시간이에요. 하루의 쉼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이 시간에는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고 노력해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신선한 야채와 계란, 과일 등을 이용한 다양한 레시피를 도전해보고 있어요. 이렇게 직접 한 끼를 정성들여 만든 뒤로 단조로운 일상에서 활력을 느끼게 됐어요.

『무탈한 하루에 안도하게 됐어』에서 성은이라는 인물을 통해 다양한 음악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이 소설에서 음악을 통해 작가님이 표현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음악 듣는 걸 좋아하지만 그와 관련해서 깊은 지식을 갖고 있진 않아요. 다만 음악을 좋아하는 지인에게서 들었던 말이 인상 깊게 남아있어요. 그의 말에 따르면, 음악을 좋아하면, 어떤 시간과 풍경을 그때 들었던 곡의 가사나 선율과 연관 지어 기억한다고 하더군요. 마치 카메라로 찰나의 풍경을 담아내듯 선율과 가사로 그 시기의 바람과 햇살, 나눴던 대화와 손의 온기 등을 저장해둔다는 점이 낭만적으로 다가왔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은 책을 좋아하는 이들과는 또 다른 결을 가진 듯한데, 내면 활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령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 좋은 곡을 들었을 때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산문집에서 언급한 적이 있어요. 삶의 안도감을 느낄 만큼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은 일상에 대한 몰입력 또한 상당한 것 같아요. 은실이나 은주가 갖지 못한 성은의 몰입력-무언가를 마냥 좋아할 수 있는 애정은, 시시한 일상도 특별하게 만들죠. 또한 음악에 대한 성은의 애정은 어린 시절 아빠로부터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어요. 많은 대화가 오가지 않는 부녀 사이에서도 음악이라는 통로로 이어진 연결점이 있으며 내색하지 않더라도 오가는 애정의 깊이가 남다르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도서에 나오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성격을 MBTI로 표현한다면 어떤 유형에 해당할까요?

MBTI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세 사람 모두 I 성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은실이 인턴으로 입사한 성은을 보며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대목이 책에 나왔듯 두 사람은 같은 유형의 MBTI일 것으로 예상되네요. 은주의 경우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짙고, 어떤 문제를 관조적이고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분이 있어서 F 성향이 강한 은실, 성은과 달리 T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설에서 상징적 의미로 우산으로 선택하신 이유와 그것의 숨은 의미는 무엇인가요?

세 사람이 서점에서 우산을 빌린 상황은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이들이 원한 건 우산 하나처럼, 최소한의 배려와 사소한 관심이었거든요. 단지 몸이 흠뻑 젖지 않도록 막아주는 최소한의 가림막 정도면 충분했던 거예요. 살다 보면 갑작스러운 소낙비처럼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지만, 피할 수 있는 길은 있기 마련이에요. 비 오는 상황과 우연히 들른 서점, 그곳에서 빌린 우산을 통해 이들에게 필요한 건 최소한의 일상이 보장되는 삶이며, 갑작스레 쏟아지는 소낙비로 낭패인 상황에서도 어떤 우연은 행복의 형태를 띠고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라비니야

주로 쓰는 일에 몰두한다. 바지런히 기록할 때 가장 나다운 내가 된다고 느낀다. 누군가에게 소소한 감동과 의욕을 건넬 수 있는 글을 쓰며 살고 싶다. 저서로는 《내향적이지만 집순이는 아닙니다》, 《인생은 애매해도 빵은 맛있으니까》, 《나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 《<나를 만든 건 내가 사랑한 단어였다> 등이 있다.

Instagram - @rabiniya_cally
Brunch - brunch.co.kr/@dbs1260023


무탈한 하루에 안도하게 됐어
무탈한 하루에 안도하게 됐어
라비니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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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독자들과 소통해 온 작가 김종원의 ‘인생을 바꾸는 말하기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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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마음에서 나옵니다』는 20년간 30만 독자들과 소통하며 쌓아온 김종원 작가만의 인문학적 사유와 통찰을 바탕으로 쓴 말하기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을 잘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말하기에 정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나, ‘이런 때 이런 말, 저런 때 저런 말’처럼 말하기 공식을 찾아 대화법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듣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런 독자들을 위해 인문 교육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종원이 말하기뿐 아니라 우리의 일, 관계,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주는 책을 펴냈다.



지금껏 많은 자녀교육서를 출간하며 학부모들의 든든한 멘토로 자리매김하셨는데요. 이번 책 『말은 마음에서 나옵니다』는 어떤 독자들을 위해 쓰신 책인지 궁금합니다.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난 왜 늘 대화를 끝낸 후에 후회만 하는 걸까?”, “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말이 중요한데, 어디에서 배울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 때문에 고민합니다. 결국 우리의 삶은 말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을 위해서 사명감을 갖고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그간 인문학 연구가로서 꾸준히 사색과 글쓰기, 강연을 이어 오셨습니다. 이번 책에서도 말하기의 본질을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발견했다고 하셨는데,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좋은 말하기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인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끝까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사랑하는 사람은 누군가를 이해하고 안을 수 있을 때까지 관찰과 몰입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게 나온 말은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나온 말과 차원이 다릅니다. 그게 바로 말하기의 본질이 인문학에 있는 이유이고, 따라서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건 결국 우리 관계에서 좀 더 좋은 말하기가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제목에서도 그렇듯, 이 책은 ‘말은 마음에서 나온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말하기 책이지만 ‘마음’을 먼저 돌아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어떻게 그런 통찰을 하게 되셨나요?

한 번 생각하고 나온 말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지만, 두 번 생각하고 나온 말은 마음까지 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늘 우리는 빠르게 말하고 빠른 결과를 얻기를 원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마음이 필요합니다. 상대에게 좋은 마음을 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한 후에 말할 수 있습니다.

작가님에게 특별히 기억에 남는 말이나 표현이 있다면요?

기억에 남는 말이나 표현보다는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저는 여전히 적절한 표현을 찾고 있고, 대화하거나 강연할 때도 마찬가지로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말을 찾고 있다는 것을요. “나는 여전히 그 한마디 말을 찾고 있다”라는 문장을 가슴에 늘 품고 다닌다면, 여러분은 분명 어제보다 더 나은 말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작가님도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으실 때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정하고 섬세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으니까요.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 작가님은 어떻게 대응하는 편이신지요?

맞습니다. 세상에는 참 무례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때 오히려 같은 방식으로 대하기보다는 반대로 가장 정중한 말과 행동으로 다가갑니다. 같은 방식으로 대한다면 결국 나만 그 사람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격이 되지만, 제가 정중하게 다가가면 상황은 완전히 바뀝니다. 상대는 정중하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게 되죠.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말하기란 어떤 것인가요?

가장 좋은 말하기는 자신의 행복과 기쁨에 있습니다. 말하는 내용을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 자신입니다. 스스로 말을 하면서 자신이 내뱉은 말에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말하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독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쓴 책 중에 『66일 대화법 세트』가 있습니다. 아이를 둔 부모를 위한 말하기 책인데요. 책에는 따로 분야가 없습니다. 말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기본적인 대화법과 섬세한 표현은 사랑하는 마음과 진심을 가득 담은 부모의 말에서 가장 잘 배울 수 있죠. 말하기가 힘든 모든 분들께 그 책을 한번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김종원

출간 저서 누적 판매량 100만 부. 20년간 90여 권의 책을 쓰고, 각종 방송과 기업, 대학, 단체 강연에서 독자들과 소통하며, 모든 말하기의 본질은 관계를 사랑하는 마음에 있다는 사실을 꾸준히 전해왔다.

최근 출간한 『말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책에는 ‘좋은 대화란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예쁘게 말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다’라는 그의 말하기 철학을 담았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강연가로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그가 느낀 바는, 좋은 마음이 담긴 말을 전할 때 관계의 온도는 높아지고 품격 있는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말하기란 결국 마음’이라는 생각을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

저서로는 『66일 인문학 대화법』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김종원의 진짜 부모 공부』 『우리 아이 첫 인문학 사전』 『부모의 말』 등이 있다. 현재 다양한 온라인 채널과 강연, 그리고 매일 1편 이상 인문학적 영감을 일깨워 주는 글을 통해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thinker_kim
블로그 blog.naver.com/yytommy


말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말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김종원 저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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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으로부터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생각 바꾸기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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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생각이 불안이 되지 않게』의 저자 유덕권은 한때 배우를 꿈꿨지만 사회 불안증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 했다. 사회 불안증은 사람 만나기, 발표, 주목받는 상황과 같은 사회적 수행 상황에서 심한 두려움을 느끼는 정신 질환이다. 저자는 22년간 사회 불안증으로 고통받았던 환자가 ‘부정적인 가짜 생각을 바꾸는 연습’을 통해 기나긴 불안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방법을 생생하게 제시한다.

저자는 숨기고 싶었던 솔직한 생각과 경험을 고백하면서, 불안을 유발하는 생각의 오류들을 바로잡는 인지행동치료의 핵심을 설명한다. ‘독심술 오류’와 ‘재앙화 사고 오류’ 등 총 11가지 대표적인 가짜 생각을 소개하고, 합리적 생각으로 전환하게 하는 관찰법과 질문법을 유형별로 맞춤하여 제시한다.



먼저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고양예술고등학교 연기과에서 학생들에게 연기를 지도하고 있는 교사이자 작가 활동을 시작한 유덕권입니다. 2008년부터 학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삼 남매의 아빠이기도 합니다.

『가짜 생각이 불안이 되지 않게』를 집필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22년간 사회불안증을 앓았고, 18년간 불안 우울증 약을 먹었습니다. 학생들과 상담을 해보면 의외로 불안증이나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약을 복용하거나 상담을 받지만 증상이 심하면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불안과 우울의 원인은 왜곡된 생각입니다. 눈에 보이는 증상 아래에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만 불안이나 우울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저는 인지행동치료와 마음챙김명상을 통해 불안 우울증 약을 완전히 끊었습니다. 하지만 저와 상담했던 학생이나 학부모님 모두 인지행동치료를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나아진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사회 불안증과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가님께서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그때의 감정과 생각도 궁금해요.

사회불안증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람을 무서워해요. 그들의 평가가 두려운 거죠. 그래서 차라리 혼자 있는 것을 택합니다. 그럼 우울해지죠. 그러나 계속 혼자 있을 순 없습니다. 사람을 만나거나 사람들 앞에 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저는 배우였기 때문에 매번 사람들 앞에 서야 했습니다. 그리고 배우를 포기한 이후에도 교사로서 매일 같이 학생들 앞에 서야 했습니다. 나의 부정적인 모습이 탄로날 까봐 노심초사하며 살았습니다.

20대 초반엔 술에 많이 의지했어요. 술을 먹으면 불안과 우울함이 가시고 마음이 편안해졌거든요. 나아질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았어요. 타고 난 건 줄 알았어요. 군대를 갔다가 온 20대 중반에 우연히 대학 도서관에서 인지행동치료에 관한 책을 읽게 됐어요. 이게 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서 오히려 너무 기뻤어요. 병이라면 고칠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책에서 읽은 내용을 적용하기엔 당시에는 무리가 있었어요. 나의 병을 이해한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었습니다.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고 불안 우울증 약을 처방 받아 먹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약은 증상을 잠시 완화시켜줄 뿐 치료가 되진 않았어요.

30대에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고 싶어서 인지행동치료를 받았어요. 그때부터 부정적인 가짜 생각 바꾸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얼마간 약도 안 먹고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으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우울감은 더 커졌습니다. 무엇을 해도 정말 안 될 것 같았어요. 두려움은 커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약을 먹어야 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신체적인 접근을 많이 했습니다. 신체를 이완해서 불필요한 긴장을 덜어내는 훈련을 했습니다. 그리고 에밀 쿠에의 자기암시와 확언, 마음챙김 명상을 하기 시작했어요. 무의식의 특징을 깊이 공부하고 싶어 최면공부를 하여 최면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고요.

제한된 생각이 풀려야 나아질 수 있다는 걸 공부를 통해 알게됐습니다. 그러자 미세한 회피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사람들 앞에 나서긴 했으나 떨릴 것 같은 순간에 미세하게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회피하는 것을 알아차린 겁니다. 전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다시 생각 바꾸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드라마틱한 변화가 시작되었고 약을 완전히 끊어냈습니다.

책에서 '인지행동치료'와 '마음챙김 명상'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인지행동치료는 크게 4단계로 나뉩니다. 1단계는 증상이나 원인을 이해하는 단계입니다. 2단계는 왜곡된 가짜 생각을 바꾸는 작업입니다. 자라온 환경에 의해 부정적으로 자리 잡은 생각을 사실에 가까운 생각으로 바꿔주는 작업입니다. 3단계는 새롭게 만들어진 합리적인 사고를 연극하듯이 안전하게 적용해보는 노출훈련단계입니다. 4단계는 실제 나의 삶에 직면하기 작업입니다. 발표가 불안하다면 합리적인 사고를 실제 발표에 적용하여 두려움에 직면하는 훈련입니다.

마음챙김 명상은 자신에게 집중하는 훈련입니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이미 지나간 과거의 것을 생각하며 후회하거나 다가올 미래에 대해 걱정합니다. 삶은 지금 이 순간에 진행되고 있는데요. 삶은 지금 찰나의 순간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마음챙김 명상은 다른 명상처럼 앉아서 하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내가 하는 행위에 집중하는 모든 것이기도 합니다. 설거지를 할 때는 물이 손에 닿는 감각에만 집중을 하거나, 걸을 때는 발의 감각에, 밥 먹을 때는 씹는 혀와 턱의 감각에 집중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마음챙김 명상입니다.

사회 불안증을 극복한 후 이전과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무엇인가요?

인스타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과거의 저는 사적인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어요. 나의 치부가 드러날까 두려웠거든요. 사람들의 평가 때문에 사람들과 항상 거리를 두고 생활했어요. 이제는 거리낌 없이 나의 삶을 SNS에 공개하고 있어요. 눈에 띄는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도전이 더 수월해졌어요. <노란우산홍보모델> 선발대회에 나가서 1,600명 중 대상을 받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일산호수공원에서 버스킹 공연도 했습니다. 나의 판단을 내려놓고 세상이 좋은 것을 준다고 믿기 때문에 웬만하면 불안해서 하기 싫은 것들에 대해 YES를 합니다. 얼마 전 졸업행사에서 학생들 앞에서 축가를 1곡 불러줄 수 있겠냐는 요청에 스스로 2곡을 부르겠다고 답했어요. 물론 하기 싫었습니다. 무대에 서는 건 여전히 불안함이 느껴지니까요. 과거와 다른 건 불안해도 한다는 것입니다. 용기는 두렵지 않은 게 아니라 두려움에도 하는 것이거든요.

용기를 낼수록 난 더 용기 있는 사람이 됩니다. 과거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였죠. 노래 공포도 심했어요. 마이크를 타고 떨리는 제 목소리가 전달되는 게 끔찍했거든요. 이제는 과감하게 들이댑니다. 그리고 감정에 좀 더 솔직해졌어요. 나를 위해 억압했던 감정들을 흘려 보내주고 있어서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편안해졌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었던 얘기는 무엇이며,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은 책인가요?

『가짜 생각이 불안이 되지 않게』는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심한 분들, 또는 고정적이며 제한된 생각으로 자신을 한계 짓는 분들이 읽으시면 큰 도움이 될 책입니다. 나는 안 된다는 생각, 나는 이렇게 타고났다는 생각들은 자신을 변화시킬 수 없게 만들어요. 우리는 우울하려고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불안하려고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나아질 수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이것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꼭 읽어보세요.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계속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큰 용기가 될 거예요. 왜냐면 저는 사람과 무대가 두려워 18년간 약을 먹었던 사람이니까요. 그런 사람이 남들 앞에서 연기하거나 노래하거나 강연을 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두려움이 많은 사람에게 분명 용기와 희망이 될 겁니다. 그리고 생각 바꾸기 작업 컨설팅도 하고 싶어요. 책을 읽고 혼자 힘으로 어려우신 분들을 만나서 생각과 삶의 변화에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누구든 여러분이 잘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유덕권

고양예술고등학교 연기과 교사. 고등학교 3학년 때 사회 불안증이 발병하여 22년간 사회 불안증 환자로 살았고, 18년간 불안·우울증 약을 먹었다. 사회 불안증이란 사람 만나기, 발표, 주목받는 상황과 같은 사회적 수행 상황에서 심한 두려움을 느끼는 정신 질환이다. 사람을 두려워하다 보니 사회에서 고립되고 우울증이 자연스레 따라다닌다. 대인공포증, 대인기피증, 무대공포증, 발표공포증 모두 이 범주에 속한다.

18년간 먹던 약은 눈앞의 증상을 잠시 가라앉힐 뿐 근본적인 치료를 하진 못했다. 지긋지긋한 불안의 근본 원인을 뿌리 뽑고 싶어서 인지행동치료, 마음챙김 명상, 무의식, 최면을 공부해 〈인지행동심리상담사 1급〉과 〈최면 전문가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는 인지행동치료의 핵심인 ‘생각 바꾸기’와 ‘마음챙김’을 통해 마침내 약을 완전히 끊고 사회 불안증과 우울증에서 벗어났다.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에서 태어나 수치심 많은 청소년기를 보냈다. 배우를 꿈꿨지만 사람들 앞에 서면 손, 목소리, 몸 전체가 떨렸다. 국민대학교 연극영화과 재학 시절에는 술의 힘을 빌려 두려움 속에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약을 먹었지만 깊은 곳의 두려움과 우울함은 가시질 않았다. 할 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는데 사람과 무대가 두려워져 죽고 싶었다. 결국 배우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길고 길었던 불안의 터널에서 드디어 벗어났다고 생각했을 때 〈2024 노란우산공제회 홍보모델 선발대회〉에 도전했다. 치유를 증명이라도 하듯 1,600대 1의 경쟁을 뚫고 대상을 차지했다. 하늘을 원망했던 정신적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불안과 우울을 극복한 경험을 공유하여 수많은 아픈 마음들에게 용기를 주는 ‘용기맨’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자 한다.

인스타그램 @deokwonyu


가짜 생각이 불안이 되지 않게
가짜 생각이 불안이 되지 않게
유덕권 저
시크릿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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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미의 혼자 영화관에 갔어] 진실 대신 상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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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자 김소미가 혼자 간 극장에서 마주한 인생의 이야기,
격주 금요일 연재됩니다.


영화 <추락의 해부> 포스터


글의 마력은 필자가 장악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생의 몇 안되는 무대라는 점에도 있다. ‘읽히는’ 힘을 고려하지 않는다면야 백지는 우리의 지루한 증언을 어디까지고 받아준다. 쓰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 서거나 타인이 펜자루를 쥔 인터뷰의 대상자로 참여하고 나서 깊은 당혹감에 빠지는 건 그래서 피하기 어려운 일이다. 복잡하거나 다면적일수록, 모호한 것을 파고들면 들수록 나의 말은 오독되거나 잘려 나간다. 언젠가부터 ‘소통’하자는 말은 서로 정당성과 이해관계를 나누자는 말이 됐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부터 일기장에 오늘 나의 위치가 얼마나 설득적이지 못했는가에 대해 이따금 자괴하곤 한다.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반드시 일면을 취하는 일이어야만 할까?

확정적 진실을 부르짖는 시대의 고단함을 일련의 영화들도 말하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이 보여주는 다중 시점의 진실 추구는 일찌감치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에서도 내러티브 형식의 성취로서 보여진 바 있지만, 오늘날 작가들은 미학적 포부보다는 그 테마 자체에 몰두하는 것처럼 보인다. 확신하는 세상에 대한 극에 달한 피로와 염려, 혹은 상처를 드러내는 것이다. <괴물>이 냉소의 시대에 들춰낸 사랑(고레에다 히로카즈의 ‘Love Wins All’)의 찬란함을 비추는 한편 <추락의 해부>는 자신의 서사를 끝내 승리의 자리에 올려놓고도 쓸쓸해 보이는 어느 여성 작가의 혼자된 새벽을 도착지로 삼는다. 소파에 웅크려 겨우 마음 놓고 잠드는 밤. 미리 말하자면 그것이 이 영화의 결말이다.


괴물의 입장 

프랑스인 남자와 독일인 여자가 알프스 산맥 인근 설원에 펼쳐진 산장에서 서로의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싸우는 동안 몸짓과 소리는 점차 격렬해진다. 마침내 남자가 오열과 함께 여자에게 외친다. “당신은 괴물이야!” 남자는 다음날 산장에서 추락사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눈밭에 떨어진 시체는 햇볕 속에서 스스로 흔적을 지워갈 뿐이다. 산드라(산드라 휠러)와 사뮈엘(사뮈엘 테이스) 부부의 역사는 그로부터 순식간에 자살이냐 살인이냐를 가르는 재판장에 구겨넣어진다. 이미 녹아버린 진실을 해부하려 무수한 타인들이 개입하는 동안 산드라는 낯모르는 타인들 앞에서 자기 인생의 이야기를 술회해야 한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부부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어떤 몰락을 직시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추락의 해부>를 혼인 신고하지 않은 파트너이자 공동 작가인 아서 하라리와 함께 썼다. 트리에는 영화에서 가장 자주 회자되는 결정적인 부부싸움 신에 대해 이런 입장을 내놓는다. “그 싸움은 관계에서의 민주주의가 때로 독재적 충동에 의해 어떻게 탈선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결코 섣불리 체념하지 않는 부부의 이상주의도 거기에 함께 있을 겁니다.”

쥐스틴 트리에의 이 두 문장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폭력까지 동반된 상황이 법정에서 녹음 파일의 사운드 형태로 울려퍼질 때 배심원들이 감각하는 것은 주로 첫번째 진술에 해당될 것이다. 두번째 진술은 부부 당사자가 애증과 자아의 유착 속에서 감지하는 둘만의 사적인 진실에 밀착해 있다. 통찰에 능한 작가인 산드라(산드라 휠러) 역시 자기 내부의 그런 뒤틀린 유대감을 자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실로 쉽게 포기하지 않았었다고.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때로는 바람을 폈고, 남편을 때리긴 했지만 죽이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그런 말은 법정에서 결코 통용되는 논리가 아니다. 자기 변론에 취약한 인물이 끊임없이 오해와 수난을 사는 영화들에 지친 현대 관객의 심리를 간파한 쥐스틴 트리에는 자신의 인물에게 현명한 진술의 기회를 허락한다. “녹음된 그 대화는 현실이 아니에요. 일부일 수는 있죠. 극단적인 상황에서 감정이 고조되면 거기에 집중하느라 다 무너지잖아요. 반박 못할 증거 같지만 현실 왜곡일 뿐이에요. 우리 목소리지만 진짜는 아니에요.”

비슷한 힘겨움은 산드라가 심문 과정을 연습하는 장면에서도 이어진다. “우리는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그래도 서로 할 말이 많았죠. 나중에는 그것도 사라졌지만…” 이때 오랜 친구이자 변호사인 빈센트가 산드라를 저지한다. “그것도 사라졌다”는 말은 빼도 좋다고. 진정한 회한의 고백일지언정 부정적인 뉘앙스를 남기는 단서는 삭제한다. 부부의 역사가 얼마나 많은 파고를 압축하는지 빈센트 역시 모를 리는 없다. 다만 일면을 취하자는 것이다. 이 순간 산드라 휠러에게 주어지는 불안정한 클로즈업 숏은 배우의 얼굴을 상하의 영역으로 쪼개어 한번은 눈을, 또 한번은 입을 보여준다. 세상에 통용되기 위해선 눈동자가 말하려는 바를 전부 입에 담아선 안된다는 또 하나의 이상한 진실을 받아들여야만 할까? 이 잔인한 통증은 부부의 아들 다니엘(밀로 마차도 그라네르)에게도 대물림된다. 증언을 앞둔 다니엘이 법원에서 파견나온 자신의 보호자에게 묻는 질문은 <추락의 해부>에서 가장 통렬한 대사이다. “믿음을 지어내라고요? 제 입장이 확실한 척을 해야 하나요?”

생존을 위해 자기 서사를 가공하는 일은 구태여 살인범으로 몰린 아내의 일까지 상상할 것 없이 자기소개서를 쓸 때나 잘 보이고 싶은 상대와의 첫만남에서도 주어지는 어려운 유혹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법정 신들에서 그러나 산드라는 결백을 주장하는 동시에 남편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멈추지 않는다. 때로는 사뮈엘을 원망했음을, 그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았음을, 그의 실패가 자신을 괴롭혔음을 말한다. 덕분에 신명나는 건 곧바로 연극배우로 데뷔해도 손색이 없을 듯한 <추락의 해부>의 얄미운 빌런, 검사다. 그는 산드라의 소설을 읽는데서 그치지 않고 산드라의 다면성을 잘 버무린 치정극을 새로 쓴다. 어쩌면 검사 버전의 소설이 산드라의 본연에 더 가까울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의 소설이 지금 당장 텔레비전에서 하루종일 쏟아지는 이야기들과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는 데 있다. 뉴스에서, 범죄 사건을 재구성하는 각종 예능이 제기하는 ‘충격적 진실’들과 괴물적 타자들은 그 현상들과는 별개로 대개 천편일률적으로 스토리텔링된다.


영화 <추락의 해부> 스틸컷


“이거 하나만 알아줬으면 해. 난 괴물이 아니야.” 오죽하면 산드라도 자신의 아들에게만큼은 이렇게 호소한다. 우리는 도대체 언제부터 살인마를 위시해 사회에 해를 입히는 타자들을 괴물이라 부르기 시작한 걸까.몬스터(monster)의 어원인 라틴어 몬스트럼(monstrum)은 신화 속 생물이나 비정상적인 현상을 포괄한다. 지금 내 방 책상 언저리에 얌전히 앉은 몬스테라는 비정형적으로 갈라진 그 잎이 평범한 잎사귀들같지 않아 붙여진 이름이다. 언어의 기원으로 볼때 몬스터는 이상하고 무섭지만, 동시에 비범한 것이다. <추락의 해부>는 그 이중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낙인 찍기를 위한 괴물이 아니라, 규범과 가치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로서의 괴물이라면 산드라는 정말 그것일지도 모른다. 동시에 사뮈엘이 산드라를 괴물로 호명할 수 밖에 없던 이유에 대해서 슬픈 유추가 가능해진다. 산드라와 사뮈엘, 그리고 다니엘 가족의 한 축이 붕괴되었다는 사실은 범죄의 유무를 떠나 명백하다. 이 영화의 추락은 자신의 산장 다락에서 떨어진 남자의 물리적 낙하에서, 결혼생활과 중년을 통과하며 자신의 이상으로부터 나날이 괴리되어 간 남자의 정신적 몰락으로 의미를 확장해 나간다. 중력 앞에 일찍 지쳐버린 인간인 사뮈엘을 폭발하게 한 결정적인 도화선은 (영화가 발설한 녹음의 기록으로 추측컨대) 산드라가 사뮈엘의 실패감에 동조하지 않은 것일 터다. 산드라는 법정에서도 매우 분명히 밝혀둔다. “저는 남편이 자신의 고통을 다니엘에게 투사하는 것이, 네, 가끔은 미웠습니다.” 산드라의 강인함을 인정하는 순간 사뮈엘이 목격해야 할 것은 자신의 나약함이다. 그러므로 산드라는 반드시 산장의 나쁜 괴물이 되어야 한다.


극복하는 진실

자기 삶을 탐정처럼 대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어떻게든 입장을 가지고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데, 그 입장은 때로 진실을 추구하기보다 극복하는 것에 가까울 수도 있다. 다니엘이 아버지가 개 스눕에 관해 남긴 의미심장한 말을 유언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처럼 말이다. 꼬박꼬박 재판장에 참석하며 모든 것을 듣기로 작정한 어린 다니엘은 애초의 자기 결심대로 행하고 말았다. “상처받았어요. 이미 받았다고요. 그래서 더 필요해요. 전부 다 듣고 극복하려고요.”

서늘한 것은 <추락의 해부>가 극복된 진실이 구원인지 저주인지조차 말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아마 관객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에 기대어서만 잠시 바로 설 수 있는 진실일 것이다. 혹은 그것을 찾으려는 시도조차 독해에 관한 강박이자 습관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영화가 남기는 고독한 종언을 들으며 극장을 나올 때 나 역시 어떤 입장을 정리하고야 말았다. 늦은밤 다시 산장으로 돌아온 모자는 원점에 섰다. 그들 각자 불가피한 몰락을 경험했으며 정체모를 진실을 각자의 방식대로 성취했다. 이 반쪽짜리 승리 뒤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런 것들이 궁금하다. 돌아보건대 <추락의 해부>에는 슬픔의 자리가 적다. 세상과의 전투가 애도를 유예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산드라는 마지막 재판이 끝난 날, 수고한 동료들과 뒷풀이(!)도 잊지 않는 놀랍도록 강한 인간이다. 그러나 그 다음은? 비탄이 시작될 것이다. 이 영화의 유일하게 덜 잔인한 선택은 바로 그 시간을 보여주지 않고 끝내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장면이 떠올랐다. 검사의 공격이 극심해지자 변호사 빈센트가 “사뮈엘의 비참한 1년을 상상해보자”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순간. 영화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방청석에 앉은 다니엘을 쳐다보는 산드라의 얼굴을 비춘다. 누군가의 비참한 1년에 아주 깊숙이 연루된 자들이 법정에선 마치 외따로 분리된 존재들처럼 연극하고 있음을 단 한번의 시선 처리로 말하는 이 숏이 <추락의 해부>의 미래다. 진실을 궁금해하는 동안 사람들은 추락이 충격이 몹시 큰 고통이라는 사실을 잊어 버렸다. 산드라는 그에 맞서 다시 소설을 쓸 것이다. 우리가 끝내 모르게 된 추락의 해부는, 소설이 완성되는 순간에 이루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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