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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을 대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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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을 대표하는 <훌츠프레드 페스티벌(Hultsfred Festival)>

 

<훌츠프레드 페스티벌>은 지난 1986년부터 인구 만 명의 숲 속 마을 훌츠프레드에서 열렸던 스웨덴의 대표적인 록 페스티벌입니다. 스웨덴과 북유럽 출신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꾸려지던 무대는 해가 거듭되면서 세계적인 라인업을 자랑하는데요.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라디오헤드(Radiohead), 비요크(Bjork), 림프 비즈킷(Limp Bizkit), 블러(Blur),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 오아시스(Oasis), 팻보이 슬림(Fatboy Slim), 플라시보(Pracebo) 등이 이미 숲 속의 무대를 다녀갔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티켓 판매고가 해마다 2만5천여 장을 기록했으니, 그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제가 길을 헤매며 만난 많은 스웨덴 사람들도 <훌츠프레드 페스티벌>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은 <훌츠프레스 페스티벌>을 두고 ‘유명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예전만큼은 못하다고요. 그도 그럴 것이 2000년대 후반 비싼 티켓값과 부실한 라인업으로 고전하던 <훌츠프레드 페스티벌>은 지난 2010년에는 급기야 취소되고 맙니다.

그랬던 페스티벌이 2013년 다시 열린 것입니다. 지난 6월 13일부터 사흘간 악틱 몽키스(Arctic Monkeys), 씸 파크(Theme Park),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 팻보이 슬림(Fatboy Slim) 등과 함께 스톡홀름 외곽의 스톡사(Stoxa)에서 새로운 축제의 장을 열었습니다. 스톡사는 스톡홀름의 국제공항인 알랜다공항에서는 10분 거리, 스톡홀름 시내에서도 40분 거리로, 우리 같은 이방인들에게는 접근성이 훨씬 높아진 것이죠. 스톡사 역시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데요. 페스티벌 사이트는 평소 설치예술이나 자동차 등의 야외 전시장으로 이용되고, 주변에는 골프코스가 많습니다. 시설 정비가 잘 돼 있으면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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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훌츠프레스 페스티벌 무엇이 문제인가?!

 

 

<훌츠프레드 페스티벌>에 가기 위해 스웨덴을 공연기행 일정에 넣었습니다. 비슷한 기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는 <소나르 페스티벌(Sonar Festival)>이 열렸기 때문에 바르셀로나에서 스톡홀름으로 이동하는, 또 다시 비효율적인 동선을 택했지요.
문제는 국제적인 록 페스티벌인데도 <훌츠프레드 페스티벌> 홈페이지에는 영어 전환기능이 없었습니다. 확인해보니 있다고요? 그것이 저의 숱한 이메일와 국제전화 때문에 아주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믿으시겠어요? 국민 대다수가 영어를 모국어처럼 자유자재로 말하는 스웨덴에서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일까요. 프레스 팀에 여러 번 도움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답을 얻을 수 없었던 저는 일본인 친구의 스웨덴 친구까지 동원했습니다.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티켓은 어떻게 구매할 수 있는지 번역을 부탁한 것이죠(그 인연으로 저는 그분의 집에 머물며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서울에서 부천 가는 것처럼 간단하지가 않아,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란 말이죠. 일단 알랜다 공항 인근에 숙소를 잡은 저는 스톡홀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공항에 마련된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았습니다. 두 명의 직원과 함께 30분 동안 찾아가는 방법을 논의했습니다.

그리고 실행에 나섰죠. 그런데 페스티벌 셔틀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이 시골의 물류창고 같았습니다. 인적도 드물고, 아무런 표시도 없고, 가끔 지나가는 버스들도 페스티벌과는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비바람까지 부네요. 저는 그곳에 공항의 무료 셔틀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그 버스마저 오지 않습니다. 30분 만에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물어보니, 인적이 드물어 건물 안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만 공항버스가 온다고 하네요. 한참을 고민하던 저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를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 비바람 속에 낯선 땅을 헤맬 수는 없었거든요. 저는 공항 인근에 실제 비행기를 개조해서 만든 숙소에 머물렀는데요. 그렇게 저의 하루는 비행기 호텔 체험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죠.

다음날 저는 1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페스티벌장과는 반대쪽 스톡홀름 외곽의 지인 댁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페스티벌이 그날까지니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톡홀름에서 이동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테니 분명히 방법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만난 분과 함께 다시 검색에 나섰습니다. 참, 페스티벌 홈페이지에 영어 버전이 생겼지만, 자세한 내용을 클릭하면 다시 스웨덴 말입니다. 그런데 스웨덴 분도 무슨 말인지 한참을 읽더란 말이죠. 아무튼 저는 그분이 꼼꼼히 적어준 루트를 들고 다시 기차를 되돌아 타고 공항 인근으로 찾아갔습니다. 페스티벌 셔틀 버스가 있다는 기차역. 역시 관련 포스터도 사인도 찾을 수가 없고, 기차역 직원도 모릅니다. 그곳에서 맥주를 병째 홀짝이고 있는, 분위기가 범상치 않은 사람에게 물었더니, 자기도 그곳에 가려는데 어딘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저는 페스티벌 프레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그 남정네와 통화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무런 표시도 돼 있지 않는 버스를 타고 페스티벌 사이트에 입장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사이, 어제 홀로 두려움 속에 기다렸던 물류창고 같은 버스 정류장을 살포시 지나치더군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바른 정보를 주긴 했던 겁니다. 다만 아무런 표시가 없었을 뿐.

 

그럼에도 기대되는 <훌츠프레드 페스티벌>

 

이것이 스톡홀름에서 길을 잃은 이야기의 끝은 아닙니다. 캠핑을 할 수 없었던 저는 자정이 넘어 집으로 되돌아 왔는데요. 그 과정에서도 참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한밤에도 해가 아주 지지 않는 북유럽의 백야와 대체적으로 치안이 좋고 저의 짧은 영어가 통하는, 사람들이 친절한 스웨덴에서 길을 잃은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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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페스티벌은 어땠냐고요? 제가 이 고생을 하고도 왜 기사를 쓰겠습니까? 대자연 속에 마련된 5개의 스테이지에서 저는 그간의 고생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습니다. 이 지역 친구들이 삼나무처럼 커서 사진 찍기도 힘들었지만, 중규모의 페스티벌은 스테이지를 이동하기도 쉽고 대체로 깨끗하게 조성돼 있어 무엇보다 좋았습니다. 한여름에도 선선한 날씨 때문인지 록 페스티벌의 뜨거운 열기보다는 느긋한 즐김이 유독 눈에 띄었고요. 그래도 라인업을 따라 뛰어다니는 친구들이나 무대 앞을 고수하기 위해 일찌감치 진을 치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캠핑족들이 궁금해 할 부대시설도 좋은 편입니다. 캠핑장을 중심으로 곳곳에 샤워실과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고요. 음식이나 음료도 쉽게 사먹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대자연에서 음악과 함께 만나는 백야가 아닐까요. 저처럼 캠핑에 자신이 없다면 일일권 구입도 가능하고 자정 이후 시내로 들어오는 셔틀버스도 있습니다. 스톡홀름은 대중교통이 밤늦도록 운행되니 귀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길만 잃지 않는다면요.

전날 그토록 보고 싶던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무대를 놓친 저는 마지막 날의 헤드라인인 팻 보이 슬림마저 귀가에 대한 압박으로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스톡홀름에서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은 이틀 동안 길을 헤맨 덕분에 시내를 관광할 힘도 없이 침대에 머물렀습니다. 이건 조만간 다시 스톡홀름을 찾으라는 얘기겠죠? <훌츠프레드 페스티벌>의 재기는 제 애간장을 태울 만큼 미흡한 점이 많았지만, 과거의 명성은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단 페스티벌 개최지를 스톡홀름 인근으로 옮겨온 만큼, 더 많은 뮤지션과 페스티벌 고어들이 찾아들 테고, 대자연과 백야라는 천예의 환경은 <훌츠프레드 페스티벌> 만의 독특한 멋을 발산할 테니까요. 하지만 개최지를 옮긴 만큼 ‘훌츠프레드’라는 타이틀은 올해가 마지막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 <훌츠프레드 페스티벌>인 셈이죠. 내년에 이 페스티벌에 가고 싶다면 이제 제가 도와드릴게요! 스웨덴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요? 먼저 노르웨이에 살짝 들러보세요. 스웨덴 정도면 물가 착한 편입니다.


슈퍼스타K, 왜 예전만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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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ow must go on


그렇게 5년째다. 2회까지 방송된 Mnet <슈퍼스타K5>가 주는 느낌은 이런 여유와 안정감이었다. 그러니까, 5년 동안 오디션 열풍과 함께 지상파와 케이블을 경계를 무너뜨리며 방송계의 일대전환을 가져온 국민오디션으로써의 자신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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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즌 5를 시작한 슈퍼스타 K


잠시만 복기해 봐도 답은 금방이다. <슈퍼스타K>가 펼쳐놓은 오디션 열풍은 분명 전문적이며 폭넓은 방향으로 진화했다. 아이돌 후보들의 연습생 기간을 단축하고(<K팝스타>), 밴드들을 지상파에서 볼 수 있게 했으며(<톱밴드>), 무명의 보컬리스트들에게 이름과 얼굴을 부여했다(<보이스오브코리아). 이 기세를 힙합(<쇼미더머니>)과 댄스(<댄스9>)로 장르를 넓혀나갔다.   


이렇게 <슈퍼스타K> 시리즈를 통해 분화하고 풍성해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지형은 지상파와 케이블의 벽도 점차 허물어뜨리고 있다. <응답하라 1997>로 연기자로 자리를 굳힌 서인국을 비롯해 허각과 존박, 장재인과 김예림, 로이킴 등은 이미 지상파에 안착했다. <슈퍼스타K>는 그렇게 스스로 칭하듯 국민오디션으로써의 명성을 굳건히 하고 있다. 비록 전 시즌과 같은 폭발적인 반응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지라도.  


자, 상찬은 여기까지. 미 본토의 <아메리칸 아이돌>로부터 공수해 온 이 한국판 서바이벌 오디션 <슈퍼스타K>가 지닌 경쟁의 서사는 그 포맷이 주는 마력과 그에 비례하는 인기를 바탕으로 거부감없이 방송계에 안착했다. <슈퍼스타K>에 자극을 받은 <나는 가수다>가 기성가수들을 살 떨리는 경쟁 구도 몰아넣고도 ‘신들의 전쟁’이란 수식으로 포장했던 일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케이블이 지닌 자유분방함은 편집의 재기발랄함으로 승화됐다. 지상파가 할 수 없는 스피디한 호흡과 과감한 자료화면과 CG의 사용 등은 이제 Mnet 계열의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매특허가 됐다. 아마도, 이러한 감각의 으뜸을 꼽자면,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1박 2일> <꽃보다할배>의 나영석 PD, 그리고 <슈퍼스타K>의 제작진을 선두에 올려야 할 것이다. 


여기서 ‘악마의 편집’을 일례로 드는 것은 조금 식상한 일이다. 2년 전 예리밴드의 방송 이탈 사건은 편집상의 난맥이라기 보단 서바이벌을 전제로 한 방송의 룰을 스스로 부정한 지원자의 일탈로 봐야할 것이다. 경쟁을 무기로 내건 프로그램에서 밤을 새고 새로운 곡에 적응하는 모습까지 심사 기준에 넣겠다는 룰을 요구했을 때, 이를 숙지하고 지원한 참가자가 그 룰에 따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하지 않았던가. 


오히려 최근 <슈퍼스타K>가 보여준 편집의 실패는 제작진의 과도한 감정이입과 개입에 있었다. 본선 심사위원 3인과 제작진이 어디까지 교감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시즌 로이킴과 정준영에게 보여준 제작진의 지나친 감정이입은 편파란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리얼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에서, 특히나 스타성을 강조하는 <슈퍼스타K>에서 그런 집중은 필요악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남은 ‘감동팔이’. 도대체 음악 오디션에 이렇게까지 과거사가 필요한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그리고 그것을 걷어낸 것이 최근의 <보이스 오브 코리아>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슈퍼스타K>의 인장이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연과 눈물은 분명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렇게 1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대중에게 호소할 수 있었다.


새로운 제작진에게 담백함을 주문하는 것은 그래서다. 5시즌이라는 국내 최장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감동과 경쟁, 그리고 생방송 쇼라는 스스로 완성시킨 형식을 버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한 양념은 독배일 뿐이다. 지난 시즌의 과한 편집과 제작진의 과한 개입으로 반발하는 시청자층이 꽤 생긴 상태다. 그것은 분명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피로감과는 다른 문제다. 


지난 시즌에 비해 시청률 상승이 크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래서 <슈퍼스타K>가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은 식상할지 모르지만, 초심이다. 그 중심은 물론 언제나 믿고 가야 할 인적자원일 것이다. 200만까지 도달한 국내 최대의 지원자 수가 이를 증명한다. 5시즌까지 이어진 <슈퍼스타K> 시리즈의 지원자들은 이승철의 말마따나 “1시즌을 보고 꿈을 키운 이들이 5시즌에 지원”하며 그 역사를 스스로 써내려가고 있다. 그 역사에 중심이 되려는 지원자들의 무기는 여전히 음악이다. 스타성을 키워주는 <슈퍼스타K5> 제작진의 몫은 이전까지의 공력으로도 충분하다. 


스스로 건설한 굳건한 성채를 더 높게 쌓아올리려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지원자들을 정성스레 발굴하고 더 성장할 수 있는 지원을 아끼지 않을 때, 톱10이 꾸밀 쇼는 또 한 번 화려하게 빛날 것이다. 그렇게, 쇼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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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한구절이 인생에 혁명을 일으킨다 -『내 삶을 바꾼 한 구절』 박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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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작가와의 만남]

박총을 처음 만난 것은 당시 그가 편집장으로 몸 담고 있던 <복음과 상황>에서 인터뷰를 청했을 때였다. 당시 나는 녹즙 배달 일을 그만둔지도 좀 지났고 대학원 학위는 못 따고 수료한 직후였으며 아버지를 여읜지 얼마 안 된 때였다. 요즘 석사 개나 소나 다 있는 것, 이라고 할 정도로 몸값도 떨어졌고 서른 가까운 나이에 토익 시험 한 번 안 본 인간이 어디 취직할 데라곤 없다는 것을 잘 알았을 때였으며 심각하게 안정적인 직업을 위해 군 하사관 모집 공고를 열심히 보다가 나이가 한계치라는 것을 알고 포기할 때였으며, 사실은 취직이고 군입대고 내가 조직생활은 전혀 못 할 테니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스물일곱 이건희처럼』뭐 그런 책을 쓰지 않는 한 앞으로도 가난뱅이로 사는 수밖에 없겠군, 하는 각오를 매우 다질 때였다. 당시 내 현실이라는 것은 꿈꾸는 다락방도 못 되고 꿈꾸는 반지하, 뭐 이런 거였으니 이 맘몬의 시대에, 무서운 자본주의가 펄펄 날뛰면서 이걸 사지 않으면 넌 평생 불행할 거야, 이걸 당장 사먹지 않으면 넌 심장마비에 걸릴 거다, 이걸 사지 않으면 넌 뚱땡이가 될 거다, 하고 요령좋게 협박하는 시대에서 새 물건 안 사고, 공터든 어디든 돈 없이 재미있게 놀아 보이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에 대한 최대의 저항이라고 결심을 굳건히 하고 있던 때였다(물론 그 다음에도 물건을 좀 사긴 했다. 여자라서? 각오가 약해서? 둘 다라고 하자!).
그럴 때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을 만났으니 오랜 벗을 본 듯 남같지 않고 반가웠다. 새 물건 사서 쓰지 않는 것이 저의 사역입니다, 하는 그의 말에 우와, 나 말고도 풍차에 마구 돌진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여 매우 기뻤다. 그런데 이런, 이 집 풍차는 우리 집 풍차보다 훨씬 컸다. 나야 내 몸 하나, 그리고 어머니 정도 건사하면 되지만 마흔이 넘었으면서 중학생처럼 말간 얼굴을 한 이 아저씨는 아이를 넷이나 낳은 애아버지였고, 한 달에 190만원으로 여섯 식구가 살아가는 매일매일이 도전인 삶을 살고 있었으며 게다가 전업주부 노릇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니 이럴 수가. 게다가 이토록 다감한 말씨를 구사하는 사람이 대구 남자라는 것이다, 내가 대구 출신이라 대구의 남자 혹은 음식에 대해 누가 물으면 대구에서 어찌 선한 것이 나겠느냐, 하고 농담 삼아 대꾸하곤 했는데 박총의 전작 중 하나인 『밀월일기』를 보면 돈 없이 다정다감하게 사랑하는 엑기스가 다 들어 있다. 그러니 전국에서 휴대전화 통화료가 가장 낮은 도시라 해도 이렇게 다감한 남자를 길러 낸 도시라니, 이젠 고향에 대한 자조적 농담도 못 하게 되었다. 예의 인터뷰 건 때문에 만났을 때도 참 다감한 사람이구나, (김규항에게 그를 아냐고 묻자 한번 만나본 적이 있다며 그 사람에겐 심한 말 하면 안되겠더라, 하고 아주 흥미로운 견해를 피력했다) 싶었지만 전작 『욕쟁이 예수』에서는 예수님을 정말로 좋아하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앞서 말한 『밀월일기』에서는 역시 예수님을 일상 안에서 마음 속에 모시는 정성스런 마음, 고교 때부터 연인이었던 아내에게 주기 위해 풀를 보고 난 후 예수님에 대한 이토록 다감한 사랑, 고등학교 때부터 연인이었던 아내에게 주기 위해 시간을 들여 풀꽃을 꺾는 다감한 손길을 보면 혼자 대구 남자의 50인분 이상을 혼자 감당하고 있으니 누가 대구 남자를 무뚝뚝하다 말할 것인가. 게다가 나는 지구의 인구폭발로 인한 자연자원 등의 고갈을 염려하면서 동시에 대한민국의 낮은 출산율을 개탄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으므로 나처럼 내 유전자를 받은 아이를 세상에 내어놓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사람들을 생성시키는 것도 전쟁이나 기근이 드문 현 상황에서 지구가 나름대로 내놓은 해결책이라고 생각했고 애 많이 낳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그의 이번 신간 『내 삶을 바꾼 한 구절』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압바 많이 사랑해요~ 라는 고백과 아버지에게 축복 기도를 해 주고 학교를 간다는 네 아이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워서 내 마음대로 그에게 몰래 면제권을 부여했다. 나 아이 두 명 낳을 것 안 낳는 셈으로 쳐서 저 집은 넷 있어도 괜찮아, 하고 기분 좋게 ‘까방권’을 부여한 셈이다.

그는 핸드폰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에게 연락하려면 이메일이나 070으로 시작되는 집으로 연락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어쩌다 모르는 시내전화 번호가 걸려오면 가끔 그일 때가 있다. 나야말로 대구 여자답게 무뚝뚝해서(여기는 날씨가 그렇듯이 여자들 성격도 극단적이다, 아주 애교가 있거나 아저씨거나. 나야 물론 아저씨 쪽이지만) 사람들을 먼저 잘 찾지 않는 편인데, 최근 마음이 썩어 문드러지는 고통을 몇 달 째 겪고 있는 중이라 나보다 하나님과 친할 것 같은 그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 “현진씨, 무슨 일이에요? ” 얄밉게 사투리 기운도 전혀 없이 다감한 박총의 목소리를 듣자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선생님, 어떻게 기도해야 하나요? ” 모태신앙이지만 초신자보다 못한 신앙을 지녔고 은혜의 체험도 없으며 하나님이라고 하면 새누리당 의원 누군가처럼 생긴 고집불통에 난 너 지켜보고 있어, 꼭 벌줄 거야, 이런 인식밖에 갖고 있지 않던 나는 목사인 아버지 때문에 하나님도 한통속인 것 같아 그가 미웠는데 이렇게 바닥까지 떨어져보니 진짜 하나님이 있는가, 있다면 그동안 낸 헌금이 얼만데 한번 매달려나 보자, 이런 갈급한 마음에 현명한 소리 해 줄 다른 어른들 다 집어치우고 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애쓴 것은 정말 하나님의 안배인지도 모르겠다. 평생 못 잊을 콕 짚어 주는 대답을 얻었기 때문이다. “현진씨, 그냥 저한테 말하듯이 말씀하셔요. 하나님은 다 듣고 계세요.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도 다 듣고 계세요.” 이후 나는 목회자 자녀로 태어나 신앙이 습관화되었던 삶을 깨뜨리려고 조금씩 애쓰고 있고, ‘주님이 가르치신 기도’ 이후 새로운 기도문인 ‘박총이 가르치신 기도’라고 농담하며 매일 예수님께 어색하게 한두 마디 던지면서 주절주절 얘기해 보는 중이다.

이번에 그의 『내 삶을 바꾼 한 구절』이 출판되기 전 원고를 먼저 받아 보았다. 이제 겨우 회심이라는 것을 결심한 초보 크리스천으로 살아가겠다고 결심은 했는데 도대체 뭐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몰라 가슴을 쾅쾅 치고 있을 때 신기하게 그 원고가 때맞춰 도착했다.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던 중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주위 사람들에게서 그 형상을 발견하고 귀하게 여길 것’이라는 권면을 보고 머릿속에 작고 환하고 예쁜 전구가 톡! 하고 켜지는 것 같았다. 이 책을 넘기는 당신에게도 언젠가 어떤 페이지에서 이런 전구가 켜질 것이다. 이 세상에 대한 자기도취 없는 연민, 역시 이 세상에 대한 의로우나 난폭하지 않은 분노, 모래알처럼 사소한 것들에 대한 사랑까지, 이번에도 박총답다. 그러므로 신자이든 비신자이든 이 ‘글귀 낚는 어부’의 책에서 위로를 얻을 것을 보증한다. 왜냐하면 그의 글과 그의 연민은 시류를 타서 현금 좀 확보해 보려는 싸구려 힐링과 위로가 아니라 예로부터 내려오던 것, 구약의 이사야서 그리고 에밀리 디킨슨이 우리에게 전하려던 것과 깊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전략) 내가 만일 한 생명의/고통을 덜어주거나/한 괴로움을/달래주거나/지친 한 마리 물새를/둥지로 되돌려/보낼 수 있다면/내 삶은/결코 헛되지 않으리. (에밀리 디킨슨, <내가 만일> 중)’ 이 아이 넷의 아버지가 혼란한 세상에서 하나님이 회복의 역사를 위해 보낸 일꾼으로, 예수님과 세리와 죄인의 친구로 크게 쓰일 것을 믿는다. 추천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 읽어 버린 이가 한 가지 팁을 제공하자면, 이 발랄하고 경쾌한 묵상을 한 번에 다 읽어버리지 말고 손 가는 곳에 두었다가 매일 아껴 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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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바꾼 한 구절박총 저 | 포이에마
성프란체스코의 잠언에서 네루다의 시까지, 권정생의 산문에서부터 폴의 노랫말까지 다양한 분야의 구절을 담은 이 책은 삶의 갈피를 잃고 헤맬때 당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빛나는 삶의 지침표가 되어 준다. 끊임없는 성찰 속에 피어난 영성적 빛을 모아 한 권에 응축시킨 각각의 ‘한 구절’은 독자 스스로가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를 알게 하고 진정한 나 자신으로 태어날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가슴에 불을 지르듯 인생에 지울수 없는 흔적을, 깨달음을 남기고자 한다면 이 책에 주목해보자.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오페라하우스와 뭉크만으로 충분한 오슬로의 매력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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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오페라하우스

 

스톡홀름에서 꼬박 6시간 기차를 타고 이동한 오슬로. 4명이 마주보고 앉아야 하는 좌석은 삼나무처럼 기다란 다리를 지닌 북유럽 사람들과 앉기에는 불편 그 자체였습니다. 6시간 내내 누가 기다린다고, 뭘 보겠다고 오슬로에 가는지 자학할 수밖에 없었죠. 특히나 페스티벌 일정에 맞춰 끊임없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저로서는 점점 ‘여행’이 아니라 ‘이동’이 되는 것 같아 향수병이 짙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슬로 역에 도착해 숙소를 찾느라 두리번거리다 방전된 저의 에너지가 재충전을 시작했지 뭡니까. 바로 그토록 보고 싶었던 오슬로의 오페라하우스가 눈에 들어온 것입니다. 길거리에서 입을 떡 벌리고 탄성을 자아낸 저는 숙소에 짐을 놓고 바로 오페라하우스로 달려갔습니다.

  

●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노르웨이 최대 규모의 현대적인 문화복합시설로 오슬로(Oslo) 중심부의 남쪽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다.


'우와우와’를 연발한 저는 간절한 기도와 함께 티켓박스로 갑니다. “오늘 저녁 공연 있어?” “그럼, 아름다운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야.” “얼만데? 싸고 잘 보이는 곳으로 부탁해.” 짧은 영어로 말을 하면 웃으며 반말하는 기분이라서요. 아무튼,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오슬로에서 저는 우리 돈으로 2만원에 3층 발코니 석을 확보했습니다. ‘야호!’가 절로 나오더군요. 티켓박스며 편의시설, 공연장 입구 모두 무척이나 모던한 디자인입니다. 와이파이까지 잡혀요. 오페라하우스 밖으로 나온 저는 건물 앞뒤 위아래 구석구석을 신이 나서 탐색합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할 곳 없는 세종인은 햇빛에 굶주린 이곳 사람들에게는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좋은 장소인데요. 공연과는 무관하게 건물 주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이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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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살에 어지러움을 느낀 저는 숙소에 들러 오랜만에 블라우스를 챙겨 입고 발레 공연을 보러 다시 오페라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오슬로의 물가는 살인적이지만, 공연을 포기하지는 마세요. 500ml 생수 한 병이 3천 원을 넘는데, 2~3만 원에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니까요. 고층의 발코니 석은 시야 제한이 있지만, 같은 가격의 스탠딩 석은 무대를 바로 볼 수 있어서 체력만 허락한다면 도전할 만합니다. 공연장 안도 돈이 무척 많이 들어간 모던함이 기분 좋게 묻어납니다. 발코니 석은 의자 자체가 무대를 향해 사선으로 설치돼 있고, 3줄 이상 놓지 않았습니다. 유럽 다른 나라의 100년 이상 된 오페라극장만 봐와서 일까요? 쾌적한 공연장에서 마냥 신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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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어땠냐고요? 이게 참 아이러니컬한데요. 솔직히 제가 지금껏 봐왔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중 최하였습니다. 런던에서 봐왔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발레는 ‘선의 미학’이라고 생각하는데, 전체적으로 오슬로의 선들은 넉넉하네요. 유난히 턴과 고정 동작이 많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이다 보니, 무용수들의 기량이 여실히 드러나는데요. 다소 미흡한 그들의 무대를 보며 객석에서는 기립박수를 칩니다. 이를 지켜보는 저는 재밌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 드는데요. 쏟아지는 기름 때문에 무언가에 고생스럽게 매달릴 필요가 없어서 일까요. 고전 발레의 교과서라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치열함 보다는 ‘그냥 춤을 춘다’을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여유가 오슬로 만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되더군요.
공연이 끝나고 밖을 나서는데 아직 해가 지지 않았습니다. 낯선 곳에서 홀로 공연을 볼 때는 늦은 귀가 때문에 긴장하곤 하는데, 오슬로의 밤은 저를 안심하게 하네요.
 

어메이징 뭉크(Munch)

 

오슬로를 찾은 또 하나의 이유, 바로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 때문입니다. 노르웨이에는 두 명의 유명한 에드바르트가 있는데요. 바로 ‘페르귄트 조곡’으로 유명한 그리그(베르겐 출신)와 ‘절규’의 뭉크입니다. 개인적으로 <절규>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영어 제목은 <스크림(The Scream)>인데요. ‘스크림’보다는 ‘절규’라는 단어에서 묻어나는 절박함이 좋습니다. 저는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에서 뭉크 특별전을 봤는데요. 그때 1910년에 완성된 후기 <스크림>을 봤습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봤던 <절규>는 1983년 베를린 전시 때 처음으로 선을 보인 작품인데요. 전작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저는 반드시 오슬로에 가면 뭉크를 탐하리라 결심했죠. 특히 올해는 뭉크 탄생 150주년으로, 오슬로의 국립 미술관과 뭉크 미술관에서 그의 전후기 작품을 모두 접할 수 있습니다. 샌드위치 하나에 만 원인 오슬로에서 뭉크 패스를 구입할 경우 두 미술관을 2만6천 원 정도에 입장할 수 있으니 마냥 행복하죠. 게다가 관광도시가 아닌 오슬로의 미술관은 런던의 내셔널갤러리나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처럼 붐비지 않습니다. 덕분에 그토록 보고 싶었던 <절규> 앞에 앉아 넋을 잃어봤습니다. 모든 것이 평화로운 그곳에서 홀로 혼동에 휩싸인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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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뭉크는 어렸을 때는 병약함 때문에, 커서는 사랑 때문에 심신이 많이 고달팠던 예술가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누나의 죽음, 이후 뒤따르는 가난과 잦은 병치레. 광기와 악몽, 불행의 이미지가 어린 뭉크를 사로잡습니다. 화가로서 첫발을 내딛으면서 만난 연인은 그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일깨우지만, 뭉크의 절절한 순정과 달리 너무도 자유분방해 쓰린 상처를 남기죠. 뭉크는 그녀를 만나며 끊임없는 애증과 질투, 의심에 사로잡힙니다. 이런 삶이 유난히 아픔과 죽음, 사랑과 실연, 질투에 관한 작품을 많이 그려내게 합니다. 그의 내면세계를 고스란히 작품에 쏟아낸 것이죠. 한 작품에 매달려 여러 변형 작품을 남기는가 하면, 판화 작업을 즐겼기 때문에 색이 다른 같은 그림도 여러 점입니다. 오슬로의 뭉크 특별전은 올해 10월 13일까지 이어지는데요. 마음 속의 혼돈과 고통을 뭉크와 함께 나눠보십시오.

  

오슬로의 배짱이 같은 여유로움

 

미술관을 나온 저는 193점의 조각 작품이 있다는 비겔란 공원까지 유유자적 산책에 나섰습니다. 쏟아지는 햇살, 파스텔 톤의 고풍스러운 건물, 우거진 나무숲과 공원. 햇살이 귀한 북유럽권에서는 햇빛만 났다하면 사람들이 훌러덩 옷을 집어 던지고 벌러덩 드러눕습니다. 비키니는 양반이라니까요. 잔디밭을 모래사장 삼아 속옷 차림, 때로는 그냥 누워 있습니다. 지금은 평일 오후 4시인데,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에서 쏟아져 나온 것일까요. 기름과 연어를 비롯한 풍부한 바다자원 때문에 노르웨이의 1인당 GDP는 10만 달러에 육박합니다. 세계 3위로, 우리나라의 5배 정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제가 길을 헤매며 만난 많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친절하고 여유롭습니다. 한국에서 개미처럼 부지런히 일했던 저의 눈에는 이들의 배짱이 같은 여유로움이 꽤 부러운데요. 많은 것을 가졌으니 굳이 치열하게, 안달복달 할 것 없는 것이죠. 무용수들의 선이 조금 우아하지 않고 미흡하더라도 그들은 혹독한 비평 대신 기분 좋게 박수로 마무리 하는 게 아닐까 저만의 설을 풀어봅니다. 하루 종일 많이 걸었던 저는 비겔란 공원에서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트램을 탔습니다. 티켓을 살 수 있는 곳이 보이지 않아 트램 안에서 바로 표를 구입했는데요. 이 경우 티켓 값이 더 비싸더군요. 10분 이동하는 데 만 원을 내야만 했습니다. 가난한 여행자에게 만 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아시죠? 속상하고 억울하고,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햄버거가 아른 거렸지만, 어차피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 오슬로 사람들처럼 그냥 웃기로 합니다. 그래, 뭉크의 <절규>를 봤잖아! 오페라하우스와 뭉크만으로도 오슬로는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자신의 삶을 선택한 자만이 부르는 노래 ‘나는 나만의 것’ -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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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벳, 한 사람의 일생을 담아낸 뮤지컬


오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황후로 기억되는 엘리자벳. 뮤지컬 <엘리자벳>의 주인공 씨씨(엘리자벳)는 1837년 뮌헨에서 태어나 15살에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와 결혼해 황후로 살았던 실제 인물이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천방지축 왈가닥 어린 소녀가 한 나라의 황후가 되어, 한 무정부주의자 청년에게 피습을 당해 사망하기까지 한 여자의 일생을 담았다.

특정 사건을 통해 한 인물을 파악하는 게 아니라, 한 인물이 성장하면서 겪는 다사다난한 일들을 관객은 함께 경험한다. 2시간 반이라는 짧지 않은 공연 시간 동안 한 사람의 압축된 생을 경험하는 일이라, 공연이 끝났을 때의 감동, 그 무게감은 여느 뮤지컬과 다른 데가 있다.

엘리자벳 황후는 참으로 극적인 삶을 살았다. 1898년, 요양 중이던 황후의 산책길에 한 청년이 뛰어들어 그녀를 피습했다. ‘마이얼링 사건’이라고 불린 이 비극을 조사하던 극작가 미하엘 쿤체는 황후가 남긴 일기장, 시와 편지를 탐독하면서, 황후가 알려진 것 외에 다른 모습이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쓴 극본이 이 뮤지컬 <엘리자벳>이다. 그녀는 죽음뿐 아니라, 삶에서도 극적인 순간이 많았는데, 무엇보다 ‘그녀가 마지못해 황후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극작가의 왕성한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나는 나만의 것’ 깨달은 자가 주는 감동


말괄량이 아가씨 쎄씨는 행복한 가정에서 말도 타고, 줄도 타며 자유롭게 살고 있었다. 15살 때, 우연히 황제 요제프에게 간택되면서 황실에 들어갔다. 귀족집 딸이라면 누구나 들어가고 싶었던 황실 문이었지만, 그 묵직한 황실의 문이 열리면서, 그녀의 비극도 시작되었다. 억압적이고 근엄한 분위기 속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만을 강요하는 황실의 삶이, 자유로운 소녀 씨씨를 불행하게 했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그녀의 삶이 품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 중에 ‘자유를 갈망했던 한 아름다운 여인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먼 나라 황후 이야기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9개 국가에서 계속 공연되고 있는 비결이다.

요제프의 어머니이자, 엘리자벳에게는 시어머니인 대공비 소피는,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참견하면서, 1800년대 오스트리아에도 엄연히 시월드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나인가요, 어머니인가요, 선택해요!’라고 요제프를 들볶는 엘리자벳이나, 그 사이에서 저울추처럼 흔들리다 결국 ‘여보, 미안해’ 사과하며 어머니 손을 붙잡는 아들 요제프, 득의만만한 소피, 세 사람의 삼각관계는 우리네 저녁 드라마에서도 익숙한 풍경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시댁 이야기가 막장으로 치닫지 않는 까닭은, 그녀가 얼마 지나지 않아 각성하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법도란 당위로 수없이 상처받은 엘리자벳은 더는 누구에도 의존할 수 없고, 스스로 결정하고 살아나가야 하는 상황을 깨닫는다.

이 각성은 비단 시월드에 속해있는 자만의 것이 아니기에, 그때 엘리자벳이 부르는 ‘나는 나만의 것’이라는 노래는 묵직한 울림이 있다. 엘리자벳은 이 순간 소녀에서 어엿한 여자로 변신하고, 주어진 삶이 아니라, 원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다.


내가 선택한 삶에서 주어지는 것들


물론, 어떤 결심이 그 자체만으로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더 행복해진다는 보장도 없다. 다만, 더 나아지든 나빠지든 결과에 상관없이 이것이 내가 선택한 삶이라는 결단에서 오는 당당함이 있다.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감수하겠다는 담대함이 생긴다. 엘리자벳은 자유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지만, 정처 없이 떠돌았던 그 삶이 과연 행복했는지 잘 모르겠다. 무대 위에서 엿보는 그녀의 삶에는 이후에도 녹록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삶에서 당당함과 품위가 느껴지는 까닭은, 그것이 그녀가 스스로 선택한 삶이기 때문이다. 멀고 먼, 오스트리아의 황후 이야기에 우리가 감동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보통 사람들보다 수많은 제약이 가해지는 황후라는 자리, 시키는 대로 말만 들으면 따뜻한 식탁과 안락한 잠자리가 제공되는 황후의 자리를 내던지고, 엘리자벳이 끊임없이 자유를 지향했기 때문에, 그녀가 꿈꾸는 대로 살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들려주면서, 작가는 이야기가 지루해지지 않게 독특한 캐릭터를 하나 설정하는 데 바로 ‘죽음’이라는 캐릭터다. 엘리자벳이 어린 시절,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죽음과 맞닥뜨리는데 죽음은 엘리자벳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녀를 놓아준다. 그리고 평생 그녀 곁에 맴돌며 유혹한다. 평안한 안식을 주겠다고. 함께 가자고. 죽음은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그녀가 누리는 부와, 그녀의 살아있는 남편과, 그녀의 삶과 겨룬다.

얼핏 생각하면, 살아있음으로 누리는 것이 많아, 죽음이 무조건 열세에 놓일 것 같지만, 막상 한 사람의 일생을 압축해보면, 삶과 죽음의 겨룸은 매우 팽팽하다. 누구나 살다 보면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괴로움, 고통,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어떤 사람도, 어떤 부귀영화도 찾아올 수 없는 그 고독한 방에 죽음만이 그 방을 찾아와 노크하기 때문이다.

죽음은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이 작품 속에서 ‘죽음’이라는 캐릭터는 실제적이고 적극적이고 상징적이다. ‘죽음’을 아름다움과 음산함을 간직한 치명적인 매력의 미남 배우로 설정한 것 역시 이러한 죽음의 속성을 담은 것일 테다. 지난해 ‘죽음’ 역으로, 한국뮤지컬 대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김준수가 올해도 ‘죽음’으로 찾아왔다. 이 밖에도 가수 박효신, 뮤지컬 배우 전동석이 ‘죽음’으로 열연한다.


볼거리, 들을 거리 풍성한 뮤지컬


지난 해 초연 당시, 뮤지컬 <엘리자벳>은, 많은 관객을 만나고, 제 6회 뮤지컬 어워드에서 역대 최다 수상을 기록하며,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쥐었다. 1992년부터 해외에서 이미 검증받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려낸 배우들의 힘, 화려하고 비극적이었던 한 여인의 일생을 효과적으로 연출해낸 스탭들의 공로 덕에 얻은 성공이었을 테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엘리자벳>을 관람했는데, 이 작품은 역시나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풍성한 작품이다.

특히 캐릭터와 서사를 이끌어가는 음악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인물의 성격을 잘 반영한 인물별 테마곡이 극 중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관객에게 인물의 분위기나 성격을 각인시킨다. 극 중 분위기를 조였다 풀었다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것도 음악이 해낸다. 오스트리아 황실을 재현한 무대도 화려함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극 중 엘리자벳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300여 벌의 의상과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느 무대보다 화려함을 뽐내는 작품인데, 올해 공연에는 ‘죽음’의 판타지를 돋보이게 하는 레이저, 황실의 웅장함을 재현한 3D, 움직이는 배 등이 추가되었다. 무대와 이야기, 배우들의 출중한 기량만으로도 꽉 차는 무대라, 어떤 장면에서는 무대 장치나 소품이 과잉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올해 <엘리자벳>은 가수 박효신, 이지훈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워낙 개성 있는 배우들이라, ‘죽음’과 ‘루케니’를 자기만의 표정으로 연기해낸다. 다만 가사가 많은 노래 탓인지, 호흡이나 대사전달력이 아쉬운 대목도 있었다.

기량이 출중한 배우들의 무대 역시 그 화려함을 더하는데, 옥주현과 김소현이라는 두 배우가 가진 색깔이 다른 만큼, 엘리자벳의 모습도 다르게 그려진다. 옥주현의 엘리자벳이 단호하고 씩씩하자면, 김소현의 엘리자벳은 소녀스럽고 귀엽다. 직전까지 예수로 분했던(<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박은태는, 루케니라는 완전히 다른 옷을 입고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놀라운 가창력도 변함없다. <엘리자벳>은 9월 7일까지 오페라 전당 오페라하우스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랩탑(Lab Top) 오케스트라, 컴퓨터 밴드?! 특별한 음악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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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대한 편견

 

산티아고, 축구, 와인, 소음, 시에스타. 개인적으로 ‘스페인’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단어입니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천예의 자연환경과 맛 좋은 해산물, 저렴한 와인 덕분에 많은 관광객들이 스페인을 찾지만, 해마다 음악 축제를 찾아 유럽을 방문하는 저에게는 유독 멀게 느껴지는 곳이 바로 스페인이었습니다. 심지어 유럽 내에서 스페인 사람들은 좀 게으르고, 목소리 톤이 높아 시끄럽고, 파티를 좋아하는 민족으로 통하는데요. 한 통계에서는 가장 소음도가 높은 도시로 마드리드가 꼽히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제 취향’은 아니었던 것이죠. 스페인의 수도를 제가 찾아갈 바르셀로나로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바르셀로나는 수도인 마드리드보다 더 인기 있는 도시인데요. 우리나라에서 직항 편은 없지만, 유럽 내에서는 국제공항이 있는 대다수 지역에서 바르셀로나 행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페인 저가항공인 ‘뷰엘링(Vuelling)'을 이용할 확률이 높은데요. 저는 뷰엘링을 타면서 스페인에 대한 제 편견의 정확성을 조금 확인하게 됐습니다.

당시 노르웨이 베르겐 공항에서 뷰엘링에 탑승했는데요. 탑승 후 50미터 정도 움직이던 비행기는 갑자기 멈춰서 30분을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승무원들의 대답은 ‘나도 모르겠다.’. 이후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은 무려 5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는데요. 재밌는 것은 함께 기다리던 승무원들이 정말 끊임없이 얘기를 하더란 말입니다. 다시 탑승이 시작됐고, 승무원들은 마치 이제 출근한 사람들처럼 기운에 넘칩니다. 비행기 안에는 여느 저가 항공사와 달리 음악이 흘러나오고, 승무원들은 승객들의 캐리어도 번쩍 들어 선반에 올려줍니다. 배가 고팠던 저는 샌드위치를 주문했는데요. 베르겐으로 오는 길에 이미 샌드위치가 떨어졌다며, 스페인산 소시지를 먹으라고 개그우먼 같은 동작으로 엄지를 치켜세웁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그 모습이 어찌나 활기찬지 불평도 못하겠더군요. 그리고 그녀들은 다시 승객들과 열띤 대화를 시작합니다. 유럽 내에서 수많은 저가항공기를 타봤지만, 이토록 활기차고 끊임없이 얘기를 나누는 승무원들은 본 적이 없습니다. 자정이 넘어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한 저는 계획에 없던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해야 했지만, 그 승무원들의 모습이 생각나 가벼운 미소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스페인의 열정, 대책 없는 낙천적임, 소음이 아닐까 하고요(웃음).

 

 

소나르(Sonar)? 소나르(Sonar)!

 

어땠든 인스부르크까지는 정신없이 자던 저는 베로나행 열차부터 창밖을 유심이 바라봤습니다. 눈 덮인 티롤 산맥이 계속 이어지는 창밖이 잔뜩 흐려 있거든요. 제 이름에 ‘물 하(河)’ 자가 있는데, 비를 몰고 다니는 걸까요? 사실 이번 공연기행은 루트가 너무나 화려해서 기존에 갔던 도시는 과감히 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베로나 오페라 축제 측에서 보낸 뉴스레터를 무심히 보던 저는 파바로티를 대신해 안드레아 보첼리가 합세한 ‘쓰리 테너 공연’ 일정을 보게 된 것입니다. 안 보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이렇게 찬란한 루트를 만들고야 말았지 뭡니까. 기억하시나요? 지난해 여름 베로나를 찾은 저는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다 폭우에 공연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때 다시 오겠다 말했는데, 정말 1년 만에 이렇게 다시 오네요.

올해 주요 라인업은 Kraftwerk(3D show), Pet Shop Boys, Skrillex, Paul Kalkbrenner, Ed Banger 10, Richie Hawtin presents ENTER., Jurassic 5, Two Door Cinema Club, 2manydjs, Major Lazer, Hot Natured, Laurent Garnier 등으로 소나르 20주년을 맞아 세계의 인기 디제이와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룩셈부르크 출신 피아니스트 프란체스코 트리스타노(Francesco Tristano)의 발견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지난 6월 국내에서도 공연을 펼친 그는 러시아 국립 오케스트라, 프랑스 릴 국립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할 정도로 정통 클래식에 능숙하지만, 고정된 틀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의지로 클럽 음악에서 일렉트로니카 등 미디어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연주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당일 엄숙했던 음악홀도 순식간에 클럽으로 바뀌었습니다. 관객들은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뜨거운 환호와 춤으로 트리스타노의 현란한 연주에 몸을 맡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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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현장을 둘러볼까요? 실외에서 뜨거운 햇살 아래 신나는 디제잉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물론 술이 빠지지는 않겠죠!), 보다 특별한 장비들이 필요한 실내 공연을 찾아 길게 줄지어 있는 사람들. 이곳 역시 여느 페스티벌 사이트 못지않게 뜨거운 열기로 가득합니다. 크지 않은 실외 스테이지에는 곳곳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누워 있는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운드와 미디어아트가 접목된 무대를 표방하는 만큼 이번 축제에는 24개 회사와 기획사, 스튜디오, 아카데미 등에서 혁신적인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축제장에는 무대 못지않게 많은 공간이 새로운 미디어 아트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습니다. 축제 참여자들은 함께 소리를 만들고 편집하고 재창조하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고, 유명 뮤지션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또 유트브와 트위터, 페이스북, 앱, 라디오 등 수많은 미디어 채널을 통해 그 어느 페스티벌보다 축제에 적극 참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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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낮잠을 자고 싶은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는 소나르 축제 외에도 여러분의 오감을 채워줄 즐길 거리가 다양합니다. 리세우(Liceu) 오페라하우스와 까딸루나 음악당(Palau de la Musica Catalana)에서는 오페라에서 클래식 연주회, 발레, 플라맹코, 스페니쉬 기타 연주회 등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공연 외에도 이들 공연장의 정교한 건축양식과 화려한 실내장식을 보는 것도 큰 재미입니다. 바르셀로나에 가면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뒤를 밟아 도시를 관광하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죠. 지금도 짓고 있고 아마 영원히 미완으로 남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이미 100여 년 전에 짓기 시작했지만 외관은 물론 미래의 성당 마냥 특별한 내부 디자인에 놀랍기만 합니다. 해골 모양의 발코니와 곡선의 미가 돋보이는 공동주택 카사 바트요(Casa Batllo)와 카사 밀라(Casa Mila),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휴식처 구엘(Guell)공원 역시 창조적인 멋이 돋보이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저에게 바르셀로나는 ‘낮잠을 자고 싶은 도시’로 남아 있습니다. 걸어서 30분이면 그림 같은 해변에 닿고, 햇살이 좋은 날은 해변이든 공원이든 어디에서든 드러누워 광합성을 즐길 수 있는 곳. 햇살이 뜨겁지만 도로보다 큰 인도와 그 인도를 뒤덮은 플라타너스, 그리고 수많은 벤치는 바르셀로나를 찾은 여행객들마저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하염없이 쉬게 만들죠. 정말 어디에서든 드러누워 낮잠을 자고 싶은 곳이에요.

기발한 음악축제 ‘소나르’ 덕분에 저는 이번 여름 바르셀로나의 뜨거운 열정과 나른한 여유를 만끽했습니다. 이미 내년 소나르 일정이 잡혔는데요. 2014년 2월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를 시작으로 4월에는 일본 도쿄, 5월에는 멕시코시티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물론 메인 행사는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데요. 이 기간에 바르셀로나를 찾는 분들은 꼭 한 번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앗, 저희 일행을 태운 페리가 흐바르섬에 도착할 모양입니다. 크로아티아에서는 뜨거운 여름, 어떤 음악 축제가 펼쳐질까요? 제가 곧 알려 드릴게요!

지루할 틈이 없는 예술의 도시, 비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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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3개국과 합스부르크

오스트리아는 지리적으로 동서로 길게 뻗어 있기 때문에 오스트리아 내 도시들을 묶어 이동하기보다는 비엔나와 인근의 체코 프라하, 부다페스트 헝가리를 묶어 여행하곤 합니다. 실제로 이들 나라는 서로 국경을 접하고 있는 데다 과거 사실상 같은 나라이기도 했기 때문에 비엔나에서 활약했던 예술가 가운데는 체코나 헝가리 출신이 많습니다.

 

 

 

유럽의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가문이 바로 합스부르크인데요. 1273년 루돌프 1세가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로 즉위한 이후 650년에 걸쳐 유럽 전역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때문에 유럽 전역에서 합스부르크가의 화려한 유적이나 유산을 찾아볼 수 있죠. 합스부르크의 역사를 가장 잘 전해주는 곳은 오스트리아인데요. 수도 비엔나에 있는 쇤부른 궁전은 마리아 테레지아 시대부터 합스부르크 역사를 아는 데 중요한 곳이죠. 헝가리는 19세기 후반부터 제1차 세계대전 말까지 오스트리아와 이중 제국을 이루었던 나라이기 때문에 합스부르크와 관계가 깊습니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주인공은 오스트리아 황비인데요. 헝가리 국민들에게 사랑받았던 황비로, 그녀와 관계있는 많은 것들이 수도 부다페스트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프라하 역시 합스부르크가와 관계가 깊습니다. 15세기 중반 보헤미아의 지배자인 룩셈부르크가는 후계자가 끊겼는데요. 그때 룩셈부르크가와 혼인 관계에 있던 합스부르크가의 알브레히트 5세가 보헤미아 왕이 됩니다. 보헤미아는 실질적으로 합스부르크가의 영토가 된 것이죠.

이렇듯 과거 세 나라는 같고도 다른 나라였고, 덕분에 국경을 넘어 공통된 문화를 지니고 있는 반면, 너무나 특색 있는 독자적인 문화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화려한 예술의 꽃을 피웠는데요. 지금도 이들 지역에서는 일 년 내 세계적으로 내로라할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끊이지 않고, 오페라와 발레 등 각종 공연예술이 화려한 오페라극장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음악의 도시 비엔나
 
유럽의 그 많은 도시 가운데 ‘음악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바로 비엔나입니다. 누구도 이 수식어에 토를 달지 않는 것은 과거 수많은 음악가들이 바로 비엔나에 모여들어 깊은 영감을 얻고 대작을 쏟아냈기 때문이겠죠. 실제로 모차르트에서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 스트라우스 등 클래식 음악의 거성들이 모두 비엔나를 사랑했습니다. 덕분에 비엔나는 1년 내 각종 음악축제가 끊이지 않습니다. 봄철에는 이웃도시 프라하, 부다페스트와 더불어 ‘비엔나 봄 축제(Vienna Spring Festival)’가 열리고, 앞서 3월 말에는 정통 델타 블루스에서 록, 소울, R&B 등을 즐길 수 있는 ‘비엔나 블루스 스프링(Vienna Blues Spring)’도 인기입니다. 또 5월 말에서 6월 초에는 쇤부른 궁전 뜰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기 위해 세계의 음악 팬들이 모여듭니다. 국내에서 몇 년 전부터 시작된 경복궁 서울시향 공연이 얼마나 멋진가요. 그보다 오랜 역사와 수준 높은 기량을 자랑하는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쇤부른 궁전 오픈-에어 공연은 세계가 탐내는 이벤트인 것이죠.

여름에는 잘츠부르크, 브레겐츠와 함께 오페라 축제도 유명한데요. 여름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축제는 밤마다 시청사 앞에서 펼쳐지는 ‘뮤직 필름 페스티벌’입니다.오페라에서 오페레타, 발레 공연은 물론, 클래식에서 팝, 재즈, 록 콘서트 공연까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무료로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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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비엔나를 돌아다니다 보면 주요 공연장을 중심으로 티켓을 판매하는 호객행위에 노출됩니다. 화려한 연미복에 가발까지, 과거 음악가들을 연상케 하는 차림의 호객꾼들은 공연장과 연계돼 오페라에서 콘서트, 발레 등 각종 티켓을 판매하는데요. 특별하게 보고 싶은 공연이 있다면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만, 도대체 무엇을 봐야할지 모르겠다면 어떤 공연을 소개할 어떤 호객꾼을 만날지 그날의 운에 맡겨보는 것도 좋습니다. 비엔나의 어떤 공연도 여러분을 실망시키지는 않을 테니까요.

 

 

 


비엔나에서 만난 뮤지컬 <엘리자벳>
 
비엔나에서 처음 찾은 공연장은 레이문드 극장(Raimund Theater). 뮤지컬 <엘리자벳>이 지난해 20주년을 기념해 이곳에서 장기 공연 중입니다. 1992년 초연된 <엘리자벳>은 독일어 뮤지컬로는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지금까지 독일과 핀란드, 스웨덴, 벨기에, 스위스, 한국, 일본 등 모두 11개 나라에서 8백여 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요. 레이문드 극장은 비엔나에 있는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여름철을 제외하고 내년 1월까지 <엘리자벳>을 공연할 예정입니다.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는 할인 티켓도 판매합니다. 공연은 물론 독어로 진행되며, 영어 자막이 제공되는데요. 영어 자막이 간략해서 무난하지만, 국내에서 공연을 한 번쯤 보거나 적어도 줄거리를 알고 있는 것이 공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현재 국내에서도 <엘리자벳>이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는데요. 사실 비엔나의 원조 무대는 꽤 빈약합니다. 무대 연출은 물론 의상도 국내 무대보다는 화려하지 않네요. 하지만 그들의 역사를 담아낸 무대인만큼 역시 제 옷을 입은 듯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또 무대 곳곳에 코믹함까지 느껴집니다. 시씨가 요제프와 왈츠를 추다 뒷목을 잡거나 시어머니가 말을 타며 낑낑거리는 모습은 작품을 화려함으로 치장해 떠받드는 것이 아니라 요리저리 갖고 놀 수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뮤지컬<엘리자벳>의 힘은 무엇보다 음악이죠. 뮤지컬 <모차르트!> <레베카> 등을 배출해낸 실베스터 르베이의 웅장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음악에 배우들의 탁월한 가창력이 더해지면서 공연을 보는 재미가 급상승합니다. 게다가 노래로 듣는 독어가 이렇게 색다르다니요. 평소 거세게만 느껴지던 독어의 발음과 억양이 노래의 강약과 더해지면서 몸을 휘감는 묘한 감동이 있습니다. 2시간여 동안 노래만 들어도 충분히 가치 있는 공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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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의 자존심, 국립 오페라극장

 

공연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각 도시의 오페라하우스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죠. 공연장만 들어가면 입이 귀에 걸리는 저에게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엔나 오페라극장에 입성하는 것은 무척이나 설레는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비엔나를 찾았을 때는 오페라 <카르멘>과 발레 <돈키호테>가 교대로 공연되고 있었는데요. 미리 티켓을 구하지 못한 저는 암표상과 협상을 거쳐 <돈키호테>의 4층 발코니 석을 구했습니다. 자리를 찾아가는 내내 화려한 드레스와 수트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관객들의 모습이 눈에 띕니다. 공연 자체는 주인공 남녀의 이중무가 다소 맞지 많을 때가 있었지만, 시원시원하고 자유분방한 무대, 오케스트라의 현란한 연주가 화려한 오페라극장과 어우러져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세계 최고의 시설과 음향을 자랑하는 비엔나 오페라하우스지만, 이곳 역시 말굽형태이기 때문에 무대 좌우측 발코니석은 시야 제한이 있습니다. 그래서 10유로 정도에도 좌석을 구할 수 있는데요, 이곳은 특별히 무대 맞은 편 1층에도 스탠딩석이 있습니다. 시야 제한 없이 무대를 온전히 볼 수 있는 명당이죠. 공연 90분 전부터 선착순 판매하므로, 체력에 자신 있는 분들은 이 자리를 공략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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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극장 옆면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그날의 공연을 실시간 보여주기 때문에, 미처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한 관객들도 화면으로나마 공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비엔나에는 각종 궁전과 성당, 박물관 등에도 시설 좋은 공연장이 마련돼 있는데요. 저는 호프부르크 왕궁 안에 있는 음악홀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모차르트와 요한 스트라우스 등 비엔나를 대표하는 음악가들의 곡으로 꾸며지는 이 클래식 연주회는 퍽 대중적인데요. 90분 동안 귀에 익숙한 곡들이 이어지고, 주요 오페라의 아리아를 열창하는 성악가들의 무대매너도 화려합니다. 또 무대 곳곳에 코믹한 요소를 넣어 근엄하기만 한 공연장 안에 웃음꽃이 퍼지기도 하는데요. 가벼운 마음으로 비엔나의 클래식 연주회를 접하고 싶다면 시간적으로나 가격적으로 제격입니다. 

 


프라하에서 비엔나로 건너와서 일까요? 버스로 4시간 거리인데도 저에게는 유독 비엔나의 ‘여유’가 느껴집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사람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4시간 만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예요. 사람들의 산뜻한 표정, 여유가 느껴지는 무대, 클림트의 화려한 그림과 훈데르트바서의 자유분방한 건축물. 제게 비엔나는 편안한 자유와 여유, 그 안에서 피어난 독특하고 색다른 예술혼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많은 예술가들도 이 도시에 찾아든 것이겠죠! 아, 정말 비엔나에서 꼭 살아보고 싶습니다.

시각화된 정보도 아름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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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편방송의 프로그램인 ‘썰전’ 에서 20회 특집으로, ‘썰전’에 관련된 빅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패널들을 대상으로 브리핑하는 것을 시청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썰전’의 시청률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동시간 대에 방송되는 지상파 방송의 프로그램이 아닌 ‘치맥(치킨과맥주)’ 이었다. 썰전을 언급한 SNS 등의 각종 자료를 분석한 결과, 썰전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치맥’ 이었다는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목요일 저녁에는 일반적으로 술생각이 증가하는 시점으로 치맥을 먹으러 갈 것인가, 아니면 썰전을 시청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요즘같이 스마트폰이 일반화된 시대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나 포털 사이트들의 각종 정보가 여러 분야에서 유용한 자료로 활용된다. 타겟팅된 이용자들의 정보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즉각적으로 표출되는 반응들이 기업에는 마케팅 자료로, 정치인들에게는 국민들의 여론으로, 방송국에는 시청률을 대체하는 수치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업무 상 접하게 되는 매출 등의 각종 수치화된 자료들, 뉴스 프로그램에서 기사의 객관성을 증명하기 위해 보도되는 각종 통계 자료들은 그나마 막대그래프나 도표, 색상 등으로 극히 단순하고 정형화된 형태로 표현된다. 요즘 빅데이터의 활용성이 대두되면서 이 방대한 데이터를 명확하고 단순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수단으로 인포그래픽이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구글과 같이 수치화된 자료를 인포그래픽으로 변환하는 툴을 제공하는 곳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지인의 소개로 저자인 ‘데이비드 맥캔들리스’ 의 테드(TED) 강연을 보고 나서였다. 저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였으나, 현재는 인포메이션 디자이너 및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이에 대한 분석 및 활용도를 기반으로 이를 좀 더 아름답게, 그리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시각화하는 작업을 통해 여러 가지 유용하고 재미난 정보들을 세상에 알려주고 있다. 실제로 테드 강의에서 보여줬던 자료들도 이 책에도 소개되어 있다.

세계의 억만 달러 이상의 막대한 돈이 어디에 가장 많이 쓰여졌는가 (답은 미국 국방 예산금액과 월스트리트의 총수입도 거뜬하게 넘긴 2003년에 예상된 이라크 전쟁 비용이다.) 라는 의미있는 정보는 물론, 대학 전공별 성 경험이 없는 학생의 비율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가장 많은 경험이 인류학과(!!), 그리고 가장 적은 학과가 수학학과 라는 유머러스한 자료도 있다. 이렇게 의미가 부여된 자료의 시각화에 적용된 컬러리스트, 패턴, 그림들도 디자인책의 편집과 같이 깔끔하지만 일관된 스타일로 정리하였다는 점에서도 저자가 추구하는 작업의 기준을 엿볼 수 있었다. (미리보기 및 상세이미지 참고) 이 책이 아마존 일반상식 분류에서 1위를 했다는 출판사의 홍보문구처럼, 책 속의 그림과 제공하는 정보들이 흥미롭고 몰랐던 사실들이 많아 상식을 쌓는데도 도움이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관점과 한눈에 알기 쉽게 표현해낸 저자의 노력에 이 책의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저자는 테트 강연에서도 ‘beautiful, lovely data’ 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도처에 널려있는 정보들의 관계를 분석하고, 고유한 패턴을 찾아내어 우리가 보는 세상의 관점을 바꾸는데 일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이나, 몰랐던 사실마저도 답답한 숫자나 텍스트보다는 깔끔하게 정리된 컬러와 형태로 디자인된 이미지로 접하게 되었을 때, 진실과 정보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을 줄이고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는 시각화된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에는 예전에 숫자만으로 접했을 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사실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해서 집요하게 훑어내려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 안에 담겨있는 정보의 일부분만으로는 저자의 의도나 그가 추구하는 정보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부족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흥미를 제공하는 계기는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좀 더 자세한 저자의 견해를 접하고 싶으신 분들은 우리 사이트에도 소개되어 있는 저자의 테드 강연을 강력 추천한다. 참고로 이 책에 담겨 있는 정보들의 업데이트는 저자가 직접 운영하는 informationisbeautiful.net에서도 최신 내용으로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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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는 아름답다데이비드 맥캔들리스 저/이정인 역 | 생각과느낌
창조적 우뇌를 사용하라, 이미지로 창조하라 등의 ‘시각적 사고’를 강조하는 이야기가 근래에 자주 회자되기는 하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구현한 책을 찾아보기란 난망한 일이다. 『정보는 아름답다』의 저자 데이비드 맥캔들리스는 건조한 사실, 이론, 통계 대신에 정보를 재미있고 아름답게 가공하면서 그것들 사이의 연관과 함축적 의미 관계를 밝혀낸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시각화된 정보, 즉 텍스트를 최소화하고 독특한 비주얼을 사용한 창의력ㆍ정보화 시대의 이상적인 백과사전을 보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네모 이야기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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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Webtoon). 알다시피 인터넷에 게재하는, 특히 한국의 만화를 총칭한다.


왜 ‘특히 한국의’라는 말을 붙였냐고? 한국에서는 인터넷 만화믈 모두 웹툰이라 부르지만, 사실 전세계적으로 보면 웹툰이란 한국의 인터넷 만화에 국한되는 명칭인 경우가 많다. 서구권이나 일본 등에서는 인터넷에 게재하는 만화를 웹코믹(Webcomic, ウェブコミック)이라 부른다. 외국에서는 원래 웹툰이란 인터넷을 통해 게재되는 애니메이션(소위 말하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가리키는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에서의 웹툰이라는 단어는 엄밀히 따지면 오용에 가깝다. 그러나 이미 해외에서는 한국 웹코믹을 칭할 때 ‘만화 웹툰(Manhwa Webtoons)’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웹툰이란 단어는 이제는 시들해진 플래시 애니메이션 대신 한국의 웹코믹을 가리키는 단어로 이미지가 굳어졌다.


최초의 웹코믹은 1985년에 게재되었다. 1969년부터 2009년까지 서비스된, 최초의 상업적 온라인 서비스로 알려져 있는 (쉽게 말하자면, 최초의 PC통신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CompuServe’에 게재한 작품이다. ‘오즈의 마법사’ 패러디 만화인 ‘Witches and Stitches’가 그 주인공인데, 이 만화를 그린 이는 에릭 밀리킨(Eric Millikin)이다. 특이사항이라면, 당시 그는 초등학생이었다는 점 정도?


한국 최초의 웹툰으로 꼽히는 만화는 한희작 (1943~) 화백의 ‘무인도’ 시리즈로 꼽힌다. 1996년 4월, 인터넷으로 개최된 국제 전시회인 ‘인터넷 정보 엑스포’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다양한 컨텐츠 중 가장 인기 있었던 컨텐츠였다.  사실 무인도 시리즈는 엑스포를 위해 새로 그린 만화가 아니라 이미 출판된 만화책을 인터넷에 올렸을 뿐이라 웹툰이라고 할 수 있는가는 의문이지만, 본인이 게재를 허락한 것도 있고 해서, 한희작 선생은 한국 웹툰계의 문을 연 첫 인물로 평가 받는다. 소문에 의하면 조직위원회 측에서 건 전화 한 통에 그 자리에서 “팔리지도 않는 거, 올리든 말든 맘대로 하라”며 게재를 허락했다 한다.


한국의 웹툰 서비스는 외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형태를 보여준다. 인터넷 만화가 가장 인기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인데, 미국의 웹코믹은 상당수가 짧은 풍자, 4컷 만화 등이다. 이는 신문 만화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하겠다. 또한 비영리적, 말하자면 ‘취미로 그리는’ 만화가 대부분이라는 것도 특징이다. 몇몇 웹코믹 작가는 페이팔 등을 통해 모금을 받기도 한다.

 

일본의 웹코믹은 기업에서 운영한다는 점이 그나마 우리나라와 비슷할지 모르겠으나 차이가 있다. 일본의 만화 시장은 60년대부터 이미 점프, 선데이, 매거진으로 대표되는 3대 소년지 등 주간 잡지 등을 통한 출판만화 중심으로 굳혀져 있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웹코믹이 비집고 들어갈 수 없다. 이때문에 일본의 웹코믹은 출판만화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운영하는 회사도 대형 만화 출판사다. 아예 대놓고 출판만화의 스핀오프를 웹코믹으로 연재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즉 출판만화의 들러리 내지 팬 서비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한국의 웹툰 서비스가 독특하다 하였다. 사실 한국의 웹툰 서비스뿐만이 아니라, 현재 한국의 만화 시장 자체가 특이한 형태다. 출판만화는 마이너리그로 밀려났고, 만화가 지망생들은 웹툰 사이트로 몰린다. 더 이상 기성작가 아래에서 문하생으로 생활하다가 데뷔하는 작가는 없으며, 그 대신 자신의 열의를 담은 만화를 웹툰 사이트에 적극적으로 게재하여, 담당자의 눈에 들어 데뷔한다. 매주 꼬박꼬박 2,000원씩 돈 내고 사는 만화잡지 대신에, 클릭 몇 번이면 공짜로 만화를 볼 수 있다(불법 스캔본을 말하는 게 아니다). 


만화 자체는 무료로 제공되나, 운영 측에서는 만화와 함께 광고 등을 달아놓고 수입을 얻는다. 인기를 끌면 단행본을 출간하고 캐릭터 상품을 내놓는다. 이 모든 이야기는 즉, 2013년 현재 한국 만화업계가 웹툰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다고 요약된다. 일주일에 세기도 귀찮을 정도로 많은 웹툰이 올라온다. 이르면 심야 11시 반, 늦어도 9시. 당신이 잠들고 일어나는 9시간 사이에 30~40여 편이 업데이트된다. 자, 여기서 생각해 보자. 뭘 봐야 할까?


어지간한 인물이 아니면 모든 웹툰을 꼼꼼하게 챙겨보는 건 어렵다. 일상을 포기하면 어렵지 않지만, 만화 감상이란 기본적으로 취미, 오락의 영역에 머무른다. 보통은 내 취향에 맞는 것만 몇 편 골라서 편하게 보는 게 정상이다. 매니아 수준으로 파고들지 않고, 가볍게 일상을 영위하며 보고 싶은 만화를 추천하는 곳, 바로 이곳이다. 「네모 이야기」에 찾아온 여러분을 환영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트렌드를 좇는 음악은 하고 싶지 않아요 - 프라이머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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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핫했다. 그리고 지금도 가장 핫하다. 첫 솔로 앨범 <Primary And The Messengers LP>로 작년에 대박을 치더니, 올해는 동료 힙합 아티스트들뿐만 아니라 아이돌 가수들에까지 프로듀서로서 지원 사격을 날리며 연일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프라이머리’라는 네임 라벨이 붙었다하면 히트에 성공하는 작금의 대중음악 신에서, 스페셜 원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반론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매번 들었을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가면 디자인은 언제 했나요?

2006년쯤일 거예요. 프라이머리 스쿨(이하 피스쿨) 1집 앨범 준비하면서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음반을 수집하는 사람 입장에서 세월이 지난 앨범들 쭉 보고 있으면 간혹 어떤 앨범 자켓들은 사진이 촌스러워 보이거든요. (웃음) 거기에 캐릭터가 있으면 그게 덜 하더라고요. 나이가 들지 않는 느낌? 거기서 부터 캐릭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피티 아티스트 윤협이라는 친구가 당시에 정크 아트를 하고 있었는데 그쯤 제가 빠져있던 음악 스타일하고도 매치되는 부분이 많아서 가면을 만들게 되었고요, 또 재활용적인 측면에 있어서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부분도 있었죠.

비둘기 디자인으로 알고 있는데 사람들이 못 알아본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원래 이게 오리지널 버전이 있어요. 그런데 어떤 분이 영화를 찍는다고 빌려갔다가 그대로 먹어서(돌려주지 않아서)… 사진만 보고 다른 친구가 만들어줬죠. 그런데 만들수록 면적이 뚱뚱해지는 거예요. 원래는 비둘기 디자인인데 지금은 부엉이로 보시는 분들도 많고 코끼리로 보시는 분들도 많고.

앞이 뚫려 있나요?

뚫려 있긴 한데 잘 안 보여요. (웃음) 그래서 실제 연주를 할 때는 벗고 해요. 다프트 펑크나 데드마우스나 헬멧이 기술적으로 발달되었잖아요. 불도 들어오고 에어컨도 있고. 제 건 안에 아무것도 없어요 사실. 되게 불편해요. 습한 날씨에 쓰고 오면 눅눅해져있고.

처음 음악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어렸을 때는 별 생각 없이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냥 음악을 좋아해서 시작한 케이스죠. 중학교 때 음악 시간에 기악 시험을 치르는데 왜 보통 리코더들 많이 하잖아요. 조금 특이한 악기로 연주하면 점수를 좀 더 준다는 거예요. 그래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사실 처음에 전 통기타로 조용필, 넥스트 이런 거 연주하는 걸 생각했거든요. 알고 보니 이게 클래식 기타더라고요. 가르쳐주는 건 「반짝반짝 작은 별」 (웃음) 그 때는 되게 하기 싫었어요, 진짜. 그러다 조금씩 재미가 들리더라고요. 그 때부터 음악에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전자 기타도 잡았어요. 깊게 들어갔죠.

굉장히 많은 악기를 다루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죠.

악기 다루는 걸 좋아해서요. 원래는 어렸을 때 기타 연주자가 되고 싶었거든요. 어떻게 하다 보니 관심사가 퍼져서 건반도 치고. 또 비슷한 악기들은 운지법이 조금씩 비슷하잖아요. 베이스도 치고 시타도 치고, 색소폰도 조금 배워놓아서 관악기도 약간 하고 있고요.

처음에는 힙합이 목표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록 음악을 좋아했어요. 속주를 좋아해서 잉베이 맘스틴, 스티브 바이 같은 아티스트들을 좋아했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당시에는 지금만큼 음악 교육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어요. 지금은 실용음악 학원도 많고 예술 중고등학교나 대학에 학과도 잘 잡혀있지만 저 때까지만 해도 없었거든요. 그러다 고등학교 땐가 재즈 아카데미 이런 게 생겼던 거 같아요. 음악을 제대로 배운 게 그 때쯤이에요. 스무 살 때 재즈 아카데미에 처음 들어갔어요. 이전까지는 무조건 속주만 파다가 재즈란 걸 처음 접하면서부터 래리 칼튼이나 로니 조단 음악에 엄청 빠졌었죠. 로니 조단의 경우에는 모달 재즈라 해서 힙합하고도 콜래보레이션을 많이 했고 구루나 디제이 크러쉬와도 같이 음반도 냈고요. 여기에서부터 제 음악이 확장된 것 같아요.

그보다 더 어렸을 때는 무슨 음악을 들었나요?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들었죠. 중학교 때는 팝 음악을 엄청 들었고요. 저희 때는 강남 타워레코드 가서 돈 없으니까 애들끼리 매일 음악 듣고 오고 그랬어요. 거기가 1층이 팝이고 2층이 중화권 음악, 월드 뮤직, 인도 음악으로 나뉘어있었거든요. 가서 그런 음악들도 듣고 악보들도 사오고 그랬어요.




연주한다는 방식이 신에서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요즘에 기술이 좋아지다 보니 홈 레코딩 시스템으로 많이 바뀌었잖아요. 어떻게 보면 저같이 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강점이 되는 시대가 온 거예요. 그런데 반대로 보면 지금 이 시스템이 음악의 큰 신에 있어서는 좋지 않을 수도 있어요. 연주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게 굉장히 힘들어요. 몇몇 에이급 연주자들만이 음반의 거의 모든 세션을 담당하다보니 다른 연주자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상당히 적어진 거죠. 얼마 전에 유희열 형님이랑 얘기를 했었는데 예전에는 서울레코드로 웬만큼 연주하는 사람들이 다 모였대요. 교류도 많이 하고, 이 친구가 기타 좀 친다하면 그 위에 형님들이 다 이끌어주는 기능도 있었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잖아요.

본격적으로 발을 담근 것은 프라이머리 스쿨부터가 아니었나 싶어요.

예. 사실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여기저기 활동을 하긴 했는데 본격적인 건 피스쿨 때부터예요. 그러다 빅딜 레코드를 만들어서 한 장 내고 (레이블에서) 나오기도 했고. (빅딜에서는 왜 나오게 되었나요?) 그때는 다들 나이도 어렸어요. 생각해보면 취미로 접근했던 것 같고요. 같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중단하고 옮겼죠. 1집 앨범은 사기도 당했어요. 1원도 못 받았는데. 제작비도 많이 안 썼거든요 사실, 자켓도 친구들이 만들어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유통 과정에서 사기를 당한 거죠.

스스로도 컨템포러리 재즈라고 말했는데, 그 특유의 재지함이 상당히 특이했습니다.

그걸 좋아했고, 추구했고 지금도 좋아해요. 하고 싶고. 언젠가는 그런 형태의 앨범을 내고 싶어요. 내겠죠. 지금은 대중적으로 다가가려고 해요.

스코어(이관)랑 같이 프라이머리 스코어로도 음반을 냈었죠?

원래 기획된 건 그게 아니에요. 그런 형태가 아니었고 둘이서 하는 잼 형식이었죠. 아예 연주곡으로만, 가창인 노래도 있지만 연주가 대부분을 이루는 음반을 내려고 했어요. 마일스 데이비스 <Kind Of Blue>같은 음반을 좋아했거든요 당시에. 작업을 막 시작하니까 투자자가 들어오게 되고 회사도 끼게 되면서 요구사항이 생기더라고요. 대학생이라 시간도 많지 않은데 데드라인이 주어지고요. 어떻게 하다 보니 한 달 만에 나왔는데 아쉬웠어요.

아쉬운 곡들이 많은가요?

음반 낼 때마다 항상 아쉬워요. 그래도 저는 완전히 제 욕심을 충족시키는 스타일은 아니예요. 물론 나오기 전까지는 완벽하게 노력을 하지만 자기만족은 100 퍼센트 채우려고 몇 년씩 음반 작업에 매달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차라리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낫죠. 만들고 1주일 뒷면 안 좋게 들려요. 그런 식으로 했다가 안 나온게 되게 많죠. 못 내고 쟁여두고 있는 트립 합 스타일도 많고 아무도 안 사겠다 싶은 레이드 백(laid back) 심한 스타일도 갖고만 있죠.

꼽아본다면 어떤 곡들이 아쉬움으로 기억에 남나요?

팔로알토 앨범에 있는 「줄넘기」랑 정기고 형이 피쳐링 한 「녀석들」이나… 일본 그룹 게이글(Gagle) 곡 중에 「Love note」도 있었고. 상대적으로 많이 안 알려진 곡들이 개인적으로는 아쉬워요. 맘에 드는 곡들인데.

스코어도 스쿨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런 형태의 음반을 내고는 싶은데 지금은 연주를 워낙 안 해서요. (웃음) 일주일만 안 해도 손이 굳더라고요.




첫 솔로 앨범 <Primary And The Messengers LP>에 대해 얘기해보죠. 만족도는 어느 정도였나요?

대중적으로 접근하려 했던 음반이라, 어떻게 보면 앨범 전체의 색깔에 있어서는 크게 만족도는 없어요. 앨범 단위로 접근하는 것은 오히려 예전에 냈던 음반에 더 어울리죠. 하지만 지금 시장에서는 그런 형태를 거부하잖아요. 대중들도 그런 음반을 원치 않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려면 지금은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죠.

2CD에다가 분량이 상당합니다. 스쿨이나 스코어 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은데 평소 작업량이 많은가요?

작업을 할 때 한 번에 많이 해요. 예전에는 사실 곡이 남아돌았거든요. 집중을 하는 대로 나오는 식이었는데 요새는 외부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밀린 것도 많아서. (웃음) 들어온 것만 끝내고 당분간 작업은 그만 받으려고요. 다음 앨범 준비 해야죠.

칼 같은 데드라인에 쪼는 작업, 닦달로도 MC들 사이에서 유명해요.

요새는 안 그런데 예전에는 혈기가 왕성해서 좀 심했어요. 할 게 있는데 잠에 드는 거, 이걸 해야 하는데 쉬는 거, 이런 걸 용납 못해요 저는. 슈프림팀 작업 한창 할 때는 전 스튜디오에서 작업하고 옆에 붙어서 가사 쓰게 했죠. 물론 개인적인 차이라 집중력이나 작업 방식은 뮤지션마다 다르겠지만 제 경험상으로는 약간 아티스트 성향을 가지신 분들이 조금은 더 게으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놀기 좋아하고. 쪼이면 나오죠.

남겨둔 곡들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그렇죠. 얼마 전에 나온 범키의 「미친 연애」 같은 곡은 제 앨범에 들어가려 했어요. 이번에 나온 피타입의 「꿈의 해석」도 그렇고요. 아날로그 신디로 만든, 진보같은 친구들이 추구하는 그런 사운드의 노래인데 2008년 쯤 그런 식의 음반을 준비하면서 만든 피스쿨 시절의 곡이에요. 사실 피스쿨 2집이 잘 안 됐거든요. 2집을 내기 전에 약간 시장의 변화를 감지했던 것 같아요. 원래는 시장에서 음반이 팔려야 살아남는 시스템이었는데 그게 점점 바뀌더라고요.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안 되겠다’는 것도 실감했고요. 타협을 하지 않고 제 음악을 하고 싶었으니까요. 그러면서 일본 레이블과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본의 아니게 대학교 졸업을 못 했거든요. 전공필수 과목을 미수강해서… (웃음) 한 학기를 더 다니면서 그 쯤 아메바랑 계약을 했어요.

솔로 앨범을 내면서 기억에 남는, 혹은 재미있었던 작업 에피소드가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리듬파워와 함께했던 「2주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친구들이랑 작업할 때면 토크를 해요. 술은 잘 안 먹지만 술집에서 나올만한 얘기들이 나오죠. 한번 해보고 멜로디 입혀주고, 또 하고. 집에서 놀면서 했던 것 같아요. 리듬파워 새 앨범 작업도 들어갔고… 이센스랑 했던 「독」같은 경우에는 래퍼가 감정을 조금 이입해야하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었어요. 그것 때문에 시간이 걸렸는데, 작업은 새벽에 했어요. 그 친구는 야행성이고 저는 아침형인간이라. 스튜디오 불 다 끄고 촛불 켜놓고 전자레인지에 데운 와인 마시면서 녹음했어요. 곡에서 나오는 연필소리도 마침 녹음실에 철제 책상이 있더라고요. 볼펜으로도 해보고 나무 책상, 플라스틱 책상 여러 곳에 놓고 해봤는데 철제 책상이 가장 잘 나왔던 것 같아요. 「3호선 매봉역」은 굳이 3호선에 안 가도 되는데 3호선에 가서 녹음했어요. 매봉역까지 가긴 좀 그래서 남부터미널역에 가서 따왔고요.




자이언티 얘기를 잠시 꺼내볼게요. 「씨스루」를 통해 자이언티가 많이 알려졌고 프라이머리의 페르소나로도 자주 언급이 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일 잘 맞는 것 같아요. 경험상으로 그런 아티스트가 굉장히 많았는데 전에 작업을 많이 했던 빈지노도 잘 맞았고 다이나믹 듀오 개코 형도 잘 맞았어요. 자이언티 같은 경우는 저를 통해 잘 알려지고 홍보가 되어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아요. 만약 빈지노가 그렇게 알려졌다면 빈지노가 그런 얘기를 들었겠죠.

최근에는 아이돌들과의 콜래보레이션도 많았어요. 인피티트H랑 엠블랙, 얼마 전에는 브라운아이드걸스와도 같이 했죠. 계기가 있었나요?

아이돌 작업 의뢰가 엄청나게 많이 왔어요. 거기서 해야 하는 것만 했죠. 제 앨범이 나오기 전에 했던 인피니트는 에픽 하이랑 연결되었던 것 같아요. 엠블랙은 제 앨범에 도움을 줬던 게 이유였고,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윤일상 형님이랑 얘기가 되어서 했고요.

혹시 같이 하는 기준이 있나요?

예전에는 욕심이 있어서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제걸 준비하고 그러다 보니 다른 가수들과 같이 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다른 프로듀서들 예를 들어 퍼렐 윌리엄스나, 팀벌랜드 보면 누구 음반을 들어도 그 곡은 누구다 알 수 있는 색이 있잖아요. 저도 제 색깔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마찬가지로 색깔이 센 다른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하면 합쳐진 색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요. 그 색깔들이 만나서 융화되는 거죠 어떻게 보면. 그런데 아이돌 같은 경우에는 모호한 면이 있다 보니 제 색깔만 나는 것 같아요. 그분들이 제시를 해주길 바리기도 하고요. 어떤 프로듀서랑 해도 마찬가지겠지만 디렉팅을 붙이고 이것저것 가이드를 잡다보면 결국 프로듀서의 스타일로만 가게 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힘든 점을 느꼈죠. 사실 지금 개인적으로도 준비하고 할 게 많아서 기회가 되면 더 잘 해보고 싶어요.

뽑아내는 음악 바운더리가 상당히 넓습니다. 장르 구분 없이 음악을 들은 증거이기도 하겠군요.

다 좋아하고요. 사실 어떻게 보면 저도 팬이죠. 음악을 듣는 팬이고 좋아하고 듣고.

요즘 꽂힌 음악이 있나요?

요새는 좀 올드한 음악을 많이 듣는 것 같아요. 1930년대 조금 엣날 음악. 예전에도 듣기는 들었는데 최근에 다시 듣게 되네요.

평소 작업을 하면서 어디에서 영감을 받나요?

여기저기 일상에서 얻죠.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것 하려 했었는데 요즘은 목적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 같아요. 목적도 없고 내지르는 스타일이었다면 이제는 전문적으로 하다 보니 목적이랑 범위를 가지고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프로페셔널하게 하려면 범위를 줄여야하는 면이 있는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있어요.

아예 예상치 못한 장르의 음악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까요?

그렇죠. 요새 좀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미니멀한 것도 해보고 싶고 오케스트라 같은 것에도 굉장히 관심이 많거든요. 새 앨범에서 시도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혹시 최근 작업하고 있는, 구상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말해줄 수 있나요?

장르에 틀이라는 게 존재하잖아요. 힙합 뮤지션이라고만 바라보지 않도록 하고 싶어요. 저도 그런 식으로 인식하려하지 않고 있고요. 그보다 조금 더 확장을 하고 있어요. 다른 장르를 콘셉트로 하고 있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완전히 힙합으로 가려고 있어요. 반반이죠. 비율을 절반 정도는 많이 확장을 하면서 남은 절반은 완전한 한 색깔로. 조금 분리를 할까 생각을 하고 있고요. 10월쯤으로 목표를 잡고 있어요.

라디오, TV와 같은 미디어 매체 출연에 사람들이 많이 반깁니다. 소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예전에는 너무 말을 못해서. (웃음) 아주 조금씩은 괜찮아지고 있어요. 그런데 시크하다고, 너무 부담스럽다고 하던데요. 라디오 처음 할 때도 유인나씨 고정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갔거든요. 성향이 너무 다르더라고요. 그 시간대 라디오 특성상 재밌어야하고, 막 목소리 연기도 하고 그래야하는데 그것 때문에 대본에도 없는 걸 자꾸 시키는 거예요. 여자 역할도 시키고. 생방송중에 노래 부르고 안하면 진행 안하고. 스트레스도 장난 아닌 거예요, 생각해보니. 지금 하는 애프터클럽 프로그램 하다 보니 조금씩 나오는 거예요.

진행은 처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긴장됐고 가보니까 또 대본이 없어요. (웃음) 그래서 처음엔 대본을 막 써놓고, 이걸 읽자 했다가 이것도 아닌 것 같더라고요. 이거 뭔가 얘기를 해야겠구나 싶어서 게스트를 데리고 왔죠. 한 시간을 어떻게 채울까 하다가 15분은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음악 트는 식으로 하자고 시작했는데 요즘에는 음악 얘기를 하다 보니 말이 점점 길어져요. 편집 때 녹음 분량을 매번 줄이고 있어요. 저번 주에도 메타 형님이랑 했는데 말이 또 길어져서 얼마 잘라냈고.

섭외는 어떻게 하시나요?

제 카톡으로. 다들 친해서 문제는 없는 것 같고, 신보 나온 아티스트도 좋죠. 나올 얘기들도 많고.

같이 작업하고 싶은 MC가 있다면?

웬만한 아티스트랑은 작업을 다 해본 거 같아서 신인들이랑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여성 MC들과도 해보고 싶고, 했던 사람들도 좋지만 신 자체에 새로운 스타도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러다 한 번은 메일 주소 공개해놓고 데모를 보내 달라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 때 너무 많이 날아와서 메일이 아예 확인 불능상태가 되버렸어요. 보낸 사람이 또 계속 보내고.

힙합 신에서 조금 더 범위를 넓혀서, 같이 하고 싶은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로는 누가 있을까요?

엄청나게 많죠. 사실은 너무 많아서 누구라고 꼽아 말하긴 좀 그렇고, 국악하시는 분들하고도 해보고 싶어요. 아까 말씀드렸던 오케스트라 음악도 해보고 싶고… 저도 아이디어나 구상을 외국 뮤지션들에게도 많이 얻거든요. 그런 음악들을 듣다보면 굉장히 멋있게 여러 방식으로 작업을 많이 하더라고요.




슬슬 인터뷰가 막바지로 향해 가는데요, 이쯤에서 영향을 준 아티스트, 혹은 음악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너무 많은데, 진짜 어릴 땐 서태지였고요. 저희 나이 때는 다 그렇잖아요. 신이었으니까요. 중학교 때는 신해철 선배님이나 유희열 선배님이었고요. 커가면서는 로니 조단이나 마일스 데이비스, 래리 칼튼. 공부를 할 때 이 아티스트들 음악 들으면서 배웠던 것 같아요.

이즘의 공식 질문이죠. 내 인생에 영감을 준 음반을 꼽는다면?

로니 조단의 <Off The Record>앞으로의 음악에 대해 영감을 주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산타나의 <Supernatural>.

예전에 잠시 아티스트와 평론과의 관계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었죠?

사실, 모르겠어요. 신 자체가 너무 좁은데 그 안에서 아티스트들이 타격을 굉장히 많이 입더라고요. 지금은 안 그런 경향이 있는데 몇몇 커뮤니티들 중심으로 신이 운영되었거든요. 모든 정보들이 그 쪽을 통해 나와요. 그런데 그런 곳에서 평론을 내놓으면 새 음반을 낸 아티스트가 쉽게 무너져버려요. 새로운 대중들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보고 공부하는데 그렇게 되면 아티스트들은 들려줄 권리를 잃어버리는 거죠. ‘이건 이래서 별로더라’ 식으로 올라오는데. 그 순간에 아티스트는 타격을 많이 받아요. 망가지기도 하고. 이게 왜 필요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은 대중들인데 정작 평가는 대중들이 아니라 커뮤니티 운영자들이 올리는 거잖아요. 사람들은 여기에 쉽게 휩쓸리죠. 물론 그 분야에 계신 사람들을 안 만나본 것도 아니에요. 저도 그 상황에서 많이 봤고 안 좋은 것도 마주쳐보고, 화해시키려고도 했죠.

공존할 방향이 있을까요?

글쎄요. 그건 저도 모르죠. 하지만 가이드를 제시해주는 게 평론가라고 생각해요. 이런 식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들어보면 뭐가 보일 것이다,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정도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인터뷰마다 오래가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유행을 타는 음악, 트렌드를 좇는 음악은 하고 싶지 않아요. 일렉트로닉이 핫하다고 하면 가요 전반이 그 쪽으로 향하고 디스코가 핫하다고 하면 또 그 쪽으로 향하고 그러잖아요. 그런 걸 좀 피하려고 해요.

인터뷰 : 김반야 신현태 이수호 전민석
정리 : 이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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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내린 산기슭, 웹툰계에 힐링을 불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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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말에서 웹툰이 메이저리그로, 출판만화는 마이너리그로 밀려났다고 했다. 지금부터 소개할 웹툰은 이 쪽도 되고 저 쪽도 되는 조금 특이한 경우다. 손장원의 『달이 내린 산기슭』은 원래 학산문화사의 월간 만화 잡지 『부킹』에서 2011년 8월호부터 연재하던 만화다. 이후 단행본 1권이 나온 후, 『부킹』이 동사의 월간지 『찬스』와 통폐합하여 『찬스 플러스』로 재탄생 함에 따라 해당 잡지에서도 잠시 연재했다. 그리고 갑작스레 연재가 중단되었다.



분명 지난 호 지면에는 ‘계속’이라는 두 자가 박혀 있었음에도 다음 달이 되자 갑자기 완결되었다며 연재가 중단되는 상황에 상당수 독자가 크게 당황했다. 물론 가장 당황했던 것은 손장원 작가 본인이었으리라. 결국, 그는 지면 연재를 포기하고, 기존 연재 분량을 인터넷 환경에 맞춰 컷을 재배치하고 채색하여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다시 연재하기로 한다. 데뷔작 『성결정 알바트로스』의 연재가 조기 종료되고, 이후 전개를 블로그를 개설해서 독자들에게 설명해야 했던 일본의 만화가 와카키 타미키가 떠오르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대로 차기작을 준비해야 했던 와카키와는 달리, 약 한 달 뒤인 5월 다음 만화속세상을 통해 『달이 내린 산기슭』의 웹툰으로써의 정식 연재가 결정된다. 이렇게 해서, 『달이 내린 산기슭』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다시 정식 연재작의 위치를 회복한다.


강원도 영월의 어느 산 속 도로를 지나던 지질학자 오원경은, 갑작스레 쏟아지는 여우비 속에서 벼락이 인근의 절벽에 떨어져 절벽이 무너지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 난리로 깨어난 영월 일대의 지층인 흥월리층의 정령 ‘월리’는 원경과 마주한다. 월리는 모종의 이유로 자신의 지층 속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원경은 그녀가 낙담할 거라 생각했지만, 정작 월리는 의연하다. 오히려 오랫동안 한 동네에 머물렀더니 질렸던 참이라며 원경을 가이드 삼아 세상 나들이를 나서는 월리. 이것이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설정이다.


요즘 힐링이라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방송도 힐링, 여행지도 힐링, 인테리어도, 수상쩍은 음료까지 힐링이라는 말을 달고 다니는 것이 딱 10년 전 웰빙 열풍을 떠올리게 만든다. 근데 힐링, 그러니까 ‘치유물’이라 불리는 장르는 사실 일본 만화계에서 비교적 오래 전부터 이야기되던 장르다. 주로 평범한 일상을 다루면서, 느긋한 템포와 평화로운 분위기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장르를 가리키는데, 아즈마 키요히코의 『요츠바랑!』이 대표적인 치유물로 거론된다. 치유물의 핵심 키워드는 ‘느림’과 ‘편안함’이다. 특유의 느슨한 전개는 독자를 편안하게 만든다. 내용의 전개는 독자들에게 다음 화를 기대하게 하는 ‘중독성 같은’ 기대감이나 극적이고 반전을 거듭하는 대신에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포근함을 안겨주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러한 데서 다른 치유물과 구별되는『달이 내린 산기슭』의 특이성이 드러난다. 『달이 내린 산기슭』은 느린 전개를 보여주진 않지만(당장 앞에서 소개한 시놉시스도 실제 만화로 보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될 정도다), 그래도 내용이 제법 밀도 있고 굵직굵직하다. 만화 소재 자체도 지질학과 고생물학이고, 지층 정령과 지질학자가 주인공이며 여러 정령과 산신령이 조연이다 보니 지질학과 고생물학에 관련된 전문용어가 마구 튀어나온다. 이러한 부분들은 독자에게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각주 한 줄로 설명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는 "알 필요 없는 어려운 말."이라며 적당히 끊어주고 작은 실소를 안겨주며 부담감도 덜어준다. 서울대에서 고생물학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작가의 지식(그리고 대학생이라면 다들 있는, 머리 싸매야 하는 학과 공부에 대한 원념)이 있기에 가능한 센스다.


그림은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풍부한 표정묘사가 특징. 등장인물 각각의 특색 있는 눈빛의 표현도 꼼꼼히 꼽아봐야 할 요소이며, 특히 월리의 돌비늘을 보듯이 반짝이는 눈빛은, 한 번씩 클로즈 업이라도 되면 경탄이 나올 정도이다(흥월리층의 주 구성요소인, 유리의 원료로 쓰이는 돌로마이트의 광택을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 다만 산이 주 배경이 되는 만화임에도, 배경에 대한 묘사가 수적으로 적은 것은 아쉽다.


아까운 점이라면, 작중에서도 몇 번 언급되지만, 아마 월리의 여행이 그리 길지 못하리라는 점이다. 작가는 이미 『달이 내린 산기슭』이 단행본 4권 정도로 끝나리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단행본 1권의 내용이 웹툰으로는 총 10화 분량이 되었으니 약 40주 정도면 끝나리라는 의미이다. 빠르면 9개월 정도, 길어도 1년을 넘기지 못한다. 한 철(3개월) 연재하는 웹툰도 종종 있으니 이 정도 연재 기간은 그리 드문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아쉽다. 


언제나 끝이란 아쉬운 법이다. 특히, 이런 이야기는 끝나면 끝나는 대로 떠나 보내기는 쉬워도, 그 뒤에는 아쉬움과 허전함이 남는다. 그래도,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만남을 않는 것은 바보 같은 일. 만남에는 가치가 있고, 그 가치만으로 만남에 의미가 있다. 이 만화가 그러한 이야기이며, 『달이 내린 산기슭』 자체가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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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바라본 사건의 논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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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오는 9월 5일, 개봉을 확정하고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메인 예고편에는 그 동안 모두가 궁금해했던 논쟁의 사안들과 사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터뷰까지 담겨 있어 가슴 속에 묻어두고 있던 3년 전 사건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이 영화의 출발에 불과하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사건의 진위여부를 가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인의 시각에서도 이 정도의 의문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는 더 큰 배경을 가지고 있다. 


<천안함 프로젝트>가 9월 개봉을 확정 짓자 해군 장교 및 유가족들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냄과 동시에 영화 태그라인처럼 그야말로 대국민썰전(戰)이 벌어졌다. 또한 언론에서도 영화 제작에 대한 의도를 정치적 또는 사회적으로 문제 삼으며, 제작진의 정치적 성향은 물론 왜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고 또 다른 의문을 던지느냐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천안함 프로젝트>가 말하고자 하는 영화의 주제가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왜 거론하면 안되는지, 왜 영화를 보기도 전에 감독의 정치적 성향을 판단 받아야 하고, 누가 보더라도 허술해 보였던 정부의 발표를 100% 믿어야 하는 것인지. 때문에 <천안함 프로젝트>는 3년 전 사건을 보다 자세하고 명확하게 다시 재현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했다. ‘백령도 근해에서 천안함이 침몰했다’ 카피에서 보이듯 사건의 시작에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이번에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세가지 설로 압축되었던 사건의 논점을 하나씩 거론하기 시작한다. 그 첫 번째는 정부에서 발표한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이다. 정부의 결과 또한 다시 한번 점검하며 폭탄에 써 있는 1번이란 숫자와 폭탄의 모양 등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두 번째는 충돌설이다. 둥그런 잠수함 형태의 물체가 천안함과 충돌했다는 것. 이는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의 대표이자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이었던 신상철에 의해 설명된다. 세 번째는 좌초설이다. 암초에 걸린 흔적이 천안함에 남아 있고, 좌초되어 기울어진 선체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두 동강이 났다는 것. 이는 알파잠수기술공사의 대표이자 해양구조 및 선박인양 전문가로 알려진 이종인이 그 구체적인 설명에 나선다. 이에 연기파 배우 강신일의 내레이션이 극의 신뢰를 더했고 더 나아가 당시 노출된 뉴스들을 분석, 당시 국방부 대변인이었던 원태재 대변인의 발표 상황과 표정 등을 다시 영상에 담아 국민들을 의심케 했던 요소들을 하나씩 되짚는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등을 기획하고 제작한 정지영 감독의 2013년 대국민 소통 프로젝트로 백승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9월 5일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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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놓고 보면 일생일대 후회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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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대운하 사업임을 확인할 수 있는 국토부 내부문건이 공개되어 파문이 인 가운데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입찰 담합과 비자금 조성, 그리고 사업 구간에서의 녹조 피해와 수질 악화가 심화되며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사업 추진 당시 수자원학회장을 역임했던 지홍기 영남대학교 대외협력 부총장이 “그 당시로 봐서는 4대강 사업은 운하를 완전히 포기하고 하천 정비사업으로 돌린 것으로 알았다... 돌이켜놓고 보면 일생일대 후회할 일이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을 때 브레이크를 걸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의 소감을 전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파헤쳐진 강변과 금강, 영산강, 낙동강의 녹조를 보며 많은 이들이 절망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다큐멘터리<모래가 흐르는 강>이 작품의 저작권 공유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와 강과 생명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더 늦기 전에 강을 살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보다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제작진과 배급사가 부가판권 이익을 포기하고 작품을 공개한 것. 실제로 <모래가 흐르는 강>은 지난 8월 17일부터  예스24인디플러그, 네이버, 티빙 등의 온라인 다운로드 서비스 사이트와 KT Olleh TV, SK BTV, LG 유플러스, 홈초이스와 같은 IPTV 등에서 무료 서비스가 오픈됐다. 이를 통해 저작권의 제한이나 경제적인 부담 없이 언제 어디서나 상영이 가능해 더 많은 이들과 만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된 것. 이처럼 작품의 부가판권 이익을 포기하고 저작권 공유를 통해 보다 많은 이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려는 시도는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Jam Docu 강정>의 사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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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흐르는 강>을 연출한 지율 스님은 현재도 강 곁에서 터를 잡고 지키며 “만일 지금과 같은 선택을 계속 한다면 .. 마침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래강 내성천은 우리 곁에서 영영 사라져 버릴 것이다. 영주댐은 2014년 12월 완공 예정으로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4대강 현장이다라며, 변해가는 강을 바라보며 하루하루가 가버리는 일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초미지급의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 강에 남아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얼마 남지 않은 선택의 시간들이 다 가버리기 전에 강을 보듬으려는 정부의 정책에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보태어 져서 강이 편안해지면 정말 좋겠다”와 같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꼭꼭 숨지 못한 머리채 휘어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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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편안해야 할 개인의 공간에 불쑥 찾아온 낯선 침입자. 견고하게 지켜져야 할 나의 공간이 흔들리는 순간, 드러나는 개인의 공포와 이기심은 생각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다. 허정 감독의 <숨바꼭질>은 얼핏 반짝이는 것 같지만 모래성처럼 위태롭게 지탱하고 있는 중산층의 허영과 위기의식을 아파트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생생하게 현실로 불러온다. 1970년대 개발의 바람 속에 난립하기 시작한 아파트는 중산층의 표상이 되었다.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아파트는 점점 더 크고 화려해지고, 브랜드를 가진 아파트는 중산층의 허울 좋은 표상이 되어간다. 하지만 재개발에서 멀어진 낡은 아파트는 70년대의 낡은 세속을 끌어안은 채, 하나의 흉물스러운 존재가 되어 그 궁핍한 삶은 후대에 세습된다. 이렇게 아파트는 극명하게 드러나는 계층 간의 갈등을 그 속에 숨긴 채 우뚝 서 있다. 어떤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는가에 따라서 낡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하층민의 괴담 <소름>이 될 수도, 모두 모여 살지만 아무도 소통하지 않는 공포 <콤플렉스>일수도 있다. 그리고 고급 아파트와 낡은 아파트 사이를 오가면서 계층 간의 공포를 이야기 하는 <숨바꼭질>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영화가 표현하는 층위는 모두 다르지만, 주거환경과 가족주의의 근원적 ‘공포’는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숨바꼭질>이 표현하는 집은 단순한 주거의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계층의 극명한 상징성을 담고 있기에 더욱 공포스러운 대상이 된다. 허정 감독은 아파트를 욕망하고 과시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위협하는 사람들을 통해 사회 계급을 드러낸다. 여기에 중산층이 바라보는 하위계층에 대한 편견, 자신의 위치를 침탈당할까 두려워 찍어눌러버리고야 말겠다는 그들의 확고한 이기주의를 가시화하면서 사람들의 욕망이 공포가 되는 순간을 드러낸다. 내 속에 숨어 있던 날선 이기심을 발견하는 순간이야 말로, 관객들이 가장 무서운 순간이다. <숨바꼭질>은 주인공 성수의 형, 성철의 이웃집 여성의 집에 정체불명의 사람이 몰래 드나드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철거가 결정된 허름한 아파트, 집집마다 적혀있는 암호 같은 표식들은 스산한 공포감을 안겨준다. 성공한 사업가 성수(손현주)는 두 자녀와 아내 민지(전미선)와 함께 서울의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형 성철이 행방불명된 것 같으니 짐을 정리해 달라는 관리인의 전화를 받는다. 수십 년 동안 연락하지 않던 형의 집에서 성수는 집집마다 초인종 밑에 의문의 암호가 적혀있는 것을 발견한다. 집으로 돌아온 성수는 어느새 자신의 집과 이웃집에서 성철네 집과 같은 표식이 생긴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괴한이 침입해 성수네 가족을 공격하는 사건에 휩싸인다.


영화는 성철과 성수의 과거와 의문의 암호, 그 사이를 파고드는 미스터리를 오가면서 무서운 퍼즐 게임을 펼친다. 과거의 사건이 현재와 맞닿아 가는 지점에 충분히 공감할만한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쉽지만, 손현주, 문정희, 전미선이라는 걸출한 배우들의 열연은 아쉬운 영화의 균열 사이를 촘촘하게 채운다.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이어지던 영화의 어조가 중후반부 넘어가면, 집을 지키려는 자들과 생존해야만 하는 사람들 사이의 지독한 사투로 변모하는데, 중산층 가정의 얼굴을 대표하는 손현주와 전미선의 불안과 지긋지긋한 삶을 벗어나길 희망하는 문정희의 욕망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이입되어, 마치 내 삶의 터전을 위협당하는 것 같은 불안함을 함께 느낄 수 있게 된다. 타인의 침입에 대한 불안함과 공포 때문에 중산층 가족들은 더욱 곤고하게 문을 걸어 잠그지만, 이미 침입자는 내부에 있다. 그 순간 집이라는 공간은 외부와 단절된 끔찍한 공간이 된다. 가장 안락해야 할 공간이 가장 끔찍한 공간으로 변화하는 순간의 불안함이야말로 <숨바꼭질>이 드러내는 공포의 근원이 된다. 게다가 내 집에 숨어들어와 내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버리는 존재가 귀신이나 유령이 아니라, 나와 함께 숨 쉬고 나와 같은 음식을 먹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소름끼치는 현실을 반영한다.


꼭 걸어 잠근 집 현관문을 다시 한 번 힐끔 쳐다보고서도 안심이 되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숨바꼭질>의 소재가 픽션이 아니라 실화라는 사실 때문에 그 공포는 사회문제로까지 확산된다. 계층 간의 갈등과 그를 통한 비판적 시선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허정 감독은 직접 쓴 시나리오로 공간과 계급, 그 사이의 공포라는 어려운 주제를 꽤 능숙하게 다뤄낸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현실의 공포가 내 삶의 공간에서 더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누가 불쑥 올라탈지 모르는 엘리베이터, 현관문을 열기 전 뒤를 돌아보거나, 초인종 아래 표식은 없는지 살피게 거나, 집안에 들어서서 꽉 닫힌 문과 옷장 사이를 기웃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함께 보면 좋을 영화들


<테이크 쉘터>

제프 니콜스 감독의 2011년 작품 <테이크 쉘터>는 미국 중산층의 위기와 병적 불안을 종말에 담아낸 영화이다. 35세의 성실한 가장 커티스(마이클 섀넌)은 악몽에 시달린다. 폭풍우가 몰려오고 갈색 비가 내리고, 애완견에게 팔이 물어 뜯기는가 하면, 좀비가 자신의 가족을 헤치려 하기도 한다. 환영과 환청에 사로잡힌 커티스의 일상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커티스는 지구에 종말이 오리란 징후를 느낀다. 여기에 어머니의 정신분열증이 자신에게 유전되었으리란 불안함에 사로잡힌다. 지구의 종말이 오건, 자신이 정신질환에 사로잡혔건 어떤 경우라도 가족은 위험하다. 홀로 맞서 싸우면서 커티스는 대출금도 갚지 않은 집을 담보로 방공호를 만들지만, 불안은 그를 계속 엄습해 온다. 미국의 경제위기와 들이닥쳤던 하우스 푸어에 대한 상징 같지만 묵시론적 메시지는 미국이 아닌 우리 사회에도 대입해 볼 수 있는 현실성 있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하녀>


<4인용 식탁>

이외에도 중산층 가정 혹은 가족을 소재로 한 공포 스릴러 영화도 있다. 가정이라는 내밀한 공간과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생채기는 조금만 드러내면 익숙하면서도 섬뜩한 스릴러가 되곤 하는데, 중산층 가정의 저열한 속내가 공포가 되는 순간은 이미 고 김기영 감독의 작품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다. 그의 1960년 작품 <하녀>는 하녀의 욕망과 그녀를 밀어내고 견고한 자신의 삶을 지키려는 중산층의 위선을 스릴러 장르에 녹여낸 작품이었다. 김기영 감독의 영화는 가족 멜로(부르주아적 남편과 부인 사이에 끼어든 여성)로서의 스릴러 혹은 공포 영화로 발전하는데, 2003년 이수연 감독의 <4인용 식탁>은 낯선 침입자를 원혼 혹은 유령으로 드러낸다. 여기에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서로를 가장 잘 안다는 전제하에 아주 깊숙한 뼛속까지 파고드는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잔인한 현실을 녹여낸다. 같은 해 <아카시아>는 피가 섞이지 않은 대체 가족 사이를 맴도는 원혼의 이야기를 통해, 중산층의 허위와 위선을 피로 물들이는 영화였다. 그보다 앞선 2001년 윤종찬 감독의 <소름>은 가족 살해라는 이야기가 숨어있는 허름한 아파트를 통해, 모성애와 가족애의 균열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민방위 훈련, 을지연습과 연계한 실질적 훈련으로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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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2시부터 20분간 제392차 민방위의 날 훈련이 실시된다. 전국 모든 지역에서 훈련이 실시되며, 훈련종목은 민방공 대피훈련이다. 경보 전파부터 주민대피와 교통통제 등이 실시될 예정이다.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가정에서는 전기와 가스를 차단하고 가까운 지하대피소로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 고층건물과 아파트에서는 절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말고 비상계단을 이용하여 지하주차장 등 지하시설로 대피하면 된다.

 

길에서 보행 중인 경우에는 가장 가까운 지하대피소 또는 주변 건물 지하로 대피하고, 차량을 운행 중일 때에는 빈 터나 오른쪽 길가에 차를 정차해야 한다. 지하대피소에서는 질서를 지키고, 계속 방송을 청취하면서 소방방재청의 지시에 따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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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평소에 비상대비 물품을 준비하는 게 좋다. 식량은 가급적 조리와 보관이 간편한 쌀과 라면, 밀가루 등을 최소 15일치 이상 확보한다. 식기(코펠)와 버너, 그리고 15개 이상의 부탄가스도 준비한다. 담요와 내의는 물론 배터리가 포함된 라디오, 배낭, 휴대용 전등, 양초, 성냥이나 라이터도 준비하자.

 

비상약품으로는 소독제와 해열진통제, 소화제, 지사제, 화상연고, 지혈제, 소염제 및 핀섹과 가위, 붕대, 탈지면, 반창고, 삼각건 등을 집에 잘 보이는 곳에 놓되, 사용 가능한 기간을 확인한다. 화생방전을 대비해서는 가족 수만큼의 방독면과 수건, 마스크, 보호옷, 비닐옷이나 우의가 좋다. 창틀과 문틀을 밀폐할 수 있는 충분한 접착테이프도 준비해두는 편이 좋다.

 

한편 제392차 민방위의 날 훈련은 을지연습과 연계한 실질적 훈련을 실시한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장거리 유도탄 발사시험으로 기습공격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고, 연평해전과 NLL 침범시도처럼 언제든 불시 도발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민방위 훈련은 북한의 미사일 및 장사정포 전면 배치 등 도발징후가 농후하고 전국에 적기가 출현하여 주요시설을 공격하는 상황을 가정하여 적의 공중공격에 대비 대피체험 등 국민행동요령 학습을 통해 국민의 안보의식 고취 및 위기대응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을지연습과 연계한다.

 

민방위 훈련 교육 일정과 장소, 비상시 국민행동요령 등을 확인하려면 '민방위-국가재난정보센터' 홈페이지(https://www.safekorea.go.kr)에서 조회하면 된다.

고양이 여행자 이용한, 그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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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인간

이석원 저│달

『보통의 존재』 이석원의 첫 번째 장편소설

‘보통의 존재’에 대해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했던 작가 이석원이 사 년 만에 장편소설 『실내인간』으로 돌아왔다. 이야기는 실연의 상처를 간직한 채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간 용우가 앞집에 사는 한 남자를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호기심 많고 활달하면서도 한편으론 유약한 성품을 지닌 용우는 매사에 강인한 모습을 보이는 남자를 친형처럼 따르게 되는데 실내인간은 바로 용우가 만난 사내 김용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소설은 용우의 시선을 통해 본 한 사람의 기상천외한 삶을 통해 자신이 쌓은 탑에 갇혀버린 한 존재의 허망한 모습을 속도감 있는 서사와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나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소설 『실내인간』은 한 사람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우리가 옳다고 믿으며 살아가는 것, 소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살아가고 있는 것들이 과연 얼마나 옳고, 의미 있는 것인지를. 또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믿는 것이 얼마나 착각인지를, 그리고 정말로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를.



밤이 지나간다

편혜영 저│창비

치밀한 문장에 서린 여덟가지 고독의 빛깔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평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작가 편혜영의 네번째 소설집. 이번 소설집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발표한 단편을 묶었다. 세번째 소설집 『저녁의 구애』에서 사회의 부조리를 폭로함과 더불어 현대인의 일반적인 불안과 고독을 이야기하며 그 어둠의 내막을 드러냈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른 양상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작가는 절대고독 너머, 삶의 파국 이후에 은밀히 찾아오는 희망의 기미를 포착하고 있다. 8편의 단편은 편혜영 특유의 건조하고 치밀한 문장과 밀도 높은 서사로 축조되어 점점 더 무르익어가는 작가의 필력에 깊은 신뢰를 준다. 각자의 삶을 고독하게 이고 가며 내면의 혼란이 빚어낸 현실과 망상의 경계에 위태로이 서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깊은 여운을 남기며, 고독의 돌파구를 향해 손길을 내미는 인물들에게서는 미약하지만 멀리서 밝아오는 여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흐리고 가끔 고양이

이용한 저│북폴리오

동네 고양이를 넘어 전국구 고양이를 만나러 떠나다.

어쩌다 집 앞에서 마주쳤던 고양이 가족과의 만남으로 동네 곳곳의 길고양이들과 인연을 맺고 그들의 삶을 기록하기 시작한 시인 이용한. 그는 그동안 고양이 책 세 권을 냈고, 길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세계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춤]의 원작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은 그의 [안녕 고양이] 시리즈를 잇는 새로운 고양이 에세이이다. 『흐리고 가끔 고양이』는 시인이자 여행가인 이용한이 2년 반 동안 발품을 팔아 기록한 본격 고양이 여행서이자 전국 각지에서 만난 그들의 생태를 놀랍도록 생생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제주 가파도에서 울릉도까지, 전남 구례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전국 60여 곳 고양이들의 면면한 삶의 현장을 오롯이 담았다.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저/윤진 역ㅣ문학동네

소설은 어떻게 탄생되는가.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2012년 프랑스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젊은 천재 작가 조엘 디케르. 이 책은 그의 두번째 장편 소설로, 평론가 베르나르 피보가 말했듯 “정교하게 조립된 스위스 시계”와 같다. 한 편의 소설이 쓰이는 과정을 살인사건의 수사 과정에 중층적으로 결합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의 미로를 창조하며 독자들을 충격적 결말로 휘몰아간다. 2008년 6월 12일, 미국을 대표하는 지성, 위대한 소설가 해리 쿼버트의 집 정원에서 33년 전 실종된 열다섯 살짜리 소녀의 유해가 발견된다. 해리 쿼버트가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가운데, 소녀의 유해와 함께 그의 대표작의 타자원고가 발견되며 미국 전역은 충격에 빠진다. 대학 시절 해리 쿼버트의 제자이자 미국 문단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마커스 골드먼은 그의 결백을 밝혀내기 위해 사건 발생 장소로 향하고, 900여 페이지가 끝나가는 동안 단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숨가쁜 여정이 시작된다.



신을 찾아 떠난 여행

에릭 와이너 저/김승욱 역ㅣ웅진지식하우스

『행복의 지도』 저자 에릭 와이너의 두 번째 기발한 세계일주

전작 『행복의 지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를 찾아 떠났던 그는 이번에는 영혼이 가장 따뜻해지는 곳을 찾아 두 번째 기발한 세계일주에 나선다. 가장 효과 좋은 영혼의 처방전을 찾으려는 그의 궤적은 이스라엘, 터키, 네팔, 중국, 미국 등지를 종횡무진 가로지른다. 그 무엇과도 열렬한 사랑에 빠지라는 이슬람 수피즘, 세상은 고(苦)라는 불교, 가난이 기쁨의 원천이라는 가톨릭 프란체스코회, 엄청나게 즐거운 삶을 살라는 라엘교, 가만히 앉아 모든 것을 잊어버리라는 도교, 기도보다는 마법이라는 위카, 자연 그 자체가 되라는 샤머니즘, 그리고 지금 모습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는 유대교 카발라까지, 저마다 다른 메시지를 던지는 신들 중 과연 나에게 꼭 맞는 신이 있을까? 저자를 따라 끝까지 여행하다 보면, 가슴보다 머리를 믿는 합리주의자가 긴 여행의 끝에 발견한 놀라운 위안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다니엘 튜더 저/노정태 역│문학동네

불가능의 기적을 이룬 나라
아직도 불가능한 희생을 요구하는 나라


2002년 월드컵, 대한민국이 축구로 하나되어 열광의 도가니를 만들어내던 그때 한국을 방문한 운 좋은 열아홉 살짜리 영국 청년이 있었다. 한국의 8강 진출, 4강 진출도 명백한 기적이었지만, 숨죽여 함께 경기를 지켜보다 마침내 골을 넣을 때마다 서로 얼싸안고 기뻐 날뛰던 한국의 열기가 그에겐 너무도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 순간 그는 한국에 반했고, 졸업 후 2004년 한국에 돌아와 증권회사에서, 2010년부터는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일했다. 한국에 머물며 일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그는 한국의 맨얼굴을 보았다. 그는 한국을 알리고 싶었다. 한국에서 느낀 경이와 경탄, 때로는 경악의 순간까지, ‘오늘의 한국’을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라는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담아냈다. 그리고 경제성장의 과정부터 심도 있는 정치 비평, 민주주의, 남아선호사상을 비롯한 전통 문화, 그리고 당면한 한국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도약할 수 있는 대안까지도 제시한다.



아파트 한국사회

박인석 저│현암사

단지화 전략은 우리네 삶터를 어떻게 망쳤는가?

공원이나 놀이터, 녹지와 같은 도시의 공공공간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간 도시에서 시민사회 구성원들은 공동체를 생각하기 어려워졌다. 공간 구조 자체가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제약하고 있다. 오로지 내 상황만 신경 쓰면 그만이다. 사람 사는 냄새가 사라져버렸다. 아파트 단지라는 생활공간이 우리의 도시와 일상을 가두었다면, 공간 구조의 변화를 통해 우리네 삶터를 회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저자는 말한다. 아파트 전문가, 명지대 건축학부 박인석 교수는 한국 아파트라는 필드워크에서 이뤄진 평생의 연구 궤적을 담아, ‘단지화 전략’을 통해 대한민국 주거사회사를 낱낱이 파헤쳤다. 『아파트 한국사회』는 편하지만 편할 수만은 없는 한국 아파트의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며, 나아가 서로 만나고 부딪는 도시를 이루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작은 집을 권하다

다카무라 토모야 저/오근영 역ㅣ책읽는수요일

삶의 가치를 위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작은 집

이제 막 서른을 코앞에 둔 저자 다카무라 토모야는 도쿄 근교에 세 평 남짓의 작은 집을 직접 지어 살기 시작했고, 그 경험을 통해 현대의 삶에서 행복이란 무엇인지, 왜 작은 집이 본질적 행복으로 다가가는 여정의 시작이 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깊이 성찰한다. 그리고 그는 최근 단순한 삶의 철학과 맞물려 전세계적으로 조심스레 일어나고 있는 ‘스몰하우스 운동’의 원동력을 추적하며, 이러한 움직임에 함께하고 있는 이들의 사례를 통해 작은 집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행복에 가장 가까운 주거 형태이자 삶의 방식임을 확인한다. 무엇보다 그는 집을 위해 투쟁하면서 평생을 흘려보내는 것보다는 집에서 사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 즐거움을 하나하나 찾아가기 위한 길, 즉 ‘집을 위한 삶’에서 ‘삶을 위한 집’으로 들어가는 법을 안내한다. 이 책에는 비싸고 넓은 집을 갖기 위해 지금 당장의 고된 삶을 감수하게 하는 사회적 압력에서 벗어나 평수가 얼마나 됐든 내 집, 나만의 평온한 우주로 다가갈 수 있게 하는 현실적인 제안으로 가득하다.



식민지 불온열전

정병욱 저ㅣ역사비평사

미친 생각이 뱃속에서 나온다

‘식민지’는 일본이 한반도를 강점했던 시기다. ‘불온’은 통치 권력이나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태도나 기질이다. 이 책은 바로 일제 강점기 불온한 사람들의 삶과 저항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독립투쟁사에 길이 빛날 큰 사건을 이끌지 않았다. 지극히 평범할 수도 있다. 거대 역사 속의 평범하고 작은 개인들. 하지만 이들에게도 통치 권력은 일상을 죄어왔다. 이들은 그 속에서 독립의 꿈을 안고 저항한다. 권력과 체제에 맞서며, 불온한 사상과 언동을 내보인다. 독립투사도 불령선인도 아닌 사람들. 그렇지만 식민 권력에 맞서고 불온 언동자로 낙인찍히고 검거된 사람들. 그들 삶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대로 역사가 되어 오늘과 이어진다. 식민지기 다양한 개인의 삶의 모습과 일상생활, 저항이 생생하게 살아 돌아온다. ‘강상규’ 편은 얼마 전 ‘KBS 역사스페셜’로도 방영되었다.



예수와 다윈의 동행

신재식 저ㅣ사이언스북스

그리스도교와 진화론의 공존을 모색하다

신재식 교수는 한국 개신교계의 최대 금기에 도전한다. 초대형 입자 가속기와 초거대 우주 망원경으로 대폭발 이론이 소수점 아래 수십 자리 단위로 정밀하게 검증한다. 분자 생물학과 유전 공학의 발전에 힘입어 진화 생물학의 자연 선택 이론이 분자 단위로 정확하게 증명된 21세기에도 그리스도교 성서의 창조 이야기를 문자 그대로 믿으며 신도들에게 그렇게 믿기를 요구하며, 창조 과학 유의 주장이 득세하는 한국 개신교. 그들에게 신재식 교수의 진화 신학 주장은 도발일 것이다. 그러나 신재식 교수는 굽히지 않는다. 신학자로서, 안수를 받은 목사로서 그 누구보다도 한국 교회의 완고한 반과학주의를 잘 아는 신재식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 교회의 반지성주의, 반과학주의의 뿌리를 치밀하게 추적해 나간다.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

로버트 트리버스 저/이한음 역│살림출판사

진화생물학의 눈으로 본 속임수와 자기기만의 메커니즘

‘살아 있는 최고의 진화생물학자’로 평가받는 로버트 트리버스는 대단히 독창적인 학자다.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는 그의 최신작이자 국내에 소개되는 첫 저서로, 기만과 자기기만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표현처럼 “여태껏 그가 내놓은 개념 중 가장 도발적이면서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는 이 책은 로버트 트리버스 특유의 솔직함과 뛰어난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우리의 감각기관은 우리에게 바깥세계를 경이로우리만치 자세하고 정확하게 보여주도록 진화해왔다. 그런데 그 자세한 정보가 뇌에 전달되었을 때, 우리의 의식은 종종 그 정보를 왜곡하고 편향시킨다는 것이 문제다. 스스로를 속이는 자기기만을 행하는 것이다. 거짓기억을 만들어내고 부도덕한 행위를 스스로 합리화한다. 자기 자신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기도 한다. 왜일까? 그는 그 해답의 단초를 1976년 부모-자식 갈등 문제를 연구할 때 발견했다고 한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기만과 자기기만을 이용해 자식의 정체성을 형성하려 한다는 것이다. “내가 다 너 잘되라고 이러는 거야”라는 말로 표현되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통제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트리버스 박사는 이 아이디어를 확장해 자기기만을 연구했고, 그 결과를 이 책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에서 소개하고 있다.



승자의 뇌 WINNER EFFECT

이안 로버트슨 저/이경식 역ㅣ알에이치코리아(RHK)

최첨단 뇌신경과학으로 살펴본 이기는 법칙

‘승리’에 대한 다섯 가지 흥미로운 미스터리를 최신 뇌신경과학, 인지발달 심리학, 정치학, 경제학 속 여러 사례를 통해 노련한 솜씨로 펼쳐낸다. 경쟁에서 우리가 거두는 결과는 그 과제를 수행하기 직전의 마음상태나 호르몬 활동상태뿐만 아니라, 과거의 승리 경험 여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타이슨에게 일부러 약한 상대를 붙여주어 좀 더 강력한 상대와 싸울 때 보다 큰 힘과 용기를 발휘할 수 있도록 했던 WBC 세계 챔피언 돈 킹의 전략은 확실히 통했다. 이처럼 작은 성공을 거두어본 사람일수록 더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많이 이겨본 사람이 잘 이기며 성공도 성공을 해본 사람이 한다. 그런데 이 성공은 타고난 운명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다. 사람의 지능지수도 환경과 의지에 따라서 바뀐다. 환경에 따라서 승자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내용을 타이슨, 사르코지, 오바마, 클린턴 등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손석희가 말하는 법

부경복 저ㅣ모멘텀(momentum)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상황을 장악한다

한국에서 가장 말을 잘하는 사람은 누굴까? 『손석희가 말하는 법』의 저자는 주저 없이 언론인 손석희를 뽑는다. 「100분 토론」 8년과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10년 넘게 진행 하면서 보여준 그의 말하는 법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손석희가 말하는 법』은 손석희는 왜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지 따져보고, 그가 말하는 법의 규칙을 정리한다. 골프를 잘 치기 위해 프로 선수의 스윙을 따라 하듯이 말을 잘하기 위해서도 말 잘하는 사람을 따라 해야 한다. 손석희가 말하는 법을 연구하고, 따라 하면서 지식산업사회에 꼭 필요한 의사소통능력을 키울 수 있다. 상대방의 주장의 오류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감성이 아니라 이성을 앞세운 말하기 능력을 키우고 싶은 독자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한근태 저ㅣ미래의창

경지에 오른 사람들, 그들이 사는 법

자타공인 리더십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저자가 고수들과 직접 만나 인생이 변하고 깊어지고, 풍성해졌던 경험들을 자세히 담아 내고 있다. 그는 지난 10년간 수많은 CEO들을 보았다. 강의를 다니면서, 또 자문을 하면서 많은 고수들을 만났고 최고경영자과정 주임교수를 하면서 700명에 가까운 고수들을 만났다. 3천 번 가까이 기업 출강을 다니며 신입사원부터 CEO까지 두루두루 만나 보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수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가 보였다. 고수들도 처음에는 하수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이 사실을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고 나아간다면 여러분들도 모두 언젠가는 고수가 될 수 있다. 자기브랜드 구축을 넘어 한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루고픈 많은 직장인과 전문인들에게, 이 책은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 줄 것이다.



파는 것이 인간이다

다니엘 핑크 저/김명철 역│청림출판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든 일은 세일즈다”

미래의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게 될 것인지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은 저자 다니엘 핑크는, 전통적 개념의 세일즈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다양한 국가의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하여 강조한다. “당신은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여러 직업군의 비영업사원들도 자신의 시간 중 40 %정도를 판매 활동에 사용하고 있으며, 그들 대부분이 이런 활동, 즉 타인을 설득하고 납득시키고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 자신의 직업적 성공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전 시대의 판매방식으로는 더 이상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즉 세일즈는 이제 더 이상 집요하고 끈질긴 태도나 화려한 화술에 의지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며, 지식과 정직으로 무장할 때만이 성공할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판매자만이 정보를 독점하고, 소비자는 판매자가 제한적으로 던져주는 정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구매자 위험 부담의 시대, 정보 비대칭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디지털 세상인 오늘날에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동일한 정보를 소유하는 정보 대칭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가치와 방식이 필요함을 알아야 한다. 다니엘 핑크는 여기에 필수적인 자질을 ABC로 규정한다. 다른 사람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동조Attunement, 거절의 바다에서도 굴하지 않는 회복력 Buoyancy, 문제 발견을 통한 명확성 Clarity이 있어야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센티브와 무임승차

마야 보발레 저/권지현 역│중앙북스

성공전략은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그동안 선진적인 경영기술이라 일컬어지던 전략이 왜 확실한 결과를 이끌지 못했는지, 세계 곳곳의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밝히고 있다. 프랑스 그랑제꼴의 공과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경제학자 마야 보발레는 ‘스위스 방사능 폐기물 매립지 선정’이나 ‘이스라엘 어린이집의 벌금 실험’ ‘오스트레일리아의 논문 성과급제도’ ‘교도소 민간에 위탁하기’ 등 스마트한 경영전략이 현실에 적용된 후 우스꽝스럽게 변질된 사례들을 통해 노동하는 인간 기저에 있는 이타심이나 윤리의식 또는 무임승차 현상이나 나태함과 같은 인간의 기본 욕구와 조직이 얽힌 복잡한 심리를 밝혀낸다. 성과지표가 정교하고 복잡해질수록 이를 받아들이는 조직과 개인이 의도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저자는 ‘양떼효과’와 ‘체온계 조작하기’ ‘살라미전술’ ‘피아노 운반하기’ 등 상징적이고 흥미로운 개념과 실제 연구 자료를 통해 조직과 인간의 심리를 쉽게 설명했다. 왜 경영실적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높게 나타나는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교도소를 민영화한 미국은 왜 실패했는지 등 현실에서의 실패 사례를 통해 우리는 ‘디테일 속에 숨은 악마’들을 발견해 낼 수 있다.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 제작팀 저│동아일보사

착한 식당 신드롬, 먹거리에 대한 철학, 그리고 감동 스토리

TV 프로그램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에 소개된 착한식당 15곳의 이야기를 담은 안전 먹거리 안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착한 식당,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소비자의 입장에서 먹거리에 관한 정당한 권리를 찾고 좋은 먹거리, 착한 먹거리의 참된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모두가 길이라고 말하는 편한 길 대신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몸 고생을 마다 않는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강 취재를 통해 더욱 자세하게 전해진다. 국산으로 둔갑한 수입산 식자재, MSG, 캐러멜 색소, 빙초산 등 화학 첨가물에 분노하는 소비자에게, 착한 식당들의 이유 있는 고집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재료를 직접 재배하거나 깐깐하게 고르고,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 연구와 개발을 거치는 착한 식당의 음식은 황금만능주의를 극복하고 원리원칙을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3040 레시피

김은경 저/조애경 감수ㅣ중앙북스(books)

10년 후 병원 신세 지기 싫다면…

방심하다 건강이 무너지기 쉬운 나이가 30~40대이다. 이 책은 그들이 걱정하는 질병을 뽑아 그 질병들을 예방하는 요리들을 소개한다. 당뇨엔 양파, 심혈관엔 표고버섯, 위장병엔 양배추 등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식재료를 매일 다양한 방법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담았다. 그 외에도 질병과는 상관없이 건강한 밥상을 원하는 사람이나, 갑상선 예방등 어디에나 활용도 높은 건강반찬, 하로 채소 권장량을 간편히 해결하고 맛도 있는 디톡스 주스 레시피 까지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레시피를 만나볼 수 있다. 바쁘고 잘 챙겨먹기 어려운 그들의 생활을 감안하여 일상에서 구하기도 쉽고 20분 안에 완성 할 수 있는 간단한 요리 위주로 구성했다. 또한 꼭 알아야할 건강지식과 식슥관에 대한 칼럼도 수록되어 있다.



쉼표 여행

이민학,송세진 공저│비타북스

문득 떠나고 싶은 순간,
일상에 지친 당신을 위한 쉼과 여유가 있는 비밀 여행지


일상에서 벗어나 쉼과 여유가 필요한 당신을 위한 힐링 여행 가이드북. 베스트셀러 여행 작가와 여행홀릭 카피라이터가 전국 곳곳의 휴식이 되는 여행지를 엄선해 추천하고, 치유와 회복의 힘을 얻고 돌아올 수 있는 여행법(힐링 포인트)을 함께 소개했다. 사람마다 힐링이 되는 여행 스타일이 다른 법. 번잡한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는 조용한 곳을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볼 것 즐길 것 많은 아기자기한 곳을 산책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각자 원하는 여행을 통해 삶을 다독일 수 있도록 여행의 테마를 ‘비우기’, ‘채우기’, ‘머물기’, ‘떠나기’로 나누고, 테마에 맞는 여행지 128곳(메인 여행지 32곳+비슷하지만 다른 여행지 96곳)을 선별해 소개했다. 주변 명소 및 숙소, 맛집, 지도 정보도 충실해 당일, 혹은 1박 2일 여행 일정을 알차게 짤 수 있다.



스페인 미술관 산책

최경화 저ㅣ시공사

파리, 런던, 뉴욕을 잇는 최고의 예술 여행

스페인에 있는 유명 미술관들을 소개하고 그 안에 담긴 명작들의 사연을 들려주는 책이다. 유럽의 3대 미술관으로 영국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 그리고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을 흔히 꼽는다. 스페인에는 우리의 생각보다 세계적인 미술관과 명작들이 많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한국 관광객들을 위한 가이드로 활약했던 저자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그림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이 책에서는 프라도 미술관 외에도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국립 카탈루냐 미술관, 바르셀로나 피카소 미술관,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등에 소장된 매력적인 작품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작품 외에도 스페인의 대표적인 예술가 가우디의 아름다운 건축물들도 소개되어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STEP 16] 그의 첼로 소리가 심장을 뛰게 하는 까닭 - 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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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닮은 악기, 첼로


첼로를 연주하는 파블로 카잘스, 40대의 모습

첼로 연주는 오묘한 데가 있다. 첼로는 워낙 큰 악기라, 연주자는 첼로를 온몸으로 안은 채 연주한다. 젊은 연주자가 첼로를 만지는 우아한 손길을 보는 것도 좋고, 흰머리 지긋한 할아버지가 품에 꼭 맞게 첼로를 안고, 현을 쓸어내리며 연주하는 모습을 볼 때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첼로는 사람의 심장 가까이에서 울리는 소리다. 게다가 사람 목소리와도 가장 가까운 소리를 낸다. 첼로는 사람을 닮은 악기다.

그 첼로가 연주하는 곡 중에 ‘성서’로 불리는 곡이 있는데 바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다. 전조로 불리는 첫 소절을 들어보면, 친숙하다. 음이 낮게, 또 빠르게 움직인다. 건반처럼 현을 누르고, 활을 긁어대는 것뿐인데 첼로가 그렇게 깊고 여린 소리를 낸다는 게, 두 눈으로 보면서도 잘 믿기지 않는다. 선배가 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럼 오늘은 한번 악기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 볼까?”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떠올려봐. 수십 대의 다양한 모양의 악기들이 제 기량을 뽐내고 있지. 클래식에 사용되는 악기는 크게 건반악기, 관악기(목관&금관), 현악기, 타악기로 나눌 수 있어. 건반악기는, 말 그대로 손으로 누를 수 있는 건반을 가진 악기야. 대표적으로 피아노가 해당할 테고, 피아노의 전신인 하프시코드(쳄발로), 오르간, 아코디언 등을 꼽을 수 있지. 소리를 내는 방법은 다르더라도 일단 건반이 달리면 건반악기라고 생각하면 돼.”


클래식 악기는 크게 (왼쪽부터) 건반악기/관악기/현악기/타악기로 구분된다.

“관악기는 기다란 대롱 모양의 관을 입김으로 불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야. 관악기는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로 나눌 수 있는데, 그건 입으로 부는 관을 나무로 만들었느냐, 금속으로 만들었느냐의 차이야. 요즘은 거의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서, 한눈에 구분하기 헷갈릴 거야. 금관은 번쩍번쩍하는 금색의 나팔 종류들- 트럼펫, 트롬본, 튜바, 호른 등을 말하고, 목관은 피리를 닮은 악기를 떠올리면 돼. 피콜로,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 등이 있지.

금관의 소리는 우렁차고 날카롭고, 단단한 소리를 내는 반면, 목관은 바람이 스치듯 나는 소리야. 부드럽고 온화한 소리를 내지. 그렇다면 색소폰은 금관악기일까? 목관악기일까? 가장 분류하기 헷갈릴 텐데, 색소폰은 생긴건 금관이지만 일반적으로 목관으로 분류해. 입으로 부는 관에 나무가 들어갔기 때문에 말이야.”


현악기는 말 그대로 현을 활로 켜서 소리를 내는 악기. 대표적으로 바이올린을 들 수 있다. “음이 높은 순으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콘트라베이스)를 꼽을 수 있는데, 악기는 같은 군이라면, 덩치가 클수록 저음을 내. 손으로 뜯어서 소리를 내는 하프나 기타도 있지. 현이 겉으로 보이는 악기들은 모두 현악기로 분류한다고 보면 돼.

타악기는 익숙하지? 때리거나 부딪혀서 소리를 내는 악기야. 북이나 팀파니 심벌즈 트라이앵글 등의 악기가 이쪽에 속해. 멜로디를 표현하기보다는 박자를 맞추거나 극적인 효과를 위해 사용하는 게 타악기야. 북소리를 제대로 들어보고 싶다면, 베르디 레퀴엠의 <진노의 날(Dies Irae)>을 추천해. 물론 세상에는 이 밖에도 더 다양한 악기들이 존재하지만, 클래식을 듣는 데에는 대략 이 정도만 알아도 지장은 없을 거야.”



묻혀 있던 바흐의 음악을 알린 연주자, 파블로 카잘스


다양한 크기의 비올 [출처: ko.wikipedia.org]

오늘의 주인공 첼로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달라고 선배를 졸랐다. “첼로는 바이올린 족에 속하는 현악기이고, 오케스트라에서는 중저음을 담당하고 있지. 초기에는 보조악기로만 치부되기도 했는데, 점차 그 풍부한 저음이 주는 편안한 매력에 사람들이 빠져들기 시작한 거지. 처음부터 첼로를 위해 쓰인 곡은 많지 않아. 점차 첼로라는 악기에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빼어난 첼로 연주자들이 등장하면서, 다른 악기들의 곡들이 첼로 곡으로 편곡되어 연주됐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또한 첼로만을 위해 고안된 음악은 아니었다. 바흐 시절만 해도 첼로라는 악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첼로의 음역은 ‘비올라 다 감바’라는 악기가 맡았어. 비올라 다 감바 (Viola da Gamba)는 "다리에 끼우는 비올"이라는 뜻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첼로의 조상쯤 되는 악기야. 비올도 바이올린 족처럼 음역에 따라 크기가 다른 비올이 있었어. 18세기 후반에 들어와서 바이올린 족으로 대체되었었지만, 최근 원전연주의 붐을 타고 다시 부활했지.”

“비올라 다 감바의 부드러운 저음 톤과 섬세한 감정표현을 두고, 인간의 목소리와 매우 흡사하다는 얘기를 많이 해. 걸출한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인 ‘조르디 사발’이 참여한 음악 영화가 있어. <세상의 모든 아침>그 영화의 OST를 들어보면 비올의 매력적인 음색을 감상할 수 있을 거야.”


비올라 다 감바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Tous Les Matins Du Monde)>

“비올라 다 감바를 위해 작곡되었던 이 곡은, 작곡된 이후에 사람들 뇌리에서 금세 잊혔어. 한동안 낡은 서점에 처박혀 있던 악보가 열세 살 소년에게 발견되지. 이 악보를 발굴해서, 다듬고 연주해 오늘날처럼 알린 사람이 바로 파블로 카잘스야. 오늘 우리가 듣는 명반의 주인공이기도 하지.”

이번 주 미션 곡인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전주만 듣고 무척 반색을 표했으나(아, 이거 알아요!) 그 전조 이외에는 낯선 첼로 곡이었다. 이제까지 들어온 여느 음악과는 달리 짧은 곡들이 여러 곡 모여 있는 모음집인데, 각 음악이 비슷한 듯하면서도 귀를 기울여보면 리듬이나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이 음악들이 ‘춤곡’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었고,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고?!) 그 춤곡마저도 독일풍의 춤곡, 프랑스의 춤곡, 스페인의 춤곡 등 다양한 나라 명이 붙어 있는데, 각 지역의 색깔을 상상해보며 들으면, 첼로 위에서 얼마나 다채로운 소리와 리듬을 구현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나 역시 하나의 육체 노동자입니다. 일생동안 그래왔어요.”


이번 주에는 음악을 들으면서, 작곡가 바흐보다도 연주자 파블로 카잘스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다. 카잘스가 고서점에서 우연히 바흐의 악보를 발견하게 되는 장면도 극적이지만, 전쟁과 내전을 겪었던 천재적인 음악가의 삶에는 실로 극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었다. 지난주에 이야기했던 영화 <피아니스트>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면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그 당시에 파블로 카잘스 외에도 천재적인 음악가들이 많이 있었을 테다. 하지만 누구나 같은 반응을 보였던 건 아니다. 예술적으로는 훌륭하지만, 나치에 협력했다는 오명을 가진 음악가들이 있고, 조용히 몸을 피해 음악과 삶을 연명해간 사람도 있다. 파블로 카잘스는 뜨거운 시대에 맞서 뜨겁게 살았다. 나는 그가 자신의 삶을 가리켜 이렇게 말한 것을 기억한다.

“내가 예술가인 건 사실이지만 예술을 실현하는 과정을 보면 나 역시 하나의 육체노동자입니다. 나는 일생 동안 그래왔어요”예술가와 육체노동자. 예술가 역시 노동자에 속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하는 일도 얼핏 비슷한 점이 많은데도, 보통 예술가는 우러러보고, 노동자는 내리 보는 고정관념 때문에 예술가와 육체 노동자 사이가 꽤 멀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두 직업명의 실체를 간파하고 있는 파블로 카잘스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선배는 모르겠지만, 파블로 카잘스에 관한 예습을 착실히 하고 있었다.

카잘스는 19세기 후반에 태어나, 제1차 세계대전, 에스파냐 내전, 제2차 세계대전까지 20세기의 격동을 모두 겪어냈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태어났고, 에스파냐 민족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남달라, 한결같이 에스파냐 난민을 돕고, 에스파냐의 재건을 위해 힘썼던 음악가였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가 진정 좋은 음악가이기 전에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곡이 바흐의 본질이고, 바흐는 음악의 본질입니다”


파블로 카잘스가 연주하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집> 1. 프렐류드

그의 삶의 이야기가 담긴 책의 제목이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인데, 정말 제목 그대로 그는 누구보다 삶의 기쁨을 많이 발견한 사람이었고, 슬픔 또한 많이 겪은 사람이었다. 카잘스가 누린 삶의 기쁨이란, 최고의 첼로 연주를 하고, 바흐의 악보를 찾아낸 극적인 사건만을 이르는 게 아니다.

그는 햇볕, 하늘, 바람, 풀, 집 등 그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감사했고, 그 덕분에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삶에 있어서 조건보다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도 여러 번 했는데, 그는 정말 그 말처럼 살았던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바흐의 악보를 발견했을 때의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로 남겼는데, 다시 읽어봐도 그때의 희열이 물씬 느껴진다. 그날은 카잘스에게 잊을 수 없는 날로 회고하는데, 아버지가 처음으로 풀 사이즈 첼로를 사줬기 때문이다. 그 첼로로 독주할 음악을 찾기 위해 아버지와 부두 가까이에 있는 어떤 고악보서점에 들른다.

“나는 악보 뭉치를 뒤져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오래돼 변색되고 구겨진 악보 다발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것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를 위한 모음곡이었습니다. 첼로만을 위한 곡이라니! 나는 놀라서 그걸 바라보았습니다. 첼로 독주를 위한 여섯 개의 모음곡이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어떤 마술과 신비가 이 언어 속에 숨겨져 있을까?

그런 모음곡이 있다는 말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나는 곧 그 상점에 갔던 목적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오로지 그 악보 한 뭉치만을 들여다보면서 조심스럽게 어루만지기만 할 뿐이었어요. 그 장면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전혀 흐려지지 않았어요. 지금도 그 악보의 표지를 보면 바다 냄새가 희미하게 나는 먼지투성이의 오래된 가게로 다시 돌아가 있는 듯이 느껴집니다. 나는 그 악보가 왕관의 보석이기나 한 것처럼 단단히 움켜쥐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방에 들어가서는 그것을 읽고 또 읽었어요.”


그때 카잘스의 나이 열세 살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파블로 카잘스가 200년 만에 이 악보를 처음 발굴했다고 극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그건 사실과 살짝 달라. 이 악보는 1842년경 파리에서 이미 출간되었고, 모음곡이 아니라 단일악곡 형식으로 연주되기도 했어. 다만, 그다지 취급을 받지 못하던 낯선 음악을 카잘스는 고작 13살 때 진가를 알아챈 거지. 악보도 얼마나 난해했겠어. 열심히 연습하고 다듬어 완벽한 연주로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우리에게 처음 들려준 게 파블로 카잘스야.”


파블로 카잘스가 <무반주 첼로곡 모음집>을 연주했던 순간들


지식채널e에서 소개한 파블로 카잘스의 이야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드라마틱하다. 카잘스 본인이 이 악보에 빠져들어 경이감과 흥분을 느꼈다고 증언했으니 말이다. 어떤 열정으로 십 년이 넘게 그 악보를 붙들고 있었을까? 마치 이 악보가 자신의 이름과 함께 오래오래 기억될 걸 미리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말이다.

“나는 12년 동안 매일 그 곡을 연구하고 연습했습니다. 그래요, 12년이 지나서야 나는 그 모음곡 가운데 하나를 공개 연주회에서 연주할 만큼 용기가 생겼는데 그때 내 나이는 이미 스물다섯 살이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어떤 바이올리니스트나 첼리스트도 바흐의 모음곡을 전곡으로 완주한 적이 없었습니다. 사라방드, 가보트나 미뉴에트를 따로 떼어서 하나씩 연주했지요. 그러나 나는 그걸 하나의 전체 음악으로 연주했습니다. 전주곡에서부터 다섯 개의 춤곡에 이르기까지, 반복 부분도 모두 켰어요. 반복 부분을 연주해야 비로소 놀라울 정도의 전체적인 짜임새가 생기고 모든 악장의 속도와 구조, 건축적인 구조와 예술성이 완성됩니다.

그 곡들은 학술적이고 기계적이며 따뜻한 느낌이 없는 작품이라고 여겨져 왔습니다. 생각해보세요! 그 곡은 그렇게 폭넓고 시적인 광휘로 가득 차 있는데 그걸 어떻게 차가운 곡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그런 특징들은 바흐의 본질 그 자체이며, 또 바흐는 음악의 본질입니다.”


이 곡은 당대에도 카잘스의 대표곡이 되었다. 청중들은 카잘스가 이 곡을 연주해주길 바랐다. 그토록 카잘스와 인연이 깊은 곡이었다. 전쟁 중 공습이 일어나 리허설 중 연주자들이 뿔뿔이 흩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 카잘스는 가만히 활을 들고 무대 위로 올라가 이 곡을 연주했다고 한다. 그의 여러 이야기 중에서 잊히지 않는 장면이다. “연주자들이 자기 자리로 돌아왔고, 우리는 리허설을 계속했습니다.”

또 그의 말년에 에스파냐 난민을 돕는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카잘스 축제를 벌이기도 했는데, 바흐 서거 200주년을 기념한 축제라 ‘바흐축제’라고도 불렸다. 그때 역시 그가 연주했던 곡이 ‘브란덴부르크 협주곡’과 ‘첼로를 위한 무반주 모음곡’이었다. 시간을 초월한, 긴 인연이다.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 카잘스보다 빠르고 친근한 음들.
화려하고 풍성한 분위기가 카잘스와 비교된다.

“카잘스는 유명세에 비해 녹음을 많이 남기진 않았어. 녹음된 연주조차 1930년대 한 녹음이라 음질이 매우 열악한 단점이 있지만, 이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시작이자, 역사 그 자체인 명반이므로 꼭 듣고 넘어가야 하는 음반이지.”

“이 모음곡은 총 BWV 1007~1012까지 총 6곡인데, (BWV는 예전에 소개했듯 바흐 작품에 붙는 작품번호이다) 각 곡은 다시 6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총 36트랙, 2CD로 나오는 긴 곡이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특히 1번 전조는 CF에도 많이 등장한 곡이라 익숙하지? 같은 선율이 반복되는 듯하면서 조금씩 바뀌며 퍼져 나가는 바흐 음악의 매력을 듬뿍 느껴볼 수 있을 거야.”


위대한 마에스트로여!

“위대한 마에스트로여, 당신은 우리나라에서 깊은 존경을 받지만
 그것은 단지 뛰어난 예술가로서만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가장 앞선 인간으로서이기도 합니다.”
파블로 카잘스가 84번째 생일에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 교수들에게 받은 축하 메시지다. 이 한 대목만으로도 그의 삶을 짐작해 볼 수가 있다. 살다 보니 시작보다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다. 시작하는 일은, 젊음의 패기로, 초심의 흥분으로 어떻게든 저지를 수 있는데, 매듭짓는 일은 다르다. 일관된 태도와 열정이 아니고서는 좋은 마무리를 하기 어렵다. 뉴스를 장식하는 수많은 사람의 사건ㆍ사고 소식에서도 자주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무슨 일을 하는데 꼭 시작도 잘하고, 마무리도 완벽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드물게도 그런 삶을 살고, 존경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위대한 마에스트로여”라는 말을 듣는 삶이라니. 굉장하다. 그게 삶 가운데 있었을 숱한 유혹과 위기의 순간에 흔들리지 않았다는 증표처럼 느껴져서 말이다. 그의 음악에 그의 삶의 흔적이 묻지 않았을 리 없잖나. 첼로는 심장과 가장 가까운 데서 내는 소리라고 했으니.

로스트로포비치나 푸르니에의 연주보다 카잘스의 연주는 어쩐지 담담하고 느릿느릿하게 느껴지는데, 그게 참 편안하고 아늑하다. 인생의 수없이 기쁘고 슬픈 일을 다 겪고 난 사람이, 더는 놀랄 것도 호들갑 떨 것도 없다고 담담하게, 자연스럽게 내는 소리 같다. 잘 연주하는 것과 좋은 연주하는 건 조금 다른 의미가 아닐까? 이번 주에 참 좋은 연주를 들었다.


두 번째로 선택된 음반

장한나의 스승이며, 카잘스 이후 최고의 첼리스트라고 꼽는데 손색이 없는 로스트로포비치의 음반이 역시 2번째로 많이 선택 받았다. 때가 올 때까지 최대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녹음을 미루다 1990년대에 들어서야 녹음을 남겼다. 덕분에 연주 영상물도 남아있으니 DVD로 공연에 온 것 처럼 한번 들어보자. 진지하고 심각한 카잘스의 연주와 비교하면 화려함이 돋보인다.

이 음반도 들어보세요

이 음반과 첼로의 귀족이라는 별명이 붙은 우아한 푸르니에의 음반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원전악기로, 기법도 최대한 바로크시절을 살려 다리사이에 끼고 연주하는 안너 빌스마의 무반주 첼로는 소탈하며 자연스러워, 나무냄새 가득한 아침 숲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편안히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고 들을수 있는 음반으로 강력 추천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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